관세부과 다음날 이동… 中 "확실한 목표 가진 미국의 카드"
  • ▲ 대만해협을 지나갔던 美이지스 구축함 던포드 함. ⓒ美국방부 공개사진.
    ▲ 대만해협을 지나갔던 美이지스 구축함 던포드 함. ⓒ美국방부 공개사진.
    '무역 전쟁'을 선포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7일 미국 이지스 구축함 두 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 양국 경제 갈등이 군사적 대치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DDG-89)과 벤폴드(DDG-65)가 7일(현지시간) 오전 대만 해협에 진입해 북동쪽으로 이동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 측이 구축함의 대만해협 통과 전에 통보를 해왔고 대만은 규정에 따라 주변 해역과 상공을 통제하고 전투기·군함을 파견해 동행 감시했다고 밝혔다.

    머스틴과 벤폴드는 각각 배수량 9천200톤, 8천900톤의 알레이 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으로 미해군 7함대 소속이다. 현재는 7함대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돼 있다. 

    북태평양 해역을 담당하는 구축함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자 일각에서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무력시위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대만을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때문에 중국은 미 군함이 대만해협에 진입한 것을 도전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 ▲ 대만 해협 위치. ⓒ구글 맵 캡쳐.
    ▲ 대만 해협 위치. ⓒ구글 맵 캡쳐.
    11년 전 미국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을 때와 이번 상황이 비슷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07년 11월 미 해군의 재래식 항모 키티 호크 함과 호위함대가 중국으로부터 홍콩 정박을 거부당한 뒤 일본으로 회항하면서 통상 항로를 벗어나 대만해협을 지난 적이 있다. 중국은 즉각 인근 해역에 있던 쑹(宋)급 잠수함과 남해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 센젠 함을 현장에 급파했다. 키티 호크 함은 중국군이 등장하자 함재기를 띄우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렇게 28시간 동안 일촉즉발 상태로 대치했으나 양측 간의 충돌은 없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이 11년만에 '대만'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이튿날(8일) 류제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 판공실 부주임은 "미국이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카드를 사용한 것"이라며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어떠한 움직임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류 부주임은 "대만 사람들은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한 진짜 목적을 알아야 한다"면서 "그들이 대만을 카드로 사용하는 것을 도와서는 안된다. 미국의 이러한 태도는 대만의 이익을 위협하고 중국 전체 인민의 이익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