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폼페이오 방북 후 北 "CIVD요, 신고요" 맹비난…문정인 과거 주장과 정면 배치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뉴데일리DB
    ▲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뉴데일리DB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달 19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지(紙) 기고를 통해 "판문점 선언에서 이미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평양, 서울, 워싱턴은 이미 '완전한 비핵화'가 CVID와 동의어라는 공통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그 동안 북한의 핵폐기의 가장 이상적인 절차로서의 CVID를 북한 측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매우 낙관적인 해석이다. 문 특보는 이 같은 주장을 내놓으면서 지난 싱가포르 회담이 '미완'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여러 비판을 일축했다. 

    그런데 최근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가진 미북 고위급회담에 대해 북한이 내놓은 반응을 보면 문 특보의 주장은 적어도 북한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이번 폼페이오 장관 방북 후 "미국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상황이 이쯤되면 이제 문 특보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싱가포르 회담의 당사자인 북한은 정작 CVID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문 특보는 도대체 어떤 근거로 북한 역시 CVID를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 것일까. 

    문 특보의 이 같은 '오지랖'은 비단 문 특보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바로 이 정부의 대북정책, 북핵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의 총체적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은 실제 받아들일 의향이 없어 보이는 여러 조건들에 대해 문 대통령이 대신 나서서 "북한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대변해왔다. 미국에게 '북한을 신뢰해도 좋다'는 식으로 말해 온 문 대통령이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CVID를 받아들인다면야 당연히 이 모든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다. 북핵 폐기라는 '위대한 업적'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로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러니까 만약 북한이 계속해서 회담을 질질 끌고 그로인해 미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다면 미국은 과연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까. 그간 '운전자', '중재자' 등 '거창한' 표현들을 써오던 문 대통령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면 차라리 다행이겠다. 결국 그 쓰나미는 대한민국을 향해 밀려올 것이다. 한미동맹의 위기이고, 말 그대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꼼꼼히 사업성을 따져보지 않고, 아무 보증이나 잘못서서 패가망신을 자초하는 무능한 가장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북핵 폐기에 대한 장밋빛 약속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리고 동맹국과 함께 하루빨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 압박에 나서야 한다. 

    지금 남북한 철도를 깔고, 경제 협력을 하고, 도로를 지어줄 만큼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더 이상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확신이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생기는 순간, 그 때 미국이 꺼내들 카드는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찔함'을 느껴야 정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