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中 무역전쟁의 본질④ 美中무역전쟁 길어질 때 한국이 겪을 일들
  • ▲ 지난 3월 22일 대중국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中무역전쟁은 이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22일 대중국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美中무역전쟁은 이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정부가 동부표준시(EST)로 6일 자정을 기해 중국산 제품 818종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날 부과 대상 품목은 818종, 제품 수입액은 340억 달러(한화 약 37조 9,400억 원)라고 한다. 美정부는 2주 이내에 160억 달러(한화 약 17조 8,500억 원)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CNBC 등 美현지 언론들은 “미국은 2,000억 달러(한화 약 223조 1,800억 원) 상당의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중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면 추가로 3,000억 달러(한화 약 334조 7,700억 원) 어치의 중국 제품에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美中무역전쟁에는 이 관세뿐만 아니라 이란 석유 금수조치 등도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두 ‘고래의 싸움’ 사이에서 한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를 입을까.

    美中무역전쟁 개막, 한국 영향은 中무역흑자 유지에 달려

    美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미국의 대중 관세조치가 시행된 6일(현지시간) ‘美中무역전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10개국’을 선정해 보도했다. 10위부터 보자면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한국,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대만, 룩셈부르크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중국 양측과 활발한 교역을 하면서 동시에 GDP 가운데 수출입의 비중이 큰 나라들이다.

    순위로만 보면 한국과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간의 차이가 커 보이지만 美中무역전쟁으로 인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비교하면 10위 아일랜드 59.2%, 6위 한국 62.1%, 1위 룩셈부르크 70.2% 사이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측은 “한국은 전자기계,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기술 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며 “미국, 중국, 싱가포르는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가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무역의존도는 2016년 말 기준 63.9%라고 한다. 이는 2011년 말 89.8%를 기록한 뒤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이는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이다. 2017년 12월 국회예산처가 펴낸 ‘내수 활성화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내수 비중은 OECD 회원국 35개 및 브릭스(BRICs) 6개국 가운데 2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제 외부 무역환경에 국가 생존이 좌우될 수도 있는 나라라는 뜻이다.

  • ▲ 한국 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 한국처럼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교역국이 무역분쟁을 겪을 때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통계청-한국무역협회-산업통상자원부.
    ▲ 한국 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 한국처럼 무역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교역국이 무역분쟁을 겪을 때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통계청-한국무역협회-산업통상자원부.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가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 가운데 중간재는 2017년 말 기준 1,121억 달러, 비중은 78.9%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는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 가운데 현지 가공·조립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제품 비중은 5.0%에 불과하다”며 美中무역전쟁으로 인해 한국이 입을 피해는 1억 9,00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는 美中무역전쟁과 韓中무역을 완전히 별개로 간주했을 때의 추정이다. 미국이 수입액 4,300억 달러, 중국이 수입액 1,500억 달러를 들고 서로 치고받을 경우 특히 중국 내수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국이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이 잘 팔리려면 중국이 대외수출을 통해 흑자를 내고 이를 소비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韓석유화학기업, 이란석유 수입 못하게 되면

    美中무역전쟁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국제 금융가의 전망이 나오자 국내에서는 11월부터 시작되는 미국의 이란석유금수조치 문제도 함께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도 슬슬 나오고 있다.

    한국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약 13%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이란에서 수입한 석유는 1억 1,194만 배럴이다. 이 가운데 70% 안팎이 액화 탄화수소, 즉 ‘콘덴세이트(경질유)’다. 미국을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만든 ‘셰일 오일’과 같은 종류다. 그러나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미국산과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납 함유량이 60% 이상이어서 정제 과정을 거치면 투입량의 80%를 나프타(중질 가솔린)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일반 석유는 정제를 해도 20% 정도만 나프타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나프타를 분해하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탄, 부틸렌 유분, 방향족과 같은 다양한 화학제품 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계 4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가진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석유화학제품 수출국이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수출액 5,739억 달러 가운데 23.5%가 석유화학제품이다. 수출 규모는 1,200만 톤이 넘는다.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을 맡는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금지되면 한국 무역수지는 어떻게 될까. 미국 셰일오일을 대체수입 한다고 해도 이란산에 비해 황 함유율이 절반 이하인 탓에 나프타 생산량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과거 이란이 제재를 받을 때처럼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으로 수입선을 돌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로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내는 나라가 한국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각국도 있어서다. 이들 또한 막대한 양의 콘덴세이트를 써왔기 때문에 중동산 콘덴세이트 가격이 적지 않게 오를 수 있다.

  • ▲ 한국석유화학제품 생산량 및 수출량. 나프타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다. ⓒ통계청.
    ▲ 한국석유화학제품 생산량 및 수출량. 나프타는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다. ⓒ통계청.
    한국 제조업체들의 2차 충격 가능성도 있다. 나프타를 원료로 해서 만드는 석유화학제품은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원료로 사용된다. 이 나프타 가격이 오르거나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화학 관련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감소 또는 원자재 수급 곤란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즉 수익성 하락이 문제가 아니라 자칫 생존의 위기까지 겪을 가능성이 있다.

    美北무역전쟁을 막을 수도, 더 키울 수도 있는 ‘북한 비핵화’

    무역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충돌을 잦아들게 할 수도, 더욱 크게 만들 수도 있는 문제가 북한 비핵화다. 트럼프 美대통령의 ‘무역전쟁 프레임’은 단순한 무역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 길들이기, 북한 비핵화 추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북한 비핵화를 하는데 중국이 나선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말과 “중국이 미국에서 엄청난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데 이는 매우 나쁜 일”이라는 말을 거의 붙여서 했다. 취임한 뒤에도 이런 논법은 바뀌지 않았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의 美北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美대통령은 “북한 핵위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 치면서 북한 비핵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처럼 말했다. 그러나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고 있다는, 가시적인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6일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의 방북을 가리켜 ‘가시적 비핵화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과감한 결단을 내려 북한 비핵화를 강요한다면 무역전쟁도 금방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中공산당이 1949년 이후 계속 지향해 온 ‘완충지대 전략’을 폐기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무지막지한 ‘KGB 출신 올리가르히’들이 대통령과 총리, 주요 정부 요직, 거대 재벌 자리를 꿰차고 있는 러시아와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다. 이런 트럼프 美대통령의 생각에 북한 비핵화를 놓고 이리저리 계속 재고 있는 中공산당 지도부가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가 만들 수도, 없앨 수도 있는 ‘무역 전쟁 방탄막’

    그렇다면 美中무역전쟁의 ‘유탄’을 맞을지 안 맞을지는 모두 외생변수에 달린 걸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를 두고 미국을 속였다고 해도 한국 정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미국의 보호막 아래 들어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거나 아니면 ‘중화권 국가’로 묶여 유탄을 맞을 수도 있어 보인다.
  • ▲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나란히 앉은 폼페오 美국무장관, 매티스 美국방장관, 볼턴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럼프 대통령 옆으로 나란히 앉은 폼페오 美국무장관, 매티스 美국방장관, 볼턴 美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럼프 美대통령 주변 측근들의 성향과 발언, 지금까지의 경력 등을 보면, 트럼프 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자’들이다. 이들이 동맹국을 평가하는 기준은 “미국이 필요할 때 협조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게 “안보 무임승차 그만하고 국방예산을 늘리라”고 경고했을 때도 비교적 압박을 덜 받은 나라들이 있다. 미국이 전쟁을 할 때마다 열심히 참전했고 美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던 폴란드 등이 그렇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가 인도-태평양 지역을 보는 시각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다만 유럽에서는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가 기준이었다면 인도-태평양에서는 ‘중국’을 대하는 태도가 기준이라는 점이 다르다.

    ‘중국’을 기준으로 볼 때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친중국가’와 ‘반중국가’는 비교적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서는 캄보디아, 라오스가 친중적 성향, 베트남이 반중적 성향을 보인다. 인도는 반중, 파키스탄은 친중적 성향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이 반중적이다. 일본은 반중, 북한은 친중적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에 속하는가.

    최근 한국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언론, 학계, 기업까지 중국에 매우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추진을 앞세우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러시아는 유럽에서 동맹국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이런 러시아에다 중국까지 매우 우호적으로 대하는 한국이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에게 과연 ‘미국의 절친’으로 보일까. 한국이 어설픈 ‘균형자’ 행세를 하며 친중·친러적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美中무역전쟁에서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는 안보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상상해 보는, 한국이 ‘친중반미 국가’로 분류된 이후의 미래

    한국이 ‘친중·반미 국가’로 분류된다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사회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북한이 남침하거나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손을 잡고 선거를 치러 순식간에 적화통일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 세간의 의견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력을 과신하는, 소위 ‘진보 진영’의 정책들에 의해 사회가 갈수록 ‘친중·반미화’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때 논란이 됐던, 그의 2012년 발언. ⓒTV조선 뉴스쇼 판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한때 논란이 됐던, 그의 2012년 발언. ⓒTV조선 뉴스쇼 판 관련보도 화면캡쳐.
    한국이 경제구조나 산업구조에 대한 평가와 반성 없이 지금까지의 성과를 과신하고 ‘자주’를 내걸고 반일·반미 목소리를 키워 나갈 경우 북한보다 중국이 이를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150만 명이 넘는 자국민을 한국에 보내 사회 여론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는 中공산당은 남북한을 어설프게 통일시키기 보다는 북한에 힘을 더 실어주고 한국 사회를 무질서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완충지대론’으로 볼 때 中공산당의 우방인 북한보다는 좀 더 거리를 둔 한국이 그 역할을 맡는 것이 전략적으로나 국익 측면에서 보다 유리해서다.

    한국이 ‘친중국가’로 낙인찍혔음은 해외에서 한국인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부터 나타난다. 특히 ‘비자면제협정’을 맺은 세계 각국이 별 것도 아닌 일로 한국인들만 엄격히 입국심사를 하거나 협정 갱신을 요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외국 영주권 또는 이중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한국 국적 포기가 급증할 것이다. 여기에는 부유층, 고급 두뇌 등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한국의 기술수준은 점점 정체기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정치권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는 경제규모, 세수액 등으로 고민할 것이다. 한국 정치권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이를 두고 여야가 여의도와 광화문 앞에서만 치고받고 할 뿐 근본적인 문제, 즉 ‘친중화’ 문제는 언급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치권과 끈끈한 관계를 가진 언론, 학계, 그리고 일부 대기업들은 계속 한국 내부 상황에 침잠해 바깥세상은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정치인들은 경기 침체와 치안 불안이 심해지는 가운데 오히려 대중들의 불안을 양분 삼아 반대파에 대한 억압, 정부에 의한 부 재분배, 언론 및 여론 통제와 조작 등을 펼치며 한국을 ‘갈라파고스’처럼 만들고자 할 것이다. 현실과 괴리된 사회만큼 통치가 쉬운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벌어진 다음 한국은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 “한 때 있었던 나라” 정도의 기억만 남게 되지 않을까 싶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