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애는 건 곤란하고… 제도개선하면 되지" 여야 모두 특활비 폐지에 난색… '내로남불' 논란
  •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국회의원들이 그동안 특수활동비를 영수증 없이 연간 수십억원을 사용하고도, 이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자 정작 특활비 폐지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른 국가기관인 국정원 특활비는 사용 내역을 의심하며 폐지를 주장했던 이들이기에,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국회사무처로부터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특활비는 특정한 필요가 있을 때 건당으로 지급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절반 이상이 직책을 가진 일부 의원의 통장에 '제2의 월급'처럼 송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매월 6,000만 원을 꼬박꼬박 수령했고,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매월 600만 원씩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특활비는 또한 직책에 상관없이 의원 대부분에게 골고루 배분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개된 240억 원 중 한 번이라도 지급받은 의원은 229명에 달한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지난달 28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대한민국 국회는 실업자 300명에게 세계 최고의 실업수당을 주는 대기소에 불과하다"며 "국회에는 어마어마한 (보좌관)인력과 세비·특수활동비, 업무추진 등 눈먼 돈이 공중에 붕붕 떠다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특활비는 매년 입법 및 운영 지원 명목으로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에게 지급된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에 국한되는 특활비의 사용 목적 외에도 쓰였다고 볼 소지가 있다. 올해에는 62억 7200만 원이 책정됐다. 지난해에는 81억 5800만 원, 2016년에는 78억 5800만 원이 특활비로 쓰였다. 매년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산등록에도 잡히지 않고 세금도 안 내는 '눈먼 돈'인 셈이다.

    "상여금처럼 나줘줬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특수 활동에 쓰여진 것이 아니다. 단순히 의원들의 보직에 의해 상여금처럼 배분되어 왔다"며 "영수증 없이 불투명하게 쓰여지기 때문에 사적 이용 유혹이 강하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특활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다"며 "이처럼 특수활동비가 아니라 특권활동비로(비춰지는) 특활비는 조속히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특활비는 국정원·경찰청·검찰·대법원에서도 쓰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문제가 된 건 지난해 말 '적폐청산' 명목으로 진행된 국정원 수사에서였다. 검찰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국정원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갖다 썼다고 밝혀냈다. 그러자 국회는 곧바로 법안 개정에 나섰다. 국정원의 '묻지마' 특활비를 없애겠다며 민주당 추미애 대표 발의로 의원 91명이 서명한 가운데 특활비 범위를 제한하고, 내역과 증빙자료를 제시하는 방향의 법안을 제출했다.  

    '특활비 없애자' 말 못 하는 민주·한국

    하지만 국회의원은 자신들 특활비에 대해 태도가 달랐다. 정부는 감사원이나 국회가 감시를 하는데 국회는 감시를 받지 않아 하나의 성역으로 남아 왔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와 밀접한 사안을 다루는 국정원의 특활비 사용 내역에 대해선 국정조사까지 주장하며 시급한 개혁을 요구했던 여야가 국회 특활비 사용처는 공개를 꺼려왔다. 이번 국회사무처의 공개는 참여연대가 3년 소송 끝에 국민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낸 후 마지못해 이뤄진 것이다. 참여연대는 2014∼2018년 지출 내역에 대해서도 공개를 청구했으나 국회 사무처는 또 공개를 거부했다.

  •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특활비에 대해 "전혀 필요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대신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특활비 관련 '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고 영수증 증빙을 포함한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두 거대 당 모두 폐지보단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반면 정의당 노회찬 의원은 유일하게 전날 특활비 석달 치 약 3000만원을 반납하고, 폐지 법안을 제출했다. "국회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특활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답"이라고 했다. 해당 법안에 민주당 의원은 130명 중 3명만 동참했다. 바른미래당도 다음날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노회찬, 유이하게 3000만원 반납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경우 특활비를 지난 2015년 6월부터 2달간 모두 1억 12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1800만원은 현찰로 수령했다. 식비로 3500만원을 썼고, 주유비 91만원, 의원 출장비 지원 50만원 등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SNS 트위터에 "국회 특활비 자수한 꼴이고 이 정도면 구속수사 필요한 꼴이다"라며 "국정원 특활비는 눈뜬 돈 꼴이고 국회 특활비는 눈먼 돈 꼴이다. 세금 빼먹는 재미 쏠쏠한 꼴이고 공짜는 양잿물도 마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6일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국회 특활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쓰였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세균 의장 임기에 느닷없는 탄핵 국면이 만들어졌는데, 그것을 과연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이냐. 그걸 위해서는 정말 많은 분들의 의견을 모으는 간담회 자리가 필요했다"며 "그럴 때 원래 예산에 잡혀있지 않았던 돈을 의장이 이런 자리를 모으기 위해서, 혹은 지혜를 얻기 위해서 써야 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