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IRGC, 美 석유금수조치 발표에 '호르무즈 봉쇄' 언급…美 "무역자유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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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오는 11월 4일부터 이란산 석유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냈다. 이란은 자국 원유를 팔지 못한다면 다른 나라의 원유 공급도 막겠다는 뜻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일 스위스 동포 간담회에서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모두 차단하려 한다"면서 "중동의 다른 산유국은 원유를 수출할 때 이란만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으면 그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하니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란 내에서 미국을 비난하는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모하마드 알리 자파리 이란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모두가 이용할 수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을 적이 이해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마일 코사리 혁명수비대 사령관도 같은 날 이란 영 저널리스트 클럽(YJC)과의 인터뷰에서 "그들(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을 원한다면,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중동의 어떤 석유 선적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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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지도ⓒ
    이란이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다. 페르시아 만과 오만 만을 잇는 너비 약 50km의 좁은 해상 통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0% 가량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란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오만 등 주요 산유국들에서 생산한 석유는 이 해협을 통과해야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이 해협에 기뢰, 기동타격 쾌속정을 배치하고 "군사적으로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지난 2012년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핵개발을 이유로 제재를 부과하자,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법률 초안을 마련했다며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제로 일어날 경우 국제 원유가는 급등하게 된다. 지난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8월분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74.14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201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 ▲ 타격 훈련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연합뉴스ⓒ
    ▲ 타격 훈련중인 이란 혁명수비대 사진=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미국도 가만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바레인에 주둔 중인 제5함대 등 중동과 지중해 일대에 주둔 중인 전력을 동원해 이란 혁명수비대를 격파할 수도 있다.

    2012년 1월 당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운운하자 당시 리언 페네타 美국방장관은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움츠러든 이란은 결국 실제로 해상 봉쇄를 하지는 않았다. 이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발언이 나오자 美중부사령부 대변인 빌 어반 대령은 "美해군과 중동 동맹국들은 국제법에 따라 항해와 무역의 자유를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물러서지 않을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