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장 "조희연 교육감, 언론 인터뷰 그만 하고 만나서 얘기하자"
  • ▲ 오세목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오세목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는 내일 당장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처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고교 서열화, 학교간 불평등 심화, 일반고 황폐화 등을 이유로 자사고 폐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서울 지역 자사고 23개교는 서울교육청이 전방위로 추진한 고사(枯死) 정책 아래 지난 4년을 버텼다.

    자사고는 지난달 재선에 성공한 조 교육감과 4년을 더 동행하게 됐다. 최근 조 교육감은 교육부에 "자사고 폐지 권한을 달라"며 연일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양반제 폐지는 양반이 외쳐야 한다"고도 했다. '조희연'이라는 태풍을 마주한 자사고 구성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뉴데일리는 서울 지역 자사고 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오세목 중동고 교장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5일 중동고 집무실에서 만난 오세목 회장은 "조 교육감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이 자사고 때문인 것처럼 말하는데, 우리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학생과 학부모에 선택받은 것 뿐"이라며 "자사고는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고교 입시 일정은 8~11월에 선발하는 '전기', 12월에 선발하는 '후기'로 나뉜다. 자사고·외고·과학고(이하 자사고 등)는 전기에 신입생을 선발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인문계 고등학교(일반고)의 신입생 선발은 대부분 후기에 이뤄진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부는 자사고 등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매우 불리한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자사고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꼽은 개정안 중 독소 조항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후기 분할 모집'을 없애, 자사고 등 학교의 신입생 모집 시기를 일반고와 같도록 조정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사고 등 학교에 지원한 학생의 일반고 중복지원을 금지한 것이다.

    자사고 구성원들은 개정안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죽이기 정책이 지역을 넘어 정부 차원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자사고연합회는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개정안이 학생들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위헌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자사고 희망 학생들이 시행령 개정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자사고와 일반고 중복지원 금지를 규정한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 ▲ 오세목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장. ⓒ 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 회장은 "전 정부의 국정과제, 국가정책을 신뢰해서 좋은 교육을 해보자는 뜻으로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이제 와서 '일반고 황폐화 주범'이라며 폐지하겠다니 우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가 독지가들의 자사고 투자를 독려하며 약속했던 전제 조건은 '학생 전기 선발'과 '교육 과정 편성권'이었다. 오 회장은 "교육 과정 편성권은 이미 폐지됐고,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는 학생들 성적도 볼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사고가 우수학생을 선점한다는 비판은 옛날 얘기"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론'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오 회장은 "서울교육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자사고를 '적폐'라고 표현한 사실에 "자사고가 적폐면 학교 구성원들은 뭐가 되느냐"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오 회장은 "자사고는 당장 학생을 모집해야 하는데 입학설명회 나가면 '자사고 없앤다는데 어떻게 되는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며, "교육 수장의 이런 발언은 자사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학부모들을 혼란에 빠트리는 경솔한 행위"라고 분개했다. 오 회장은 "이미 제도는 자사고가 학생을 선발하도록 돼 있지 않느냐"며, "조 교육감이 서울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간 40억원 수준의 정부 재정 지원을 받는 일반고와 달리, 학생 등록금과 법인 적립금만으로 운영되는 자사고는 학생 모집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앞서 2015년 미림여고와 우신고는 학생 충원에 한계를 느끼고 자사고 간판을 스스로 내렸다.

    오 회장은 "미림여고나 우신고나 국가 정책 믿고 들어왔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 스스로 유턴한 것"이라며, "자사고가 일반고로 돌아가면 진통은 학교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 (자사고라는) 배를 탄 이후에는 내려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인근 지역에서 통학 가능한 학생들이 입학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재단이 투자해 지은 기숙사는 텅텅 빈다. 학생들이 집단 전학이라도 가면 적자는 고스란히 학교의 부담이 된다. 재정 지원이 없는 자사고로서는 치명적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비정상적인 과열 경쟁이 진짜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며 평등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그의 저서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를 통해 '같은 교육', '평등 교육'을 줄곧 주장했다.

    오 회장은 경쟁을 적대시하는 속칭 진보교육계 특유의 편향된 시각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당한 경쟁을 죄악으로, '기계적 평등'을 절대 선으로 인식하는 왜곡된 시각이 초중등 교육의 근간을 뿌리부터 병들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쟁을 통해 더 많은 학생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세계 역사에 경쟁 없이 발전한 사례가 있느냐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이것은 정치적 투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투쟁”이라며, 본래 취지에 맞는 자사고 정책 유지를 정부와 조희연 교육감에게 촉구했다. 
    “자사고 존폐 논란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 우리는 언제든 만날 준비가 돼 있으니, 자사고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