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들, 자강도·함경북도 산악 지역에 전국 각지서 몰려든 서민들 생활
  • ▲ 북한 어린이들이 노력동원에 동원된 모습. 2014년 6월 촬영된 사진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어린이들이 노력동원에 동원된 모습. 2014년 6월 촬영된 사진이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고사성어다. 예기 단궁편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왕의 폭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물려죽을 위험을 무릅쓰고 산 속으로 달아나 생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이 북한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에서 김정은의 폭정을 견디다 못해 산 속에서 생활하는 유랑민이 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각 지역 보안원(북한의 경찰)이 단속하고 있지만 유랑민들은 자기 마을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유랑민이 생기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며 “이들은 밑천이 없어 장사도 못하고 마땅한 생계 대책이 없는 가난한 서민들로 당국의 간섭, 노력 동원, 지원금 갹출 부담을 피하려 산에 들어간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자강도는 산이 높고 골도 깊어 유랑민들이 숨어 사는데 유리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북한 곳곳에서 모여든 유랑민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은 산속에 움막집을 짓고 나물, 약초, 버섯을 채취해 장마당에 내다팔아 최소한의 음식과 생필품을 마련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도 굶주림을 벗어나려고 거주지를 떠나 산 속으로 들어가는 주민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김정은 정권이 각종 행사와 노력 동원에도 지원금 명목으로 지나치게 많은 돈을 내라고 강요하자 주민들이 견디다 못해 산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산 속에는 유랑민뿐만 아니라 각 기관들이 외화벌이용 약초를 캐오라고 보낸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과 유랑민이 한 데 섞이면서 당국의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도 “최근 보안서가 온성군에서 경원군까지 걸쳐 있는 산 속에 유랑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을 단속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생계가 어려워 자기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라 보안원들의 거주자 등록 권유를 완강히 거부하며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면서 북한에서 늘고 있는 유랑민 소식을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산 속에 사는 유랑민은 젊은 부부에서부터 노인들, 학생과 갓난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라고 한다. 이들은 식량도 부족하고 문명의 혜택도 못 받지만 김정은 정권의 각종 동원과 수탈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당국의 감시와 간섭 없이 살 수 있어 그 생활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소식통은 “고향을 떠나 산 속에 숨어사는 주민들을 이대로 방치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갈지 모른다”면서 “산에서 밭을 일궈 농사를 짓던 약초를 캐던 김정은 정권에 빼앗기지 않고 고스란히 자기 것이 되기 때문에 유랑민들은 악조건에도 계속 산 속으로 숨어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