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C 블랙리스트가 '생사람' 잡았다

업무방해·명예훼손 혐의 권지호 전 기자 … 검찰 "기자의 사견 적은 문건" 무혐의 결론

조광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04 18:32:42
▲ 서울서부지검이 4일 권지호 MBC 전 기자에게 전달한 불기소이유통지서. ⓒ 뉴데일리
MBC 카메라 기자들을 대상으로 소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카메라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검찰에 고발됐던 권지호 MBC 전 기자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13년 7월경부터 2014년 2월경까지 피의자 권지호가 '카메라 기자 성향 분석표', '요주의 인물 성향' 등의 문건을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의자들을 비롯한 MBC 사용자 측이 이 사건 문건들을 활용해 MBC 제1노조(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거나 카메라 기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문건들 내용은 전체적인 취지에서 카메라 기자들의 업무능력 등에 대한 작성자 개인의 사견을 기재한 것으로 보일 뿐 구체적으로 입증 가능한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난달 29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앞서 언론노조 MBC본부와 MBC 영상기자회는 지난해 8월, 2012년 장기파업 직후 회사에 대한 충성도와 노조 참여도에 따라 카메라 기자들을 4등급으로 분류한 문건을 작성하고 이를 인사에 반영한 혐의(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로 김장겸 전 사장과 박용찬 전 논설위원실장, 권지호 전 기자를 형사고소한 바 있다.

이에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MBC 감사가 작성·제출한 '수사협조 공문에 따른 자료'에 따르면) ▲MBC 감사국에서 피의자들의 이메일을 확인했으나 권지호가 이 사건 문건들을 피의자 박용찬·김장겸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했다거나 사용자 측의 지시를 받고 이 사건 문건들을 작성했다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결정적으로 이 사건 문건들과 인사이동명단 파일은 서로 다른 문서로서 이 사건 문건들에 기재된 각 카메라 기자에 대한 개별 내용과 인사이동명단 파일 내용이 구체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며 "실제 인사이동명단 파일이 이 사건 문건들을 근거로 작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실제 인사이동명단 파일에 기재된 카메라 기자들은 소속 부서가 바뀐 이후에도 카메라 기자 업무를 수행해 불이익 취급을 받았다거나 업무가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권지호가 이 사건 문건들을 다른 사람에게 공연히 전달했다는 증거가 없고, 달리 이를 뒤집고 피의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어 '혐의 없음'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 사건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른 권 기자는 지난 5월 18일 최대현 아나운서와 함께 해고 됐고, 박용찬 논설위원실장은 같은 달 25일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X등급' 분류된 기자, 인사발령서 승승장구"


한 소식통은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측에선 해당 문건이 사내 인사 발령의 근거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주장을 펴며 '최하 등급'을 받은 기자들 대부분이 보도국 밖으로 밀려났다고 밝혔으나, '최하위 X등급'으로 분류된 한 기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부서에 배치되고 현재까지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며, X등급을 받은 기자들 중엔 팀장급 인사 발령을 받은 기자도 있는 등, 문건에 나온 평가대로 승급이나 인력 배치가 이뤄진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통은 "언론노조가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X등급'으로 분류된 기자는 마땅히 보도국 외로 방출되거나 격리 조치를 당해야 할텐데, 정작 인사 발령에선 승승장구하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진 셈"이라며 "이는 해당 문건이 말 그대로 개인적인 기록에 불과한, 무의미한 자료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자들이 특정 부서에 배치된 것을 '밀려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이들 부서는 서로 못 가서 안달이 났던 선호 부서였습니다. 진급에서 누락되거나 한직으로 배치된 건 순전히 개인의 역량 문제인데, 자꾸만 이를 누구의 탓, 특정 문건 탓으로 돌리려하는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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