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무역전쟁 개막… 미국의 숨은 무기, 석유와 달러

[기획] 美-中 무역전쟁의 본질② 미국, 이란·베네수엘라 때려서 중국 목 조른다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7.05 16:24:11
▲ 지난 5월 이란 제재 재개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中푸저우 중급인민법원이 지난 3일 美마이크론社의 중국 내 D램 반도체 생산 금지 결정을 내렸다. 美中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먼저 선방을 날린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中지방법원의 판결 소식이 전해진 뒤 美마이크론의 주가는 5.51%(3달러) 떨어진 51.48달러로 마감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과연 그럴까. 美中무역전쟁이 수출입 관세 정도에서 끝난다면 그럴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을 토대로 예상하면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예상보다 오래 갈 수도 있어 보인다. 세계의 ‘반미세력들 군기잡기’를 떠올리게 하는 강경 분위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란 석유 금수조치… 최대 피해국은 이란, 다음은 중국

지난 6월 26일 미국과 일본 언론들은 “美국무부가 이란産 석유수입을 중단하라는 협조 요청을 전 세계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美국무부는 "오는 11월 4일 이후 이란産 석유를 수입하지 말라"고 요청하며, "만약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제재를 가할 것이며 여기에는 예외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일(현지시간) 美월스트리트 저널 등은 “브라이언 훅 美국무부 정책계획국장이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와 터키가 이란産 석유를 계속 수입하기로 한 계획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우리는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려는 국가들과 사안별로 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美정부가 이란 제재 때와 같이 각 국가별로 예외를 인정하려는 것으로 보고 “미국이 한 발 물러섰다”고 풀이했다.

美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인도와 터키는 이란으로부터 원유와 콘덴세이트(경질유) 등을 각각 하루 51만 1,982배럴과, 16만 5207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순위로는 2위와 4위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있다. 중국과 한국이다. 중국은 하루 64만 8,080배럴, 한국은 31만 3,646배럴로 각각 1위와 3위였다. 이탈리아가 5위, 일본은 6위였다. 
▲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란산 석유를 수입한 나라들. ⓒ美중동연구소 공개자료 캡쳐.
터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독재를 하려는 분위기를 보이며 미국과 대립하고 있어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연계 전략에서 중요한 요소이므로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도의 경우 중국보다 더 빠른 공업화 추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입량도 급속히 늘었다. 세계무역통계를 소개하는 ‘월드 톱 엑스포트 닷컴’에 따르면 이란은 인도가 석유를 수입하는 나라 가운데 세 번째로, 연간 수입액이 62억 달러나 된다. 그러나 뒤를 잇는 나이지리아, UAE, 베네수엘라, 쿠웨이트, 앙골라 등에서의 수입액도 큰 차이가 없어 수입선을 대체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인도와 사정이 다르다. 2018년 들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 된 중국은 석유 수입국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앙골라, 이라크, 오만, 이란에 편중돼 있다. 수입액도 각각 237억 달러, 205억 달러, 198억 달러, 138억 달러, 122억 달러, 119억 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즉 중국이 이란에서 수입하는 석유는 인도의 2배, 일본의 4배 가까이 된다. 한국보다도 1.4배나 많다. 이것도 중국 정부가 석유 수입국 편중을 완화한 결과라고 한다.

이란 다음 ‘석유수출금지’ 대상국은 베네수엘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의 지난 6월 28일자 보도에 따르면, 美국무부는 이번 석유금수조치에서는 과거 이란이 한국과는 원화로, 일본과는 엔화로, 중국과는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피해간 점을 방지하기 위해 달러 및 유로화 결제를 금지하고,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이란 석유금수조치는 이전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의미다. 이렇게 이번 이란 석유금수 조치는 이란은 물론 중국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의 ‘반미세력 군기잡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많이 보도되지 않았지만 美정부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을 제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10년도 더 지났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로 실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1월 출범한 뒤부터 베네수엘라 정부 관계자와 채권 거래를 제재했다. 트럼프 정부의 베네수엘라 압박은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 2016년 1월 마두로 정권 지지자들을 위한 마트에 일반 시민이 들어올 수 없도록 지키고 있는 군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월 4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당시 美국무장관은 아르헨티나에서 호르헤 파우리 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베네수엘레 원유의 미국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우고 차베스를 계승한 좌파 포퓰리스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美제국주의자가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우리는 끄떡없을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며 반발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정권을 비웃었다. 그리고 얼마 뒤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지난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정부가 국유자산을 매각하는 것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제재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그 돈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돈”이라며 “마두로는 자국민에 대한 박해를 중단하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한 뒤 공정한 선거를 실시해 민주주의를 회복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외신들로부터 "트럼프 정부가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 금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제재가 시행되면 국가 수입의 95%를 석유수출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물론 연간 66억 달러의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도 피해를 입게 된다.

중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외에도 콜롬비아로부터도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반미세력 군기잡기’가 진행될수록 중국의 ‘부수적 피해’도 점점 더 커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올 1월 “러시아가 대중 석유수출을 100% 늘렸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중국이 피해를 입을 때 러시아가 도와주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GDP의 35%를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는 러시아는 셰일 오일로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미국發 유가 하락 압력을 막느라 정신이 없다.

무력 충돌 없이 미국이 이기는 무기… ‘달러’

美中무역전쟁을 앞두고 미국이 아직 앞세우지 않은 무기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말 브레튼우즈 체제 때부터 시작된 미국의 패권무기 ‘달러’다. 1971년 8월 15일 닉슨 당시 美대통령의 금본위제 폐지 이후에도 ‘달러’는 미국의 상징이면서 무기였다.

발행한 지폐의 60%가 해외에서 통용된다는 ‘달러’는 오직 미국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특산품이자 무기이기도 하다. ‘달러’의 위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북한 평양이다. 평양에서는 사실상 ‘달러’만 돈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 2017년 봄 美워싱턴 D.C.에서 열린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 개발위원회 회의. WB와 IMF, IBRD 등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달러'다. ⓒ세계은행 홈페이지 공개사진.
‘달러’가 무기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로 본다. 전쟁 이후 유럽 전역을 재건한 ‘마셜 플랜’, 중동 지역에서 급속히 발전한 석유산업과 거래, GATT 체제를 통한 자유무역 확산 등에서 ‘달러’는 결제 수단이자 가치 평가 수단으로 통용됐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비용, 1980년대 쌍둥이 적자로 위상이 떨어진 적은 있지만 기축통화 가치를 잃은 적은 없다.  

미국의 ‘달러’가 이처럼 막강한 힘을 갖게 된 계기 가운데는 국제기구의 제3세계 개발, 국제금융체제 확립도 포함돼 있다. 미국이 어떻게 ‘달러’로 다른 나라를 이겼는지 알려면 이 대목을 봐야 한다. 2005년 ‘황금가지’에서 펴낸 ‘경제 저격수의 고백’이라는 책이 이런 내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인도네시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 등 저개발 국가에서 ‘컨설턴트’로 활약했던 존 퍼킨스의 이야기다.

책에도 나와 있지만 미국이 냉전 기간 동안 국제기구를 이용해 ‘달러’의 영향력을 확대한 방법은 대략 이렇다. 당시 소련은 블록 확장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친소 국가들에 자금과 무기, 장비 등을 무상 공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일부 국가는 민간 기업을 앞세웠다. 이들은 제3세계 신생 독립국들을 찾아가 경제 상황 진단 및 향후 발전 계획을 컨설팅해 주고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저리의 차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개해 줬다.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받는 게 어려우면 美대외원조청(USAID) 등이 도움을 줬다.

문제는 차관을 받은 신생 독립국 권력자 모두가 청렴결백하지도, 국가 미래를 설계할 만큼 똑똑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독재 정권에게 주어진 거액의 ‘달러’는 부정부패를 유발했다. 이들에 이어 권력을 잡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빚을 빌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 사이 국제금융기구의 ‘전주(錢主)’ 국가는 복리로 붙은 이자 몫으로 해당 국가의 자원 또는 사회간접자본 운영권을 챙겼다.

냉전이 끝난 뒤에는 미국이 이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달러’의 영향력은 거의 그대로 남았다. 그리고 어찌 보면 마지막 ‘작업’이 있었던 곳이 러시아와 중국이었다. 러시아는 옐친 정권 시절 공기업 민영화에 실패하면서 舊공산당 간부들과 결탁해 벼락부자가 된 ‘올리가르히’가 문제가 됐다. 이들은 2000년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과 그 지지 세력이 숙청했다(사실은 이들이 ‘올리가르히’ 자리를 빼앗았다).
▲ 거액의 비자금을 들고 미국으로 정치적 망명을 한 궈원구이. 그의 가족도 中공산당 고위층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경우 1997년 7월 홍콩 반환을 계기로 마오쩌둥의 손주들,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친인척들이 홍콩 재벌들과 손을 잡으면서 ‘올리가르히’와 비슷한 세력이 됐다. 中공산당은 2012년 11월 시진핑이 中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 뒤 이런 세력들을 모두 숙청한 것처럼 선전했으나 2014년 1월 국제탐사기자들의 협회인 ICIJ가 조세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서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원자바오 前총리 등 전현직 中공산당 상무위원 8명의 가족들이 숨겨놓은 수 조 달러의 비자금을 찾아내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공식적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러시아와 중국이 ‘달러’의 영향권에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세력과 中공산당 고위층 가족들의 조세피난처 비자금 유령회사에서 보듯 핵심계층은 ‘달러’의 영향력에 빠져버린 상태다. 이들의 비자금이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나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한 돈의 일부라는 분석은 기정사실화 돼 있다.


[③'美中무역전쟁 가운데 드러날 중국의 약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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