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美-中 무역전쟁의 본질① 美4300억 VS 中1500억 달러… 수출액 차이만 '2.5배'
  • ▲ 지난 2일 2,300선이 무너진 뒤 코스피 지수.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2일 2,300선이 무너진 뒤 코스피 지수.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美정부가 오는 6일(현지시간) 대중 무역전쟁을 시작한다고 선포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 1,150억 원)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1차 관세 대상 물품은 340억 달러(한화 약 38조 1,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中정부 또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545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당초 세계는 미국과 중국이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지난 6월 27일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과 시진핑 中국가주석 간의 회담에서도 양측의 대립이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지난 며칠 사이 한국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화와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의 가격이 상승한 것이 그 증거다. 

    4300억 달러 vs 1500억 달러

    무역전쟁은 사실 승자가 없는 싸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경험에 따른 것이다. 1930년대 금융 대공황이 닥친 뒤 세계 각국은 미국을 따라 수입산 물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19세기 초반 ‘먼로주의’에서 시작된 미국식 고립주의가 세계적으로 퍼졌다. 심지어 전 세계에 식민지를 두고 1820년부터 50년 동안 관세 0%를 지키며 자유무역을 일으켜 거대한 부를 쌓아올린 영국조차도 1932년부터 ‘일반관세’라는 이름으로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매겼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무역량은 대폭 줄었다. 1929년부터 1933년 사이 세계 교역량은 이전 대비 3분의 1로 줄었다. 무역 감소는 자원과 상품 수입국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수출로 생존하던 국가도 큰 타격을 입었다. 2차 세계 대전을 거쳐 냉전이 시작된 뒤 세계는 동서 블록으로 나뉘었지만 무역량만큼은 점점 더 커졌다. 홀로 생존할 수 없음을 알게 돼서다.

    이처럼 ‘무역’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는 것이 ‘상식’처럼 돼 있지만 예외도 있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다 엄청난 천연 자원을 갖고 있는 나라,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19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고립주의 노선을 지키면서도 급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했다.
  • ▲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진영의 자유무역체제를 이끈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와 이를 이어 발전된 WTO 체제. ⓒPPT 온라인 화면캡쳐.
    ▲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진영의 자유무역체제를 이끈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와 이를 이어 발전된 WTO 체제. ⓒPPT 온라인 화면캡쳐.
    2차 세계 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자국의 내수 시장을 전 세계에 개방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덕분에 경제성장을 이룩,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는 유럽은 물론 일본, 한국, 대만 등이 포함돼 있다. 내수 시장의 규모는 보통 ‘최종 가계 소비지출(HFCE)’로 따지는데 미국은 2016년 말 세계은행이 집계한 데 따르면 12조 8,207억 달러(한화 약 1경 4,401조 3,8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GDP의 71% 수준이며 28개 국가 연합체인 EU의 9조 2,404억 달러보다 30% 이상 많다.

    여기에 맞서는 중국의 내수 시장은 4조 4,045억 달러(한화 약 4,950조 6,600억 원)이다. 절대 액수로만 비교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무역전쟁에서 중요한 부분은 GDP 대비 내수 시장 규모다. 중국은 37%에 불과하다. 즉 중국이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은 수출을 통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중국 수출의 미국 의존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2018년 1월 한국무역협회(KITA) 中베이징 지사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의 무역 흑자액 가운데 65.3%인 2,758억 달러를 미국에서 벌어들였다고 한다. 같은 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98억 달러(한화 약 481조 9,800억 원). 중국은 몇 년 전부터 무역 흑자의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2016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KITA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대미 의존도는 2012년 94.7%, 2013년 83.1%, 2014년 62.0%, 2015년 43.9%, 2016년 49.2%, 2017년 65.3%를 나타냈다.

    美정부의 통계는 조금 다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상무부 통계를 인용해 보도한 데 따르면 2017년 미국 무역적자는 5,660억 달러(한화 약 624조 500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중국에게 본 적자가 3,752억 달러(한화 약 421조 500억 원)이나 됐다고 한다.

    반면 중국이 미국에게 ‘시장’을 통해 압박할 수 있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보잘것 없다. KITA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금액은 1,539억 달러(한화 약 172조 6,600억 원)이다. 중국 해관총서(세관)나 美상무부가 집계한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볼 때 美中무역전쟁에서 미국은 4,300억 달러짜리 ‘펀치(시장)’을 휘두를 수 있는 반면 중국은 1,500억 달러짜리로 맞서야 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 ▲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10대 수출·수입국.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캡쳐.
    ▲ 2017년 말 기준 중국의 10대 수출·수입국.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캡쳐.
    ‘지적재산권’과 ‘원천 기술’은 미국이 압도적 우위

    무역수지만큼이나 중국이 버거워 하는 미국의 무기가 바로 ‘지적재산권’과 ‘원천기술’이다. 이 분야는 중국의 절대적 열세다.

    최근 중국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스마트폰, 노트북, PC, 통신장비, ICT 융합 가전 등의 원천 기술은 대부분 미국이 갖고 있다. 단적인 예가 CPU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인텔과 AMD다. ICT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돌리는 운영체제(OS) 역시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가 과점하고 있다. 모두 미국 기업들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핵심요소가 될 신소재, 인공지능, 통신방식, AR과 VR 또한 원천기술은 다 미국 소유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선을 보였던 드론 집단공연도 비행체는 중국제였지만 이를 시연한 프로그램과 중앙연산장치는 인텔의 것이었다.

    소프트 산업에서도 중국은 미국에게 어쩌지를 못한다. 의류나 백색가전 관련 산업디자인은 유럽의 그것을 베끼지만 콘텐츠 관련 산업의 대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이 자체 개발했다는 무기 디자인들마저도 미국 영향을 못 벗어난다.

    전 세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美정부에 특허를 출원하는데 전력을 기울인다. 美특허청 발표에 따르면 2016년 회계연도 기준 특허 출원 수는 33만 4,000여 건인데 이 가운데 미국 거주자가 약 16만 건을 출원했다고 한다. 뒤를 이어서는 일본이 5만 3,000여 건, 한국 2만 1,900여 건, 독일 1만 7,500여 건으로 나타났고, 중국은 외국 가운데 대만에 이어 5위로 나타났다. 15억 명의 인구가 있고 일당 독재를 하는 공산당이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음에도 특허 출원 건수가 이 정도라면 정석대로 미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중국은 미국을 비롯해 서방국가에서 지적재산권과 산업기밀을 훔치는데 열을 올렸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물밑에서 해결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달랐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0년 동안 중국이 벌어들인 엄청난 무역흑자를 비판함과 동시에 이들이 미국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저지른 행동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7년 8월 14일(현지시간) 트럼프 美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실태를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18년 3월 美무역대표부(USTR)은 200여 쪽 분량의 ‘중국에 의한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 보고서’를 내놨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기업을 설립할 때 외국인에 대한 소유권을 제한하며, 이를 통해 미국기업들과 합작 회사를 설립한 뒤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공정한 기술이전을 방해하려 특허 취득이나 행정절차를 까다롭게 해 미국기업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 ▲ 北탄도미사일을 막을 '사드(THAAD)'의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 것은 중국 정부와 한국 내 좌파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탄도미사일을 막을 '사드(THAAD)'의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 것은 중국 정부와 한국 내 좌파였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한 중국 정부가 주도해 미국 기술기업 및 자산에 대한 투자와 인수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첨단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빼내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해킹 등을 통해 미국기업의 네트워크에 침투해 지적재산권과 영업 비밀을 빼내 자국 기업과 군대의 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트럼프 美대통령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관세 부과 준비를 명령했다. 美언론들은 1,300여 개 중국 제품에 대해 징벌적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 침해는 해적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대놓고 반발하기가 어려운 문제였다. 아직은 이 관세가 부과되지는 않고 있으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중국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게 뻔했다. 당시 화춘잉 中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대미 수출품 대부분은 미국의 비교 우위가 없고 미국이 생산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었다. 결국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4월 11일 보아오 포럼에서 공개적으로 “중국도 지적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며, 이는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은 수그러들었다.

    미국의 ‘펀치’ 빗나갈 경우 中 대신 맞을 나라는?

    이밖에도 미국이 중국을 옥죌 수 있는 수단은 적지 않다. 2015년 기준 30만 명에 달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포함해 400~5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중국인들의 비자 문제, 수많은 中공산당 간부들이 미국으로 빼돌린 비자금 문제, 국제금융기구와 월스트리트를 동원해 중국 그림자 금융의 실체 폭로하기 등 생각해 보면 美정부가 중국을 때릴 수 있는 수단은 수없이 많다. 다만 미국은 중국을 때리는 ‘유탄’에 동맹국이 맞을까 조심한다.

    사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 그 악영향을 주변국이나 교역국에다 전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 중에서 제 격인 곳이 한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이 나서기를 원하는 한국이니,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 중재를 서주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는 일종의 역제안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국이 한국을 앞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국은 정권 교체를 떠나 정치권과 언론, 학계가 ‘값싼 노동력=산업 경쟁력’이라는 19세기 형태 원가 절감론에 동조하면서 상당수 제조업체를 중국으로 보냈다. 이런 중국행에는 현대기아차 그룹, 롯데 그룹, 아모레퍼시픽그룹 등 거대기업도 동조했다.
  • ▲ 2017년 11월 방중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일행이 식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년 11월 방중 당시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일행이 식사하는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런 업체들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짓다 보니 한국이 원자재와 소재를 중국 공장에 보내 조립하고 이를 다시 미국에 판매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이는 센젠의 공장에서 제조한 것을 들여와 조립해 다시 수출하는 홍콩이나 중국 기업으로부터 하청을 받는 공장들이 많은 캄보디아와는 또 다른 산업구조다.

    실제로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의 수입대상국 1위다. 연간 수입액은 1,775억 달러(한화 약 198조 5,700억 원)에 달했다. 중국의 주요 수출입 대상국을 보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독립국이면서 중국에 우호적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른 나라들은 대만, 홍콩, 일본, 베트남처럼 철저히 반중 국가이거나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곳이다.

    두 번째는 한국 사회의 친중 성향이다. 이미 한국 사회 각계각층에는 ‘친중파’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중국에서 스스로를 ‘친중파’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11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中베이징大를 찾은 자리에서 한 말이다.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중략)…저는 중국이 더 많이 다양성을 포용하고 개방과 관용의 중국정신을 펼쳐갈 때 실현 가능한 꿈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부터 중국을 믿고 따르니 ‘거대한 반대급부’만 약속한다면 미국의 ‘펀치’를 대신 맞아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지금 ‘트럼프의 미국’은 ‘위대한 미국 재건’을 위해 전 세계 ‘반미세력들’을 쓰러뜨릴 준비를 하고 있어 중국이 한국 등 뒤에 숨는다고 해도 생존율이 높아질지 장담할 수 없다.

    [②‘美의 반미 세계 군기잡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