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포퓰리즘, 종말로 치닫나?… CNN, BBC, NHK 등 외신들 "마약 카르텔" 배후로 지목
  • ▲ 이번 대선에서 이긴 좌파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번 대선에서 이긴 좌파 후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7월 1일(현지시간) 치러진 멕시코 대선에서 89년 만에 좌파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 언론들은 새 맥시코 대통령이 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64·AMRO)’ 후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거의 한 세기만에 정권이 좌파로 넘어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발표가 나온 뒤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맹세한다”며 “부패와 불법을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외쳤다. 그는 “에너지 개혁을 통해 기존 계약의 부정부패,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다만 재산몰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오브라도르 후보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는 의문이다. 영화보다도 잔혹한 멕시코의 현실 때문이다. 세계 주요 언론은 “멕시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동안 최소한 132명의 정치인이 암살당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인만 130명 이상 암살됐다

    7월 1일(현지시간) 멕시코 대선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128석의 상원, 500석의 하원 의원 선거가 종합적으로 치뤄졌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축제여야 할 대통령 선거는 멕시코에서는 ‘피의 향연’이 됐다.

    英로이터 통신과 美CNBC는 엿새 전, 프랑스 AFP통신은 나흘 전, 美CNN과 호주 ABC, 프랑스24는 이틀 전, 英BBC와 美뉴욕타임스(NYT)는 어제 유사한 보도를 일제히 내놨다. 내용은 동일했다. “멕시코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 동안 최소한 130명의 정치인이 암살당했다”는 충격적인 기사였다.

    언론사마다 132명 또는 136명, 138명 등 근소한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최소한 130명 이상의 정치인이 살해된 점은 분명히 했다. "이들은 모두 누군가 보낸 살인청부업자에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도 공통적이었다.
  • ▲ 멕시코 위기관리기업 '에텔렉트'가 공개한 정치인 암살 통계.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 멕시코 위기관리기업 '에텔렉트'가 공개한 정치인 암살 통계. ⓒ美CNN 관련보도 화면캡쳐.

    CNN은 대선 기간 동안 수많은 정치인이 살해된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며, 멕시코의 치안 환경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멕시코 위기관리업체 ‘에텔렉트(Etellekt)’의 자료를 인용해서 "대통령 선거 운동이 펼쳐진 9개월 동안 132명의 정치인이 살해당했다"고 전했다.

    ‘에텔렉트’는 보고서를 통해 “대통령과 상·하원 선거운동 준비가 시작된 2017년 9월 이후 멕시코 31개 주 가운데 22개주에서 정치인 암살이 벌어졌다”면서 “이 가운데 48명은 후보들이었고 나머지는 각 당의 당직자였다”고 보도했다.

    살인사건 희생자 3만명에 육박

    ‘에텔렉트’는 멕시코 선거 기간 중에 있었던 ‘암살 사례’도 설명했다. 멕시코 주요 정당 가운데 하나인 ‘공공혁명당’은 "12명을 암살로 잃었다"고 했다. 이들은 대부분 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었다.  ‘공공혁명당’은 후보들이 왜 암살당했는지 아직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멕시코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가진 마약 카르텔이 그 배후에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CNN은 “엘레텍트의 보고서 가운데 절정은 정치인들에 대한 범죄 횟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암살과 납치, 고문 등을 비롯해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무려 543회나 발생했다.

    CNN은 “그러나 멕시코에서 벌어지는 정치인에 대한 폭력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2017년 멕시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2만 5,000여 건으로 사상 최대였다. 그런데 2018년에는 이 기록이 깨지게 생겼다. 5월에만 4,381명이 살해당해 올 들어 살인사건 희생자 누계가 최소 2만 9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 ▲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여기에 맞서 '자객(Scicario)'이 된 전직 검사 이야기를 그린 시카리오의 한 장면. ⓒ유튜브 공개 시카리오 2편 트레일러 캡쳐.
    ▲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여기에 맞서 '자객(Scicario)'이 된 전직 검사 이야기를 그린 시카리오의 한 장면. ⓒ유튜브 공개 시카리오 2편 트레일러 캡쳐.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의 영향력은 정부를 넘어설 정도"라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다. 마약 카르텔을 조롱하는 일반인, 소탕하겠다고 큰 소리 치는 정치인, 경찰 간부들이 살해당하는 것은 물론, SNS를 통해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살해 위협을 받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시카리오’ 속 마약 카르텔도 무시무시해 보이지만, 현실 속의 멕시코 마약 카르텔은 그보다 몇 배는 더 악랄한 조직이다. 거대 조직들은 잠수함에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가 군대를 동원해 마약 카르텔과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쉽게 진압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