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종교 특혜" 논란… "양심·비양심 기준도 애매모호… '종교적 병역거부자'로 표현 바꿔야"
  • ▲ 바른군인권연구소와 자유인권연구소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바른군인권연구소와 자유인권연구소가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종교나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 즉 '입영 및 집총 거부자'들이 헌재 결정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 가운데 '비양심 병역기피'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헌법재판소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만 규정하고 있는 병역법 제5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대체복무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동시에 국회를 상대로 병역법 개정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9년 12월 31일까지 대체복무제가 포함된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거부하는 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88조에 대해서는 과거 판단(2004년, 2011년)과 마찬가지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대체복무를 할 수는 있으나 병역기피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 자체는 문제 없다는 판단이다.

    병역거부 99%가 '여호와의 증인'... 특정 종교 특혜?

    병무청에 따르면 2004년~2013년도 병역거부자 6164명 중 6118명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무려 99.2%에 해당한다. 그 외 불교 신도 1명을 제외한 나머지 45명은 기타 신념적인 이유다.

    종교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있는 조믿음 바른미디어 기자는 "입영 및 집총 거부자가 공식 명칭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것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했다.

    조 기자는 "개신교에서도 병역거부는 있었다. 메노나이트(네덜란드 출신 메노 시몬스에 의해 시작된 재세례파의 한 교파)파인데 한국에는 많지 않다"고 했다.

    그렇다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왜 집총을 거부할까.

    조믿음 기자는 "그들의 교리에 따르면 국가와 정부는 사탄의 권세에 속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방부와 병무청은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입영 및 집총 거부자'가 정확한 표현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 측은 29일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마감 시각인 이날 오후 6시까지 연락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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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 '비양심' 판단 기준은?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의 대다수가 특정 종교인인만큼, 병역기피를 위해 해당 종교에 청년들이 쏠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시 등 국가 급변 사태에서 대체복무제도가 병역을 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국가 안보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의 발생'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양심 병역거부'와 '비양심 병역기피'를 어떻게 구분할까.

    국방부는 해당 제도가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체복무제 복무 기간을 현역보다 늘리고, 양심 병역거부를 판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마저도 못미덥다는 시선이 많다.

    김영길 군인권센터연구소 대표는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99%가 특정 종교였지 않느냐"며 "그런데 군인권센터연구소에서 통계를 낸 결과 기타 이유로 병역거부를 선언한 청년들의 21%가 종교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부 헌법재판관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28일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전시 등에서 참혹한 현상을 보고 갑자기 생긴 '병역거부의 양심'에 대한 심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법리적으로 모순된 정치적 판결 내려"

    '양심적 병역거부자' 판단의 모호함의 문제를 두고 국방부의 대안보다 당초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길 군인권센터연구소 대표는 "이는 결국 28일 헌재 판결이 모순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며 "병역법 5조와 88조에 대해 각기 다른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 대표는 "차라리 병역법 5조가 위헌이면 위헌이지, 헌법불합치가 뭐냐. 위헌되면 이제껏 구속된 사람들 다 풀어줘야 되는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 같은데, 이는 명백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했다.

    그는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88조에 대해선 인정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대체복무제)를 인정하라고 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며 "8월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공개변론이 있는데 사실상 이때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김영길 대표는 "헌재 재판관들이 국민 눈을 가리고 현혹시킨 면이 있다"며 "판결 원문 80페이지를 다 분석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