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조사 “찬성 39%… 종교 같은 말레이-인니도 거부하는데 왜 우리가 수용하나” 반대
  • '리얼미터'는 지난 21일 예멘 난민의 제주도 수용에 대한 전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 '리얼미터'는 지난 21일 예멘 난민의 제주도 수용에 대한 전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예멘에서 온 난민 500여 명의 처우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예멘 난민을 받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호남 지역·정의당 지지층 외 다수 난민 수용 반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는 지난 21일 TBS의 의뢰로 제주도에 예멘 난민을 수용하는 문제에 대한 전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예멘 난민을 제주도에 수용하는데 반대하는 응답자가 49.1%로 찬성 응답자 39%보다 10.1%나 많았다.

    응답자의 23.4%는 예멘 난민 수용을 매우 반대한다고 했고, 25.7%는 반대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찬성하는 편인 사람이 31%였다. 매우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8.0%에 불과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자는 11.9%였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호남 지역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만 “예멘 난민을 제주도에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부산, 울산, 경남, 경기, 인천 지역, 20대,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자,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 정치적으로 중도층과 보수층,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난민 수용에 반대했다고 한다. 서울 지역, 40대와 60대 이상, 더불어 민주당 지지층, 진보층에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부산, 울산, 경남 등 PK 지역에서는 예멘 난민 수용 반대가 55.1%, 찬성이 36.7%였고, 경기와 인천은 반대 54.3%, 찬성 34.1%로 나타났다.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세종 등에서도 반대가 46% 이상으로 30%대의 찬성 의견보다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반면 광주·전라 지역에서는 50.7%가 예멘 난민을 제주도에 수용하는데 찬성했다고 한다. 서울은 찬성 41.4%, 반대 44%로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 의견이 더 많았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지지층의 약 60%, 무당층의 55.2%가 난민 수용에 반대했고, 더불어 민주당 지지층은 반대 46.2%, 찬성 42.5%였으며, 정의당만 찬성 53.7%, 반대 28.4%로 난민 수용을 적극 지지했다고 한다. 이념이 진보 성향일 경우 예멘 난민 수용을 적극 지지할 것으로 생각됐으나 실제로는 찬성 44.7%, 반대 44.1%로 팽팽히 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처럼 국민들 사이에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의견이 더 높은 것은 일부 언론의 지적처럼 문화적 이질감이나 배타적인 사고방식 때문이 아니다. 2014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에 테러조직 ‘ISIS’가 발호한 뒤 발생한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주한 뒤 일어난 일들이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어서다.
  • 난민을 단상으로 불러 포옹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016년 10월 난민 캠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10대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에게 강간살해당한 19세 독일 여대생 사진. ⓒ독일 디버시티 마흐 프라이 블로그 캡쳐
    ▲ 난민을 단상으로 불러 포옹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2016년 10월 난민 캠프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10대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에게 강간살해당한 19세 독일 여대생 사진. ⓒ독일 디버시티 마흐 프라이 블로그 캡쳐
    2015년 초부터 EU를 쪼개놓은 시리아 난민 사태

    이라크와 시리아 난민 문제는 2015년 초부터 유럽에서 논란이 됐다. 북아프리카 출신 청년들이 가짜 시리아 여권을 들고 유럽으로 몰려들다 적발된 것이다. 이들은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에서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이었다. 난민 문제는 해가 갈수록 논란이 됐다. ISIS뿐만 아니라 다른 테러 조직들까지 난민으로 위장해 유럽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냉소적 만평으로 유명한 잡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출신 이민자 형제의 공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경찰 2명을 포함해 12명이 사망했다. 이해 9월에는 ‘아일란 쿠르디’라는 3살배기 남자아이가 유럽으로 가는 밀입국선에 탔다가 숨진 사건이 발생해 난민들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도 늘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테러는 EU의 분열을 초래했다.

    같은 해 11월 시리아 난민으로 위장, 그리스를 거쳐 프랑스로 온 ‘자칭 난민들’과 프랑스, 벨기에에 거주하던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파리 시내 7곳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저질러 130여 명을 살해했다. 프랑스 당국 수사 결과 ‘자칭 난민들’은 알제리와 파키스탄 출신으로 ISIS에 가담하기 위해 시리아에 갔다가 위조 여권을 구해 ‘난민 자격’으로 프랑스에 침투했다고 한다.

    2015년 12월 말 독일 대도시 곳곳에서 수천여 명의 ‘난민’ 남성들이 연말연시 불꽃놀이 축제를 즐긴다며 길가는 젊은 여성을 집단 성폭행,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져 독일 사회를 분노케 했다. 이후 유럽 언론들이 취재한 결과 ‘난민’이라는 무슬림 남성들은 핀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에서도 유사한 성폭력을 저질렀음이 밝혀졌다.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나라에서 우파 정권이 들어서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메르켈 정부는 처음 이 사건을 덮으려 시도했다가 국민의 질타를 받은 뒤 피해 접수를 받았다. 이후 500여 명의 피해자가 접수됐다고 한다.

    ‘난민’을 자처하는 무슬림 남성들의 성폭력은 계속됐다. 2016년 5월 다름슈타트 음악 축제에서 집단 성폭력이 발생했고, 7월에는 바이에른州 통근 열차에서 10대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이 도끼 테러를, 이란계 이민자 청소년이 뮌헨 쇼핑몰에서 총기 테러를 가해 각각 5명에게 중상을 입히고 9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7월 하순에는 시리아 난민이 노이틀링겐 도심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안스바흐 지역 식당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독일의 한 난민 캠프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하던 19살 여대생이 캠프에 있던 아프가니스탄 출신 10대 난민 소년에게 강간 살인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뒤에는 독일에 유학하던 중국인 여학생 2명이 ‘이라크 난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용의자는 독일 경찰에 검거됐다.
  • 2016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난민들이 따뜻한 집과 옷, 좋은 음식을 내놓으라고 폭동을 일으킨 뒤 거리 모습. ⓒ퍼니 앤 크린지 유튜브 채널 캡쳐.
    ▲ 2016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난민들이 따뜻한 집과 옷, 좋은 음식을 내놓으라고 폭동을 일으킨 뒤 거리 모습. ⓒ퍼니 앤 크린지 유튜브 채널 캡쳐.
    EU 거부로 갈 곳 잃은 ‘자칭 난민’, ‘비자면제지역’ 찾아 제주로

    이 같은 범죄 외에도 난민 캠프를 만들고 의식주를 지원해줘도 “이거 밖에 못 주느냐”며 폭동을 일으키고, 자원 봉사하는 해당국 국민에게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난민 유입을 막는 EU 회원국이 생겨났다.

    특히 종교적으로도 민족적으로도 무슬림에 부정적인 동유럽 국가들은 2015년부터 아예 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최근 우파 정권이 들어선 뒤 “난민을 도와주면 최대 징역 1년형에 처한다”는 법률을 제정한 폴란드는 2015년부터 EU의 난민 할당제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체코, 헝가리도 폴란드의 뒤를 이었다.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난민 수용을 거부했다.

    서방 진보 세력들은 미국과 동유럽 국가를 비난하지만 사실 이라크, 시리아, 예멘에서 온 난민을 받지 않는 것은 이웃의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오만, 쿠웨이트, UAE 등도 마찬가지다.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또한 난민을 받아주지 않는다. ‘난민’을 자처하는 이들도 이런 이슬람 국가로 가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말레이시아 등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난민들을 보면 짐작이 간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들어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수는 561명. 남성은 504명, 여성 45명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연령별로는 7세 미만이 9명, 7~17세가 17명이었고 523명이 18세 이상의 성인이었다.

    법무부는 예멘 난민 신청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뒤 4월 30일부터 이들의 거주지를 제주도로 제한했고, 지난 6월 1일부터는 예멘을 무비자 입국금지국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기 전에 이미 제주도를 떠났거나 다른 나라로 간 사람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현재 제주도에 남은 예멘 난민 신청자는 남성 462명, 여성 24명(7세 미만 3명, 미성년자 12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남성들의 80% 안팎에 모두 20~30대의 건장한 청년들이라고 한다. 또한 내전을 피해 온 난민들이라면서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SNS를 하는 모습을 봤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같은 구성은 2015년 초부터 2017년 말까지 이어졌던 EU 유입 난민들의 연령 및 성별 구성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EU 내부에서도 “내전을 피해 도망쳤다면서 어떻게 노약자는 거의 보이지 않고 모두 건장한 청년들뿐이냐”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 지난 6월 18일 제주도가 열어준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예멘 난민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18일 제주도가 열어준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예멘 난민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들의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1인당 43만 2,900원, 5인 이상 가구일 경우 138만 5,9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멘 난민들은 아직 난민 허가를 받지 못해 지원금을 받을 수는 없으나 제주 지역에서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구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일을 하겠다던 난민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힘들다"거나 "월급이 너무 적다"며 취업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난민 수용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예멘 난민들이 한국도 서유럽처럼 놀고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서 왔다가 그게 아니니까 불만을 드러내는 것 같다"고 주장한다.

    예멘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일본이나 호주는 물론 무슬림에게 관대한 편인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조차 받아주지 않는 예멘 난민을 우리나라가 왜 나서서 받아줘야 하느냐"는 질문도 던지고 있다. 종교적 유대감이 끈끈한 나라조차 외면했다면 뭔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다른 비판도 나온다. EU에 몰렸던 난민 가운데 ISIS가 판매하는 시리아와 이라크 위조 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7년 넘게 내전 중인 예멘의 경우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EU가 겪었던 시리아·이라크 위조 여권은 현지 외무부 건물에 있던 용지에다 ISIS가 가짜 정보를 찍어 넣은 것이어서 진위 판별이 불가능했다. 후티 반군이 한 때 나라 대부분을 장악했던 예멘은 과연 다를까.

    한국민 대부분이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가장 큰 이유는 2015년부터 난민들에게 관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지금도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쟁이 나면 나가 싸우겠다”는 애국심을 높이 평가하는 한국인들 눈에는 전쟁이 났다고 가족과 노약자를 남겨둔 채 자신만 해외로 도피한 청년 난민들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