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부근에 700명 규모, 동해안에 군함 주둔” 4월부터 거론… 여당 의원들 “아직 이르다” 부인
  • 주한미군 육군 항공여단 기지에 주기돼 있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 사진과 기사 내용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한미군 육군 항공여단 기지에 주기돼 있는 AH-64 아파치 공격헬기. 사진과 기사 내용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권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이 북한 체제를 보장하는 방법의 하나로 ‘주북미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21일,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을 좌우로 나눠 동쪽은 미국에, 서쪽은 중국에 개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 동쪽에 미군이 주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의사’를 공공연하게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조만간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중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권 고위 인사가 ‘주북미군’ 가능성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국노총 출신이자 ‘386운동권’ 정치인인 김경협(56)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무 성급한 생각인 것 같다”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에서 요구하는 체제보장이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해달라는 것”이라며 “군사적 공격 또는 체제전복 시도를 하지 말라는 의미지, 미군을 이용해서 체제를 보장받겠다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10년의 전략을 갖고 실행해 오고 있다”면서 “따라서 (미군을) 추가로 늘리거나 배치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박주민(45) 의원 역시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2일 본지에 “주북미군은 북한과 미국의 신뢰가 두텁게 구축돼야 가능한 일”이라며 “그 단계까지 간다는 것은 북한이 평화적인 분위기로 접어드는 것인데 그게 단기간에 될 수 있겠느냐”며 의문을 표했다.
  •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美北정상회담 당시 모습.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美北정상회담 당시 모습.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미북정상회담 발표 직후 거론돼

    "북한이 미군 주둔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김정은이 美北정상회담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뒤 나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정규재 ‘펜 앤 마이크’ 대표의 주장이다.

    정규재 대표는 4월 14일 유튜브 방송에서 “소식통에 따른 이야기”라며 미국과 북한 간의 비밀 회담 가능성을 주장했다. 정 대표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내려놓는 조건으로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하고 대사급 외교관을 파견하는 공관을 설치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또 평양 외곽에 700명 주둔 규모의 미군을 파견해 ‘김정은을 지켜주겠다’는 조건을 내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미국은 원산 쪽 동해안에 미군 군함이 들어가게 해달라는 요구를 북한에 할 것”이라며 “이 제안을 들어주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문제가 풀리고, 미국이 김정은을 지켜주겠다는 조건을 북측에 제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후 5월에는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 도보다리를 산책하면서 “주한미군 철수가 아니라 북한 주둔을 원한다”고 말했다는 소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위주로 돌기도 했다. 김정은이 미군을 이용해 중국의 내정간섭을 막고, 중국을 등에 업는 한편 미군 주둔으로 체제를 보장받을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이처럼 북한에 미군이 주둔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관련 주장이  여당 고위 관계자를 통해 나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