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영장 신청하면, 검찰은 기존 수사기록을 넘겨줘야 하는 상황"… 수사 우선권 놓고 다툼 여지
  • ▲ 검경수사권 조정 정부합의안이 발표된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검경수사권 조정 정부합의안이 발표된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로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 뉴시스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 주요 사항 중 검찰의 '직접수사권 제한'과 관련된 용어 해석이,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검경수사권 조정의 주요내용은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적인 수사종결권 부여 ▲경찰이 신청한 영장이 기각될 경우 객관성을 담보하는 불복제도 도입 ▲경찰이 검찰 구성원 수사를 위해 영장을 신청하는 경우, 검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에 협력할 것을 명시 ▲자치경찰 시범도입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방침 재확인 ▲경찰 권력 비대화 및 권한 남용 방지를 위한 검찰의 견제 장치 강화 ▲경제·선거 등 특수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 유지 등의 7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1년여를 끌어온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지휘권 및 수사종결권을 검찰이 계속 행사케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맞춰져 있다. 이 두 가지 권한은, 창설 이래 경찰이 염원해 온 '수사권 독립'의 상징과도 같다. 언론의 관심 역시 수사지휘권 및 수사종결권 부분에 집중됐다. 그러나 두 권한의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정부안 발표로 해법을 찾았다.

    검경 두 조직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정부안은 검찰의 견제 장치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조건을 붙여 갈등을 최소화했다. 경찰에 대한 징계·시정요구권, 직무배제권을 검찰에 부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이 끝까지 불응하면 사건을 직접 가져올 수 있는 송치권도 검찰에 줬다. 경찰이 기소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경우에도, 당사자는 사건의 재수사를 검찰에 요구할 수 있으며, 검찰은 당사자의 신청이 없어도 직접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견제 장치 마련으로 검찰의 기소편의 및 기소독점원칙은 큰 훼손 없이 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권이다. 정부안은 특수사건으로 영역을 제한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허용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동일 사건을 검경이 중복수사 하는 경우 갈등 해소를 위한 기준도 마련했다. 원칙적으로는 검찰이 수사 우선권을 가지지만,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 영장기재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우선권을 갖는다는 것. 얼핏보면 기준이 명쾌한 것 같지만 내용을 다시 살피면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라는 문구가 모호하다.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착수'의 시점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검찰의 특수사건 직접 수사권은, 경찰 수사권 독립의 예외다. 특수사건에 관한 한 50년 넘게 쌓아온 검찰의 수사력을 경찰이 따라가기 어렵고, 사건 파일을 물리적으로 넘긴다고 수사 노하우나 정보력이 이전되는 것도 아니라서, 이 부분은 수사권 조정이 문제될 때마다 예외로 인식됐다.

    '특수사건'은 공직 및 기업 비리, 선거 범죄, 군사기밀 등을 포함한다. 특수수사권을 누가 행사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 보장'이란 대명제에도 불구하고, '진상을 규명하는데 있어 누구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적합한가'하는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찰이 영장 신청하면, 검찰이 수사 기록을 넘겨준다?

    아쉽게도 정부안은 이런 내용을 담지 못하고 있다.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의 착수'라는 기준은 다분히 기계적이다. 특수수사를 수사권 독립의 예외로 보기로 한 것이 정부안의 대전제라면, 그 정신에 따라 기준을 '효울성'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자가 만난 복수의 법조인들은 '경찰이 영장에 의한 강제처분에 착수한 경우'라는 문구를, “맥락을 볼 때 '경찰이 영장을 신청한 때'로 봐야 할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직 검사 출신 변호사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앞으로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직 경찰 간부 역시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그는 “실무 입법 과정에서 다듬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검찰이 지금처럼 특수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이 압수·수색이든 구속이든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기존 수사기록을 경찰에 넘겨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의 무리한 저인망식 수사 폐해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반드시 잡아야 할 범인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수사 부실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경이 공조를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두 조직이 수사우선권을 놓고 다툼을 벌인다면, 수사력 공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 간부의 말대로 법령 개정과정에서 수정을 거치겠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