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非朴 갈등 넘어 탄핵사태 후 당 잔류파·복당파 앙금 드러나
  •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총회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곪았던 고름이 결국 터졌다.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의 갈등이 폭발한 것을 계기로 내홍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 새누리당 분당 사태 이후 당 잔류파와 복당파 사이의 얽히고 설킨 감정의 골까지 드러나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고 있다. 

    ◆ 오늘도 '네 탓 공방' 

    의총 이튿날인 22일에도 친박과 비박 진영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비박계인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 저는 정말 참담한 심정"이라고 언급한 것이 2차 갈등의 뇌관이 됐다.

    친박계 김진태 의원은 바로 입장문을 내고 "김성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났다고... 가만 있는 내 목을 친다고 한 사람이 누군가? 의총에서 그걸 항의한 것이 잘못인가"라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래 놓고는 친박에게 뒤집어 씌운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애꿎은 초선 박성중 의원에게 책임을 미루지 말고 탈당파 모임에서 그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밝혀라"라며 "김 대표는 있지도 않은 친박에 기대 정치생명을 연명할 생각말고 쿨하게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해당 논란을 두고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김성태 퇴진 연판장'을 돌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계파 갈등이 재점화 된 것은 비박계 박성중 의원이 복당파 의원 2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내용을 메모로 적은 것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친박 살생부'라고 표현했다. 

    ◆ 5시간 동안 '진흙탕 싸움'

    5시간 동안 진행된 마라톤 의총에선 친박과 비박이 격돌했다. 메모에 이름이 적히 의원들과 친박계에서는 "박성중 의원이 갈등을 만들었다"며 제명을 요구했다. 나아가 복당파 모임에 참석한 김성태 권한대행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했다. 복당파 모임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박성중 메모 사태' 이후 복당파가 김성태 권한대행을 앞세워 친박 청산을 하려고 한다는 의심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계파는 인물이 있어야 생길 수 있는데, 친박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라지며 해체됐다"며 "복당파가 친박이라는 프레임으로 몰아넣어 청산하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의 말은 또 달랐다. 박 의원은 "오히려 친박계가 우리를 청산하려고 한다는 말이 나와 세력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놔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메모 내용 중 '목을 친다' 부분에 대해 "친박이 우리의 목을 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적은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이 자신들을 위협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비박계는 김무성 의원의 탈당 요구에 "해도 너무 한다"며 반발했다. 복당파 의원들은 "친박이 끼리끼리 만나는 데 어쩔 수 없었다"고 응수했다. 

    ◆ '탄핵 찬성파냐, 반대파냐'

    이번 대립을 계기로 또 다른 갈등 양상도 드러났다. 표면상으로는 친박과 비박 간의 갈등이 화두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파냐 반대파냐', '탄핵 이후 당을 지켰느냐 버렸느냐'를 두고 설전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들에게 침 맞은 것은 잔류파"라며 복당파 의원들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그는 "계파의 문제보다 잔류파와 복당파,(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중심으로 갈등이 크다"며 "이는 계파의 문제보다 갈등의 골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잔류파와 복당파 사이에 흐르는 묘한 신경전이 당 내홍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이날 오전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보수 그라운드제로' 토론회에서도 복당파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진 전 자유한국당 상임 고문은 "한국당이 갑자기 폭망(폭삭 망하다)하게 된 주된 책임은 대선 이후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홍준표 전 대표와 비박계 복당파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고문은 "한번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가 당을 망쳤고 이번에는 비박계가 당을 완전 작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