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대한민국 수립→ '정부 수립',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서술은 삭제
  • 기존 역사교과서에서 사용하던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에서 이제 더 이상 '자유'는 볼 수 없게 됐다. 자유민주주의인지 인민민주주의인지 그 의미가 불명확한 '민주주의'만이 쓰이게 된다.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내용도 빠지고, 대한민국 수립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교체된다. 내년 초등학교 5·6학년생들이 배울 사회교과서와 2020년부터 중고교생들이 배울 역사 교과서 이야기다.

    초등 교과서는 내년, 중고등은 후년부터 적용

    교육부는 21일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발표, 이달 22일부터 내달 12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폐지하고 그에 따른 후속 차원으로 이뤄지는 조치다.

    이 개정안은 지난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개발' 보고서 내용을 기초로 마련된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역사교과서 집필 방향이 담겨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새 역사교과서 및 사회과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 대신 민주주의를 쓰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는 자유, 평등, 인권, 복지 등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이미 선진적 형태의 민주주의는 사실상 자유주의적 정치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표현인 자유민주주의를 굳이 포괄적 의미의 민주주의로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서술도 삭제

    개정안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 맞게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대체했다.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당시를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보는 문재인 정부의 역사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한반도 유일 합법 정부' 서술 규정이 삭제된 점도 거센 비판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남북한이 지난 1991년 유엔(UN)에 동시 가입했다며 대한민국을 유일한 합법 정부로 보는 것은 시비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교육부의 입장은 우리 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반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삼고,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 국가로서 대한민국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 개정안은 또다른 '역사 왜곡'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남북한 관계를 의식해 북한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교과서 집필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