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가뭄 견디는 생존력, 영하 9도에서도 안 죽어...위험성 과장된 측면도 있어
  • ▲ 붉은 불개미 ⓒ 검역본부 홈패이지 캡처
    ▲ 붉은 불개미 ⓒ 검역본부 홈패이지 캡처

    경기 평택항에서 애벌레를 포함한 붉은불개미떼가 발견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발견된 붉은불개미는 약 700마리 정도로, 지난해 9월8일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국내 처음 서식이 확인된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당시 방역당국은 감만부두 일대에서 1,200여 마리를 발견했다. 붉은불개미는 올해 2월과 5월 인천항과 부산항에서도 두 차례 발견됐으나, 개체 수가 적고 번식이 불가능한 일개미였다.

    평택항 사례가 다른 경우와 다른 것은 일개미 외에 애벌레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애벌레 발견은 곧 여왕개미와,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한 집단이 형성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붉은불개미가 항구 주변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붉은불개미(red imported fire ant)의 학명은 Solenopsis invicta이며, '붉은 독개미'라고도 불린다. 뚜렷한 천적이 없어 한번 확산되면 구제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불개미의 원래 서식지는 남아메리카이며, 몸 길이 3~6mm 크기로 적갈색을 띠고 꼬리 부분에 날카로운 독침을 지니고 있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이 지정한 100대 악성 침입외래종, 즉 해충에 속한다. 꼬리 부분 독침의 주성분은 염기성 알칼로이드 유기화학물인 솔레놉신이다. 이 밖에 벌, 독거미, 지네 등이 가지고 있는 독성물질 포스폴리파아제, 히알루로니다아제 등도 침에 포함돼 있다. 

    침에 찔리면 통증과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현기증과 호흡곤란 등 과민성 쇼크를 유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불개미는 사람 뿐만 아니라 식물의 뿌리를 약하게 드는 등 곡식과 농작물에도 해를 끼친다. 특히 생존력이 대단히 강해 홍수와 가뭄은 물론 영하 9도의 날씨에서도 살아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 ▲ 붉은 불개미 ⓒ 검역본부 캡처
    ▲ 붉은 불개미 ⓒ 검역본부 캡처
    홍수와 가뭄도 견디는 뛰어난 생존력, 영하 9도에서도 죽지 않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930년대 이후 현재까지 붉은 불개미에 물려 사망한 사람은 100여명이다. 이 개미는 번식력과 환경적응력이 매우 뛰어나 한번 자리를 잡으면 박멸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붉은 불개미는 홍수나 폭우로 둥지가 침수될 위험에 처하면,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군집을 형성해 물 위를 떠다니다가 어떤 물체에 접촉하는 순간 그곳으로 옮겨 홍수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반대로 가뭄에는 굴을 깊게 파고 땅속 지하수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 살아남으며, 영하 9도의 저온 상태에서도 죽지 않는다.

    여왕개미는 주로 6~9월에 번식하는데 매일 1,500여 개의 알을 꾸준히 낳을 수 있다. 여왕개미의 몸집은 수컷 개미의 3배 정도로, 평균 수명은 7년이며, 최대 20만~30만 마리의 일개미를 거느린다.

    일부 전문가는 여왕개미가 다른 지역으로 날아갈 경우 번식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주로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서식해 온 붉은 불개미는 점차 호주와 대만, 필리핀, 중국, 인도와 뉴질랜드 등으로 확산되었으며, 미국 텍사스와 메릴랜드,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개체가 확인되고 있다.


    정부당국, “불개미 공포 사실 아니다” 안심 당부

    붉은 불개미의 독성과 위험성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붉은 불개미 독침의 독성이 장수 말벌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

    검역본부 측은 '붉은 불개미 공포 확산'에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붉은 불개미가 그렇게 독성이 강한 개미는 아니고 물렸을 때 일부 가려움증이나 약간의 통증은 있을 수 있으나 우려하는 살인 개미 정도는 전혀 아니다.”

    한편 지난 19일 농림축산검역본부(이하 검역본부)는 붉은 불개미 발견지역에 대한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환경부, 농진청 등 관계기관과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합동조사 결과 해당 지역에서 붉은 불개미들이 일정 간격으로 발견됐고, 애벌레도 나왔지만, 여왕개미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