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김무성 견제' 시작, 非朴은 복당파 모임서 '세력화' 공감… 당권 싸움 거세질 듯
  • ▲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마이크)과 함진규 정책위의장(왼쪽),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뒷줄엔 홍문표 사무총장과 박성중 의원 등 얼굴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마이크)과 함진규 정책위의장(왼쪽),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뒷줄엔 홍문표 사무총장과 박성중 의원 등 얼굴이 보인다. ⓒ뉴데일리 DB
    자유한국당에 잠복해 있던 계파 갈등의 뇌관이 터졌다. 향후 당권 경쟁도 '친박'대 '비박'의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20일 각각 다른 모양으로 '생존 싸움'을 시작했다. 친박계는 이날 비박계 대표 주자로서 차기 당대표 물망에 오른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였다. 비박계도 노골적으로 친박의 존재를 부각하는 등 세력 결집을 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 친박계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 쇄신안으로 갑작스럽게 혁신비대위 구성 및 중앙당 해체를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김무성 아바타 아니냐"고 꼬집었다. 최근 김성태 권한대행이 급작스럽게 발표한 당 쇄신안의 배후에 복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중진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김성태 대표를 대신 앉혀놓고 혁신위원장에 자기 사람을 심은 다음, 맘에 안 드는 사람들은 수술대에 올려 난도질하겠다는 것 아니겠냐"며 "왜 분파 행동을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날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김성태 권한대행을 비롯한 복당파 의원들이 따로 조찬모임을 진행한 것과 관련, 비박계가 권력을 잡고 당내의 친박 쳐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 셈이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김무성 의원이 김성태 대표를 앞세워 수렴청정을 하는 것일 수 있다"며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계파간 생존싸움이 좀 걱정됐었는데 (친박 목을 친다는) 메모가 (복당파 의원 휴대전화에서) 나오면서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다른 범친박계 의원은 "친박은 이미 소멸했는데 실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면서 "김성태가 중앙당 해체를 말한 것도 집단적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전날 복당파 의원들이 따로 오찬 모임을 갖는 등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인 것과 관련, 비박계의 실체가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고 당대표 물망에 오른 '김무성 의원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 좌장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이 이날 급작스레 탈당을 선언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비박계 김무성 의원이 '친박 청산'을 명분으로 당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힘 빼기' 시도라는 것이다.  

    "친박들이 우리 칠 것" 복당파 세력화

    비박계도 이날 사실상 계파 갈등을 확전시키는 자세를 취했다. 바른정당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은 전날 '핵심 친박 청산' 메모를 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것과 관련해 "복당파 모임에서 이야기가 나왔다"고 시인했다. 다만 박 의원은 친박이 먼저 세력화를 꾀해 복당파가 뭉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복당파 모임에서) 어느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부터 친박 정우택, 이완구부터 움직인다, 이런 분들이 세력화하려고 움직이고 있다"면서 "이대로 있으면 곤란한 것 아니냐, 세력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복당파 모임에서)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는 "(친박들이) 나중에 우리를 적으로 본다. 우리(복당파)를 치려고 할 것이다. 우리 쪽에서 하는 게 아니고 그쪽(친박계)이 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나는 순서대로 적어 내려가다가, 예상 시나리오가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적었는데, (일부에서는) 그것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복당파 모임에서) 제일 끝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우려가 있다고 말했고, 친박이 자기들끼리 모이고 당권 장악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서 우리도 세력화가 필요하다, (친박이) 당권 잡으면 우리를 칠 것이라는 우려를 간단간단하게 순서대로 (적다 보니) 우리도 세가 필요하다, 쳐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이 먼저 세력화를 시작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한 해명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당권 경쟁은 어쩔 수 없이 '친박' 대 '비박'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복수의 당 관계자는 "친박과 비박의 세 싸움이 시작된 것 같다. 어차피 정치는 세 싸움이다. 예견된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