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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신중현(80)의 명곡 하나하나가 뮤지컬 '미인'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4년의 기획·개발 과정을 거쳐 지난 15일 초연을 올린 뮤지컬 '미인'은 1930년대 경성의 무성영화관 하륜관을 배경으로 어두웠던 시대에 저항하고 부딪쳐온 아름다운 청춘의 순간을 담았다.'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에 참여한 정태영 연출을 비롯해 '마마 돈 크라이'를 쓴 이희준 작가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페스트', '광화문 연가'의 김성수 음악감독, 뮤지컬 안무의 1세대 서명구 안무감독이 뭉친 작품이다.정태영 연출은 19일 오후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된 미디어콜에서 "신중현 선생님의 자유로운 음악세계와 자유를 갈망했던 시대성이 잘 맞아떨어지면 뮤지컬적인 요소가 살아날 것 같아 극의 배경을 1930년대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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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3천만의 히트곡'이라 불리는 '미인'을 비롯해 '아름다운 강산', '봄비', '커피 한잔', '꽃잎', '님아', '빗속의 연인', '리듬 속에 그 춤을', '거짓말이야', '님은 먼 곳에' 등 신중현의 히트곡 23곡으로 채워진다.극중극으로 상연되는 무성영화는 스토리에 매끄럽게 연결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신중현사단 중 하나인 펄시스터즈를 연상케 하는 후랏빠 시스터즈의 퍼포먼스와 거리에서 펼쳐지는 리드미컬한 활극이 쇼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준다.김성수 음악감독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현재 진행형인 신중현의 선생님 곡을 편곡하는 게 조심스럽고 영광스러우면서 고통스러웠다. 무한한 존경으로 시작했지만 작품 안에서는 그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운을 뗐다.그는 "크게 3가지에 주안점을 두고 편곡했다. 첫 번째는 그 시대의 음악을 하려고 했다. 1930년대는 스윙 재즈가 없던 시대였다. 고증을 통해 빅밴드 음악이 많이 들어간다. 두 번째는 드라마로서 기능할 수 있는 곡들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이어 "가장 중요한 세 번째는 관객의 시점을 정확하게 해주고 싶었다. 음악적으로 시작과 끝이 똑같은 액자 구조이다. 제가 고집을 부렸다"며 "클래시컬하고 재즈스러운 음악을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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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박스 뮤지컬은 친숙한 대중음악이 무대 문법에 맞춰 다시 해체되고 연출 의도에 따라 배열되는 재구성 과정을 거쳐 하나의 극으로 완성된다. 그렇다 보니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에 이야기를 억지로 맞춰 전개한다는 단점도 있다.정 연출은 "음악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음악과 드라마적인 요소를 함께 녹여내 장면장면이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암울한 시대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총과 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륜관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평범한 젊은이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자유를 찾으려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고 강조했다.뮤지컬 '미인'은 무성영화관 인기 변사 '강호' 역 정원영·김지철, 독립을 꿈꾸는 인텔리 '강산' 역 김종구·이승현, 시인이자 가수 '병연' 역 스테파니·허혜진, 강산의 친구 '두치' 역 권용국, '마사오' 역에 김찬호·김태오 등이 출연한다.배우 정원영은 "1막의 강호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삶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변사도 하고 노래도 하는 만능엔터테이너"라며 "2막에서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살아야할까'에 무게를 두고 성장시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