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밤마다 술판 ‘연트럴 파크’... 소음, 악취에 쓰레기 넘쳐나 법령 미비로 음주 방관... 과태료 대상인 ‘혐오행위’도 기준 없어
  • ▲ 지난 1월 서울시는 '연트럴 파크'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공원 곳곳에 '음주청정지역' 시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지난 1월 서울시는 '연트럴 파크'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다. 공원 곳곳에 '음주청정지역' 시행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낮에는 커피, 밤에는 술… 이 동네는 조용할 날이 없어요. 이럴 바엔 공원 같은 거 안 만드는 게 나았어요. 도저히 살 수가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30년째 살고 있는 50대 남성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7일 밤에도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더위 때문이 아니다. 초저녁부터 늦은 밤까지 연남동 일대에서 끊이지 않는 ‘소음’이 그를 잠 못 들게 한다. ‘소음’은 새벽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A씨 집은 연남동을 널찍하게 관통하는 ‘경의선 숲길 공원’ 부근이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옛 경의선 폐철길을, 지난 2016년 도심 속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연트럴 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라는 애칭도 붙은 그 곳이다. 

    이 곳 연트럴 파크에는 한밤에도 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시민들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다. 하지만 군집을 이루는 건 시민들 뿐 아니다. 쓰레기가 매일 저녁과 밤, 더미로 쌓인다. 악취와 술 취한 사람들의 왁자지껄 고함 역시 끊이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은 고통스럽다. 구청과 시에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은 없다. 단속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연트럴 파크는 이미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찾는 공간이다. 쓰레기와 소음, 그리고 음주가무는 그저 견뎌줘야 하는 공원의 일상일까?  

    이곳은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된 장이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연트럴 파크를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고, 3개월 간 계도기간을 거쳤다. 시는 지난 4월 1일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음주청정지역으로 선정된 장소에서 술에 취해 소음, 악취 등으로 다른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실효가 없다. 

    연트럴 파크에서 일하는 한 청소 근로자의 하소연을 들었다.  

    “분명 음주청정지역인데, 다른 곳보다 쓰레기는 몇 배 이상이에요. 아침에 청소를 시작하면 술병부터 시작해서 별별 쓰레기들이 공원에 나뒹굴고 있어요. 양도 상상을 초월해요. 10포대 이상이 기본입니다. 여기저기 널린 토사물들은 또 어떻구요.” 
  • ▲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시는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는 매일 저녁과 밤, 더미로 쌓이고 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지난 4월 1일부터 서울시는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쓰레기는 매일 저녁과 밤, 더미로 쌓이고 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4월부터 시행된 서울시의 단속을 비웃듯, 연트럴 파크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음주청정지역’으로 음주 자체를 금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조례의 상위법인 ‘국민건강증진법’과 ‘도시공원법’에는 음주에 대한 단속 기준과 근거가 없다”며 “해당 조례로는 술을 마시면서 고성방가나, 남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했을 때만 단속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단속에 대해서도 그는 “주간에는 상시 근무자를 배치하지만, 야간에는 목·금·토요일에만 순찰을 돈다”고 했다. 

    미비한 법령을 양해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단속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음주 자체를 단속하는 기준과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음주 후 소음이나 혐오감을 주는 행위에 대한 기준 또한 없기 때문이다. 술에 취해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혐오감을 느껴도 적극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보건복지부에 건의해 법령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