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의 미끼를 던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 <조갑제TV 녹취록>
    “트럼프가 돈의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 주한미군 문제, 한미연합훈련 문제, 핵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조갑제닷컴  
     
      
    2018. 6.17. 뉴욕타임스 머리기사로, ‘북한과 백악관의 비밀접촉’에 대한 특종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투자가가 영리를 목적으로 쿠슈너와 북한 사이의 대화채널을 만들려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의 사위인데 현재 대통령 선임보좌관이다. 유대인이며, 아버지가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이며 자신도 부동산관련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 재산공개내역에 따르면 부인 이방카 트럼프와 합쳐 재산이 7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에서도 사업을 크게 하고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감안하면 공직자로서는 좀 문제가 되는 人事로 볼 수 있다. 또 쿠슈너는 1년 이상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 정보기관과 트럼프 선거운동 본부 사이의 불법적인 접촉에 관여한 혐의로 조사대상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의 이 기사는 트럼프가 현재 북한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 있어 브리핑 하고자 한다.

    기사의 요지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사업가 ‘가브리엘 슐츠’라는 사람이 쿠슈너에게 접근해,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회담을 원한다, 막후채널을 확보해야 하니 채널을 열어달라’는 식으로 접촉해왔다는 것. 가브리엘 슐츠(이하 슐츠)는 SGI Frontier Capital이라는 투자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대북투자 경험이 있어 북한에 자주 드나들며, 에티오피아·몽골 등 주로 변경 지방에 투자해왔다. 아시아에서의 부동산업을 매개로 트럼프 집안과 수년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한다. 북한은 트럼프와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을 찾던 중 트럼프 가문의 일원인 쿠슈너에게 초점을 두게 되었다는 것. 국무부보다는 쿠슈너를 통해 직접 트럼프와 연결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북한은 슐츠를 매개로 접촉을 시도한다. 쿠슈너는 북한의 제안을 국무부가 아닌 당시 CIA 부장이었던 폼페이오에게 전달했다. 뉴욕타임스 기사가 확인한 것은 이 정도까지다.

    쿠슈너는 트럼프가 당선되자 대만의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이 일이 대만을 인정하지 않는 중국을 화나게 해 미중 사이가 틀어졌었다. 쿠슈너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을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의 별장으로 초대해 아주 분위기 좋은 만남을 갖도록 계획한다. 그런데 그는 국무부를 거치지 않고 워싱턴에 있는 중국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와 직접 적촉해 이를 성사시켰다. 이것을 본 북한이나 슐츠는 쿠슈너가 외교문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해, 쿠슈너와 직접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쿠슈너는 이 건을 폼페이오 CIA부장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왜 국무부 장관이었던 틸러슨에게 연결시켜 주지 않고 폼페이오에게 연락한 것인가. 당시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관계가 높아지니,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던 중이었다. 2017년 9월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기자회견에서 ‘2-3개의 대화채널이 평양과 열려있다’는 언급을 했다. 바로 그 다음날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우리 국무장관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며 정면으로 공격해버렸다. 바로 그 무렵, 쿠슈너를 통해 북한과 백악관 사이의 어떤 채널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기업인의 중재에 의해 CIA가 탐색하고 있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내용이다.

    정상적인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못한 나라 사이에서는 이렇게 자신이 중매자가 되어 대화채널을 만들어주겠다는 기업인이나 제 3자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한국에서도 김대중-김정일 간 회담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일본에 있는 한국인 출신 귀화 일본인인 ‘요시다 다케시’라는 친북성향의 인사에 의해서다. 그가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에게 접근해 김정일과 김대중 사이의 만남을 주선해 주겠다고 제안하고, 정몽헌 씨가 청와대에 연락을 취해 비밀접촉이 시작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미북회담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중개가 큰 역할을 했지만, 이런 막후채널도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이 기업인에게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싱가포르 미북회담에서 4분짜리 영상을 보여주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을 개발할 수 있다’며, 해변에 호화판 리조트와 콘도미니엄이 건설되는 장면을 만들어, ‘부동산 개발의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보라’며 김정은을 설득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개발, 기업인 또는 사업가적 관점에서 북핵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한다. 특히 돈의 관점에서 한반도 문제, 주한미군 문제, 한미연합훈련 문제, 핵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돈을 중심으로 본다는 것. 사업가인 슐츠가 트럼프-김정은 회담에 일정 역할을 했다면, 바로 그런 가설-돈·사업·투자의 입장에서 북한 문제를 다룬다-을 뒷받침하는 보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주한미군을 유지하는 데는 돈이 든다, 주한미군을 빼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투기가 괌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작전하는 데는 기름 값이 든다. 그러니 한미훈련을 할 필요가 없다. 이 훈련은 또한 북한을 자극한다”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기업인, 부동산개발업자 라는 입장에 서면 그렇게도 생각할 수도 있겠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의 미끼를 던지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뉴욕타임스 기사는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