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해산할 수밖에 없을 듯?--
  •  “냉전과 반공주의를 떠나 평화와 함께하는 안보정당, 일자리와 성장에 집중하는 경제적 실용주의 정당, 서민과 함께하는 사회개혁 정당으로서 정책혁신을 추진해 가겠다" ”시대정신에 맞게 수구 냉전 반공주의에 매몰된 낡은 주장을 스스로 혁파해 정의로운 보수의 새 트렌드를 만들어나갈 것“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가 전날에 이어 오늘(6/18) 또 한 말이다.
    여기서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은 그가 수구, 냉전, 반공주의를 자기 식으로 매도한 대목이다.


    1. '수구' 운운에 대해서

     수구? 지금 누가 수구를 한다고 그러는가? 수구란 앙샹 레짐(구체제)을 그대로 놓아두자고 하는 정파인데, 김성태가 말하는 구체제는 무엇이고, 누가 그것을 옹호한다는 것인가?

     우리 역사상에는 이승만 정부, 장면 정부, 박정희의 3공, 유신정부, 신군부, 5공. 6공, 문민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가 있었다.
    김성태는 이 중 어느 것을 구체제라고 보는가? 그러나 그 중 어는 것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잔재가 남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힘 있는 권력으로서가 아니라 이미 다 죽은 것들이거나, 죽어가고 있거나, 있더라도 비실비실 하는 그룹에 불과하다.

     이승만은 동상 하나 제대로 세워줄 수 없을 만큼 철저히 짓밟히고 있다.

     박정희 역시, 기념사업회 외엔 그의 추종세력이랄 게 없다.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은 꽤 있다. 산업화를 성공시켰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박정희 집단’이랄 건 없다. 상당수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박정희 향수는 일종의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가 없다.

     전두환? 그는 이미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를 따르는 구세력이 있다고? 없다. 

     김영삼 계열도 이제는 세력화 돼있지 않다.
    다만 김대중을 계승하는 세력은 아직도 큰 덩치로 건재하고 있다. 노무현 추종자들도 엄연한 세력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명박 박근혜? 이 두 사람도 이젠 완전 죽은 몸이다. 박근혜는 30년 징역을 살아야 할 판이다.

      이명박의 경우는 박근혜 정도의 지지자들조차 없다.

     사정이 이런데 김성태는 지금 누구더러 “야, 이 수구세력아, 물러가!”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인가?
    이번에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찍어준 33%를 향해? 그렇다면 김성태는 왜 그들을 향해 표를 달라고 선거기간 그토록 난리 부르스를 췄나?

     설마 1948년의 대한민국 수립을 낡은 구체제라고 불인정하는 건 아니겠지?
    한반도의 낡은 구체제는 평양의 사교(邪敎) 신정(神政) 체제다.

    혹시 자유시장 경제를 일종의 사회민주주의 체제로 바꾸자는 것은 아닐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려면 왜 애당초 좌파정당으로 가지 한나라당, 새누리당에 가 공천 달라 했나?

     2. 냉전 운운에 대해서

     냉전이란 무엇인가? 전체주의 소련의 세계혁명과 이를 막으려 한 미국 등 서방 자유주의 진영의 이념대결, 군비경쟁, 첩보전, 심리전, 선전전의 시대를 말한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레이건, 처칠, 대처 같은 지도자들은 소련 전체주의의 냉전에 대해 자유주의 나름의 대응적 냉전을 했다.

    이 대응이 뭐가 잘못됐단 말인가? 그럼 그러지 말고 소련이 마냥 자유세계 안으로 기어들어오게 놓아뒀어야 했다는 것인가? 서방 지도자들의 치열한 대응적 냉전 덕택에 고르바초프가 두 손 번쩍 들어 철의 장막이 무너졌다. 베를린 장벽도 무너졌다. 이게 잘못 됐다는 것인가? 레이건이 냉전을 잘해 소련 전체주의 체제가 무너져 내린 게 나빴다는 것인가?

     그런데 유독 한반도 북쪽에서만은 공산 전체주의가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그래서 박정희 정부 이래 우리 역대 정부는 그것을 그대로 두고서도 어떻게 해서든 한반도에서도 냉전체제를 평화공존-교류-협력 체제로 바꿔볼 수 없을까 해서 남북대화라는 걸 추구해 왔다. 항상 우리가 먼저 남북 대화를 하자고 졸라댔다. 때로는 김정일에게 막대한 비자금 뇌물까지 줘가면서(이건 촛불혁명 정신에 안 걸리나?) 대화를 ‘애걸복걸' 하다시피 했다. 결과는 어땠나? 북한은 우리가 준 돈을 핵무기 만드는 데 다 써버리고 천안함을 폭침하고 연평도를 포격하고 서울 불바다를 호언했다.

     이 자명한 역사를 돌아보면서도 김성태는 마치 냉전적 적대행위의 원흉이 우리라는 듯, ‘수구 냉전적’ 어쩌고 하며 책임소재를 전도(顚倒)시키며 턱도 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수십 년의 한반도 현대사를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 몰라서 하는 건가?


     3. 반공주의 운운에 대해서

    반공주의에 매몰됐다고? 반공은 지금 다 죽었다. 지난 시절 ‘막걸리 반공법’이란 말이 있었다. 공산당 아닌 사람이 술 먹고 “김일성이 내 형이다” 운운 하다가 반공법으로 곤욕을 치렀다는 우스개가 말해주듯, 한 때 자유당 시절의 정치깡패들이 ‘반공청년단’이란 걸 만들어 3. 15 부정선거에 저항하는 고려대학 학생들을 습격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다 옛날 고릿적 이야기다. 1980년대 중반 이후로는 오히려 대학가에 주체사상사파라는 그룹이 생겨 학생운동을 ‘천하통일’ 한 사례도 있다.

     그 이래 민주화가 되면서부터 국가보안법은 갈수록 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지금은 친북 활동을 한 주범이 받은 형량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받은 형량이 3배 쯤 더 많다. 판사들은 국보법 피고인들을 “그 정도로는 큰 위험이 되지 않는다”며 무죄, 집행유예, 단기형을 선고한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은 수사하다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있다. 김성태가 답했으면 한다.

    김정은은 수 십 개의 수용소를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정치범들이 하찮은 이유로 구금되고 고문당하고 처형당하고 있다. 수용소에 들어온 임신부는 강제낙태를 당한다. 탈북자들이 잡히면 온갖 방법의 고문을 당하고 죽기도 한다. 북한 전체가 빅 브라더(big brother)의 24시간 감시를 받는 오웰리안 사회(Orwellian society,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병영체제)가 다름 아닌 북한의 사교(邪敎)체제다.

    이런 사회의 그런 짓거리를 김성태 당신은 찬성 하는가 반대하는가? 틀림없이 반대할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김성태의 입장을 반공주의에 매몰된 ’나쁜 것‘이라고 몰아갈 수 있는가? 없다.

     김성태는 그래서 ‘반공주의’라는 말 한 마디로 행여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의 반(反)인륜적-반(反)인권적 체제를 비판하는 것까지 무차별적으로 수구-냉전-반공타령으로 낙인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일랑 최대한 자제해주었으면 한다.

     자유한국당은 결국 뿔뿔이 해산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수구-냉전-반공에 관해 김성태처럼 생각하는 부류와, 그와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부류가 한 정당에 당원 동지랍시고 함께 동거한다는 건 웃기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차라리 해산하라!!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6/18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