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뉴욕타임스, 탈북자 박연미 씨의 경고 메시지 담은 유튜브 영상 소개하자 주요 외신들 인용 보도
  •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난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 美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매우 성공적이라고 자화자찬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美北정상회담이 열린 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은 "김정은과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과 함께, 거듭 김정은을 칭찬했다. 그러자 한국은 물론 미국 사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마치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 지난 6월 11일(현지시간) 탈북자의 경고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美인권재단(HRF) 이사로도 활동 중인 탈북자 박연미 씨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였다. 영상은 미디어 저널리스트 '레아 발자크'가 제작·편집을 맡았고, '루이사 콜롱'이 시네마토그래피를 맡았다. 이미지와 영상은 CBS, 폭스 뉴스, CNN, AP, AFP 등이 이미 보도한 내용들을 인용했고, 영상 배포는 '뉴욕타임스'의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서 했다.

    박연미 씨는 1993년 10월 北양강도 혜산시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중국으로 탈출한 뒤 2008년이 돼서야 한국으로 들어왔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에 '박연주'라는 가명으로 출연한 적도 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 콜롬비아大에서 금융을 전공하며 북한인권운동을 펼쳤다. 2014년 10월에는 아일랜드서 열린 ‘세계 청년 지도자 회의’ 때 한복을 입고서 북한 독재정권의 인권 유린을 고발해 유명해졌다. 2015년 펴낸 그의 자서전 ‘살기 위해: 자유를 향한 북한 소녀의 여행’은 미국과 대만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박연미 씨는 2분 34초 분량의 영상을 통해 북한 김씨 왕조의 실체를 폭로했다. 그는 “김정은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서로 껴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히틀러와 같은 행동을 할 것인가?(Would he do the same with Hitler?) 라고.”

    박연미 씨는 “지금 세상은 온 세상의 평화와 안전이 담보되는 미래를 위해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독재자 중 한 명과 만난 미국 대통령에게 기립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그 정권은 사상 최악의 인권 유린 정권”이라며 “이 사람(김정은)은 강제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사람들을 고의로 굶겨가며 통제하고, 자기 가족도 암살한 자”라고 지적했다.

    박 씨는 탈북하기 전 북한에서의 끔찍한 생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13살 때 탈북하기 전까지 내 인생은 고문이었다”며 “저는 200~300만 명이 굶어 죽은 기근 때 잠자리(dragonfly)를 잡아먹으며 살아남았고, 등굣길에는 길거리에 뒹구는 시체들 사이를 지나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부친이 가족들을 먹일 식량을 구하려 밀거래를 하다 붙잡혀 10년 넘게 노동 교화소에 있었던 일, 자신이 탈북한 뒤 독재자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하자 친척들이 어디론가 끌려가 사라진 일 등을 털어놓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독재자에게 어떤 양보도 요구하지 않고 함께 앉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은 영리한 자로, (美北정상회담을 하는) 그 순간조차 자신의 국제적 이미지를 세탁하는데 이용했고, 자신이 자기 나라에서 어떻게 최고인지를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연출한 쇼에 속아 넘어갔다는 비판이었다.
  • 박 씨는 “나는 이런 쇼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다”면서 2000년 6월 15일 故김대중 前대통령과 김정일 간의 회담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측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스스로 답했다.

    박 씨는 “(두 사람의 만남 이후) 김정일은 더욱 부자가 됐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상을 수상했다”면서 북한 독재자와의 만남이나 회담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 사람들의 생존보다 더 시급한가”라고 묻고는 “당신은 자유세계의 지도자로서 지구 최악의 독재자를 묶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에 관심을 가질 동안 북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씨는 끝으로 미국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인권을 위해 싸울 필요가 있다고 말할 권리가 있다”면서 “지금 그 권리를 쓸 때”라고 호소했다.

    美‘뉴욕타임스’가 박 씨의 영상을 공개한 뒤 세계 주요 언론들도 이 내용을 인용 보도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박 씨의 영상을 소개하며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금은 사진 찍을 때가 아니라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설 때’라고 호소했다”는 설명을 붙였다. 그리고 박 씨의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정권 아래서 고통 받는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뭔가 해야 할 때”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요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