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반응 '냉담'..."주한미군 철수, 대북 제재 해제 반대"
  • ▲ 척 슈머 美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그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4일
    ▲ 척 슈머 美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그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4일 "섣부른 대북 제재 완화나 주한미군 철수 등을 시도하지 말라"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 트위터 사진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체제 안전 보장' 등 미북정상회담 핵심 의제에 대한 의회 비준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2일 열린 미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공동합의문 주요 내용의 국회 비준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미북 양측의 새로운 관계 구축 △전쟁포로 유해 즉각 송환 등을 담은 공동합의문에 서명했다. 북한 체제에 대한 안전 보장이나 미북 양측의 새로운 관계 구축 등은 그 성격 상 행정부 자체의 권한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를 유도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체제 보장 약속'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김정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의회 비준'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행정부가 협의한 외국과의 조약이 비준을 받으려면, 미 상원에서 3분의 2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상원 비준을 받은 조약은 정권이 교체돼도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이후 다시 뒤집기가 어렵다.

    정식 수교를 맺지 않은 미국과 북한은 공식 협정을 체결한 전례가 없다. 1994년 제네바 핵 협상 당시에도 미북은 '기본합의'를 맺는 데 그쳤으며,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도 상원 비준을 거치지 않았다.

    이란 핵 합의는, 핵 개발 포기의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 오바마 정부 때의 합의를 뒤집어 대(對)이란 경제 제재 부활을 결정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김정은이, 트럼프 행정부에 핵심 사안에 대한 의회 비준을 요구했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 이란은 북한 김정은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은 몇 시간 안에 비핵화 합의를 취소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과는 관계없이, 미 의회가 공동합의문 비준에 동의할 지는 불투명하다. 미 상원 의석의 정당 별 분포를 보면 공화당 51명, 민주당 47명, 무소속 2명이다. 여당인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기 위해선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이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히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준이 쉽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상원 지도부는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 폐기 검증 이전에 대북 제재를 해제해선 안된다”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민주당 소속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태미 덕워스(일리노이) 상원의원은 “미군 병력은 즉흥적으로 던지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언급에 즉각 제동을 걸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주한미군 철수론은 터무니 없는 소리다. 한국에 전진 배치된 병력을 보유하는 것은 미국 납세자들에게 짐을 지우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하원에서는 대북 제재 해제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15일자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13일 민주당 소속 브랜던 보일 하원의원은 공화당 랠프 노먼 하원의원과 함께, '대통령의 일방적 대북 제재 해제'를 제한하는 법안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세 가지 요건을 명시했다. △인권 유린을 일삼는 정치범 수용소 운영 중단 △북한 주민을 상대로 북 정권이 저지른 범죄 행위 공개 △불법으로 억류됐다가 고문으로 사망한 오토 웜비어 가족에 대한 북한 정권의 공식 사과 등이다.

    폭격기 조종사 출신 공화당 크리스 스튜어트 하원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한국에 있는 데는 목적이 있다.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기 전까지 주한미군 철수는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