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회 주석 직권으로 상정해 40 대 20으로 통과
  • 홍콩 고속철의 홍콩측 역사에 중국 출입국 시설을 설치하는 ‘일지양검’(一地兩檢) 조례 3차 최종안에 대해 앤드루 렁(梁君彥) 입법회 주석(국회의장)은 14일 오전 직권으로 표결을 기습 상정하여 이날 밤 40대 20으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지양검의 입법회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다.

    홍콩 고속철은 시험 운행에서 탈선, 누수 등의 부실공사, 홍콩에서 중국 광저우까지 편도 48분 걸린다는 홍보와 달리 실제로 30분이 더 소요되고, 해당 편도 요금이 당초 180 홍콩달러(약 2만 5천원)에서 260홍콩달러(약 3만 6천원)으로 인상된 점 등이 논란이 돼 왔다.

    또한, 범민주파 의원들과 홍콩변호사협회가 법적 문제점을 계속 지적해 왔으나, 당국이 이를 무시하고 9월 개통을 강행하고 있어 ‘중국식으로 진행한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원래 표결은 20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범민주파 의원들의 항의와 퇴장 소동이 계속되자 앤드루 렁 주석이 표결을 강행했다. 현재 입법회 정원 68석 중 범민주파 의원은 24석이다.

    13일 본 회의에서는 범민주파 의원 5명이 발언 도중 앤드루 렁 주석에 의해 퇴장 당했다. 이들은 퇴장을 집행하려는 경위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범민주파 의원 두 명과 경위 두 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 영국식 의회 제도를 운영하는 홍콩 입법회에서 의원 퇴장은 극히 드문 일이며, 한국, 대만, 일본 의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날치기 처리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범민주파 의원들은 표결 전 필자에게 표결을 저지할 방법은 없다고 밝혀 이날 표결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퇴장 명령에 대해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범민주파 의원들은 기습 표결 소식이 알려진 14일 저녁 입법회 앞에서 지지자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긴급 집회를 열고 일지양검과 앤드루 렁 주석에 대해 항의했다. 13일 퇴장당한 의원 중 한명인 아우 녹힌(區諾軒)의원은 집회장에서 필자에게 “렁 의장은 적법한 절차가 아닌 감정에 의해 퇴장을 명령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라며 불만을 표한 뒤, “아직 검토해야 할 안전 및 법률 사안을 무시하고 친중파의 의도에 따라 홍콩고속철의 공기(工期)에 의회 일정을 맞추는 본말전도가 일어나고 있다” 며 이는 홍콩의 자유민주체제를 보장한 일국양제의 심각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표결을 마친 후 범민주파 의원들은 입법회 앞에서 지지자들과 심야집회를 계속하며 일지양검에 대해 항의했다. 게리 판(范國威) 의원은 표결을 마친 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날이 갈수록 일지양검에 대해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음을 깨닫게 될 텐데 오늘의 일은 졸속”이라며 “앞으로 홍콩 시민들 그리고 NGO와 상의해서 법적 대응책을 검토하겠다. 베이징 정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친중 시위대 50여명은 범민주파 집회장 앞에서 중국 오성홍기를 내세우고 대야와 확성기 등으로 잡음을 일으키는 방해 집회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