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통일박람회'에 등장한 김정은 캐리커쳐… 과도한 '북한 미화' 눈살난데없는 이석기 석방·사드 철회·전작권 환수 구호까지
  • ▲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을 맞이해 15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여기는 판문점입니다'를 주제로 평화통일박람회를 개최했다. 한 시민이 남북정상 캐리커쳐 헤나를 체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6·15 남북공동선언 18주년을 맞이해 15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여기는 판문점입니다'를 주제로 평화통일박람회를 개최했다. 한 시민이 남북정상 캐리커쳐 헤나를 체험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김정은 캐리커쳐, <김정은> 도서 판매, 판문점 공동선언 기념 배지, 북한여행 상담코너 운영... 

    15일 서울시청 광장의 풍경은 "여기가 평양이야, 서울이야?" 묻게 할 정도였다. 

    광장 도처에는 하늘색 한반도기가 나부껴 시청 좌측 벽면에 붙은 남북정상회담 기념 포스터와 함께 장관을 연출했다. "전 세계 평론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과소평가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영국 칼럼니스트의 문장을 새긴 도서 <김정은>도 판매됐다. 

    메인 무대 오른편에는 미소를 머금은 김정은 판넬이, 그의 옆자리에는 더욱 활짝 웃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었다. 마치 통일이 이뤄졌고, 김정은이 따뜻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내일이라도 평양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교사 인솔에 따라 2열 종대로 광장을 지나던 한 유치원생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김정은 판넬을 보며 손짓을 하기도 했다. 아이의 눈에는 김정은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졌을까.

    시청 광장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에 취했다. 반면 고사포와 화염방사기를 동원한 잔인한 공개처령, 북한의 교화소와 정치범수형소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성폭행과 고문의 참상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북한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아사 역시 철저하게 은폐됐다. 

  • ▲ 도서 '김정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출간된 신작이라고 한다. ⓒ뉴데일리 정상윤
    ▲ 도서 '김정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출간된 신작이라고 한다. ⓒ뉴데일리 정상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15일 오전 서울시청광장에서 '여기는 판문점입니다'를 주제로 평화통일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날 광장에는 △바자회 △남북정상 캐리커쳐 헤나 △공동선언기념 배지 판매 △북한여행 체험관 △양심수 석방 촉구 서명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사드 반대·전작권 환수 등을 주제로 약 25개 부스가 설치됐다.

    '남북정상 캐리커쳐 헤나' 부스를 운영한 곳은 민주 노점상 전국연합(민노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남북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는 모습과, 화사한 미소를 띄고 대화하는 모습 등을 상품으로 내놨다. 지나가던 일부 시민과 부스 관계자들이 호기심에 부스를 찾아 팔목 등에 헤나를 새기기도 했다.

    공동선언기념 배지는 6·15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배지 등 3가지 형태로 제작됐다. 판매 단체 '진보대학생 넷' 관계자는 활짝 웃으며 "판매 수익은 전국대학생 다른 내일 캠프 후원금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내달 중순 진행되는 '다른 내일 캠프'에서는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등의 강연이 계획돼 있다.

  • ▲ 남북정상 캐리커쳐. ⓒ뉴데일리 정상윤
    ▲ 남북정상 캐리커쳐. ⓒ뉴데일리 정상윤

    '여행사업단 더하기 휴'는 북한여행 체험관을 마련했다. '평양 시내 경비행기 여행', '평양지하철 여행', '대동강 맥주축제', '마식령 스키관광' 등이 눈에 들어왔다.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더욱 진전되면 본격적인 대북관광사업에 나서고자 한다"며, "오랜 기간 다른 체제에서 살아온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과의 교류는 최근 마무리된 지방선거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만큼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현안이다. 다만 오토 웜비어, 박왕자씨 사망 사건과 같은 신변 위협 가능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이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적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인권 문제가 있다고 여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여행 허용에 앞서) 남북 정부가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 공동선언기념 배지 3종. ⓒ뉴데일리 정상윤
    ▲ 공동선언기념 배지 3종. ⓒ뉴데일리 정상윤

    속칭 진보의 색깔을 담은 행사가 대부분 그렇듯, 이날 현장에서도 정치적 구호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양심수 석방',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전두환 양민학살 심판', '사드 반대' 등이 그것이다. 양심수 석방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를 주장하는 두 개 부스의 운영 주체는 민노총이었다.

    민노총 서울지부 관계자들은 "자주와 평화를 먼저 말한 것이 죄가 된 사람"이라며,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내란선동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9년의 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 ▲ 북한여행 체험관. ⓒ뉴데일리 정상윤
    ▲ 북한여행 체험관. ⓒ뉴데일리 정상윤

    지나가던 중년 남성 A씨는 "한상균, 이영주가 나온 걸 보면 이석기가 나오는 것도 시간문제"라며 "아무리 그래도 왜 여기서 석방을 운운하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대학생 B씨는 "전두환을 좋아하진 않지만, 전두환이 평화통일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스를 허가해준 주최 측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화재향군인회는 "평화가 진짜 안보"라며 'NO 사드'와 '전시작통권 환수'를 외쳤으며, 청년단체 연꽃아래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기억해야 한다"며 시민들로부터 '따이한 제사'를 위한 모금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시각 플라자호텔 방면 부스에서는 '파월 55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수십 명의 노병은 부스 근처에만 있었기에 망정이지, 이들 중 1명이라도 연꽃아래 부스를 목격했다면 일촉즉발의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 ▲ 민노총 서울지부 부스. 이석기 석방 운동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 민노총 서울지부 부스. 이석기 석방 운동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