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출범 준비하다 '이사진' 구성놓고 여야 충돌… 21개월 동안 빈 사무실 유지비로 13억원 '헛돈'
  • ▲ 서울 마포구에 있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6월 말이면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 마포구에 있는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6월 말이면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6년 3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출범할 예정이었던 ‘북한인권재단’이 21개월 동안 출범도 못하다 결국 간판마저 내리게 됐다. 통일부는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던 사무실도 빼기로 했다. 통일부는 15일 브리핑에서 “여야가 이사진 구성에 빨리 합의하면 북한인권재단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일부는 지난 14일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6월 말에 종료할 예정이라는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뒤 2016년 9월 시행과 동시에 출범 준비를 하고 사무실을 차렸다.

    북한인권법 제12조에 따르면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여당과 야당이 각 5명,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해 임명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現자유한국당)과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재단 이사진 구성을 놓고 충돌, 21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단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했다.

    의견 차이는 박근혜 前대통령 탄핵,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겪으면서도 좁히지 못했다. 통일부는 “그동안 국회에 7차례 공문을 보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조속히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회 차원의 협의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고 설명했다.

    그 사이 통일부는 빈 사무실 임대료와 유지 관리비로 매달 6,300만 원을 썼다. 여야 간의 충돌로 21개월 동안 낸 임대료는 거의 1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자료를 통해 “재정적 손실이 가중돼 어쩔 수 없이 사무실 임대 계약을 종료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통일부에게 남은 것은 사무실에 설치했던 집기뿐이라고 한다.
  • ▲ 15일 통일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인권재단 출범 불발 상황을 설명하는 백태현 대변인. ⓒ이브리핑 영상캡쳐.
    ▲ 15일 통일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북한인권재단 출범 불발 상황을 설명하는 백태현 대변인. ⓒ이브리핑 영상캡쳐.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전했다. 그는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늦어지면서 사용된 예산을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지만 20억 원 가량 들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정산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것을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백태현 대변인은 이어 “북한인권재단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국회에 계속 협조를 요청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북한인권문제는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정부는 북한 인권의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실태 조사 및 연구, 정책 개발, 북한인권 시민사회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에 주력하는 기구다. 정치권의 다툼 때문에 북한 주민들 도와야 할 정부 기구가 피어보지도 못하고 잠정적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