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남한 버리고 한반도 좌익 대장 김정은과 친구가 되는 게 장사되는 길 아닌가?”라고 결론지었을 법하다.
  •  가관이다. 김정은은 압승, 트럼프는 자화자찬하며 김정은에게 완전 세뇌(洗腦)라도 당한 듯 지꺼렸다.
    남한 우파는 완전 뭣 됐고, 남한 운동권은 덩달아 신났지만 그들의 대북 용처(用處)는 앞으론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김정은이 미국과 직접 친구가 되는 판에 반미(反美) 남한 운동권의 존재가 북에 무슨 소용이 닿겠나?
    원래 남한 좌파를 북한 좌파는 낮춰본다. 박헌영처럼 죽이기도 했다. 남한 좌파엔 그러나 북에 돈 쓸어다주는 ‘보급투쟁’ 역(役)이 더 무겁게 부여될 것이다.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는, 중국이 ‘김정은+남한 운동권’을 흡인해 들이고 이를 미국이 인정해주는 판도로 갈 것이다.

     트럼프는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에 대해 도발적 행위“라고 했다. 북한의 주장에 100% 동의한 말이다. ”CVID는 이번 논의의 중심주제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주한미군 감축-철수는 처음엔 논의 밖이었다고 했지만, 나중엔 "언젠가 철수하길 바란다"고 실토했다.

     CVID가 논외(論外)였다면 그렇다면 도대체 뭣 하러 미-북 회담을 하려고 그렇게 난리 부르스를 췄나?
    그 동안의 트럼프의 대북 엄포는 결국 “나랑 연애하자”는 스토킹이었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몸값 잔득 올린 다음 “그래 우리 둘이 똥짝 맞춰 연애 한 번 질펀하게 해보자우” 하며 안겨오니까 트럼프가 정신이 혼몽해져 헬렐레 해진 꼴이다. “봐라, 내 앞에 섰던 네놈들 다 못했는데 내가 정은이 보쌈 해 왔지?” 하고.

     이제 오늘부로 한-미 동맹은 사실상 종쳤다.
    합동 군사훈련도 하지 않는 동맹이 시체(屍體)이지 산 짐승, 날 짐승인가?

     트럼프는 “김정은하고 친구만 되면 그가 핵을 폐기한다 하면서 뒷구멍으로 몇 개 숨겨놓는다 해도 그게 우리한테 무슨 큰 해가 되겠는가?”라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남한은 맛이 갔다. 돈은 좀 있는 모양인데 아 새끼들 요즘 노는 가락이 영 싸가지가 없다. 개구리 올챙이 쩍 생각 못한다더니." 우파가 재기할 일일랑 좀처럼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아예 한반도 좌익 대장 김정은과 친구가 되는 게 장사되는 길 아닌가?”라고 결론지었을 법하다.

     이래서 남한 우파는 ‘낙동강 오리알’ 됐다. 개인도 집단도 흥망성쇠의 대세는 피할 수 없다.
    이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다면 애 저녁에 정신 좀 차렸어야지. 남 탓 할 것 없다. 매사 내 탓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6/12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