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니…" 전문가들 '허탈'

“안보문제는 최악 상황 대비해야 하는데, 한미훈련까지 중단한다니…" 트럼프, 북한 말만 믿고 합의 '우려'

전경웅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6.12 20:47:01
▲ 12일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기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이 끝났다.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 호텔에서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美北정상회담 합의문은 기대와 달라 사람들을 혼란케 했다.

합의문은 △새로운 미북 관계 수립한다 △미북은 한반도에서 견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노력한다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 △미북은 이미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 송환을 포함해 전쟁 실종자(MIA)와 전쟁포로(POW)의 송환을 약속한다는 4개 조항만 담고 있다. 조항의 앞뒤로는 △미국과 북한 간 비핵화 대화는 계속될 것이며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은 이 합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트럼프 美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명한 문서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도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운반수단과 화학무기·생물학무기의 폐기도 △북한 인권 문제도 들어 있지 않았다.

트럼프 美대통령이 오후 5시에 연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사회를 더욱 불안케 만드는 이야기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 평화가 정착된다면 주한미군을 빼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철수 가능성을 언급했고, “CVID는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즉 북한 핵무기 폐기와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맞바꿀 수 있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美대통령은 김정은과 합의한 내용에 대해 "매우 대단한 것이며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같은 그의 주장처럼 이번 합의가 정말 '북한 비핵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안보 전문가들 의견은 “좋은 거래로 보인다”는 것과 “북한에게 속았다”는 두가지 의견으로 크게 갈렸다. 
▲ 단독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확대회담 참석자들. 이 가운데 북한의 실체를 아는 사람도 있었는데 왜 이런 합의문이 나왔는지 의문을 표하는 안보전문가도 있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기자.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 “CVID 빠졌지만 성과 올렸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합의문에 CVID가 없다고 비난하는데 사실 그 단어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므로 핵심이 아니다”라며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 속에 모든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이번 합의에서 북한은 비핵화에 합의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명확하게 체제 보장을 받은 것 같다”며 “큰 틀에서의 빅딜이 이뤄진 것 같고,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 박사는 “美北정상은 합의문에서 빠르고 신속한 비핵화에 합의했는데 이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핵무기, 핵물질까지 조기에 폐기 조치를 시행한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비핵화가 이뤄졌다는 판단이 들면, 미국도 대응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즉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전이라도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할 수 없는 단계가 되면, 제재를 중간에 해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또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큰 틀에서 합의를 했기 때문에, 실무선에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도 선언이 깨지지는 않을 것"으로 해석했다.
안광찬 전 청와대 위기관리실장 "트럼프가 속았을 가능성"

안광찬 前청와대 위기관리실장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어쩌면 북한에게 속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이번 합의에 대해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게 속았을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평했다.

안광찬 前실장은 “美北 간의 합의 내용을 떠나서, 북한이 실제로 변화했는지 확인도 않고 말만 믿고 ‘평화가 왔다’거나 ‘더 이상 위협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북한이 진심으로 비핵화를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서 그들과 상대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前실장은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같은 상대가 웃는 얼굴로 접근하면서 말하는 것을 듣고서 모든 일이 다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 등을 보이며 걸어가는 김정은과 트럼프 美대통령. 북한에 이어 미국도 한국에게 등을 돌린 걸까.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 케빈 림 기자.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북한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니…”  

송대성 前세종연구소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방국인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북한의 실체를 안다면 이런 합의는 안 나왔을 것”이라며 “이번 합의는 완전히 졸작”이라고 비판했다.

송대성 前소장은 “북한은 그동안 완전한 비핵화와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해 놓고도, 여러번 약속을 어겨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CVID에 따른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용납할 수 없다고 외치며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 합의문에는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송 前소장은 트럼프 美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처럼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하게 비핵화 합의를 한다면 북한은 절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며 “합의문에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문구를 넣은 것은 북한의 술수에 휘말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란 이미 핵무기를 모두 철수시킨 한국에 미국이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못하게 하려는 북한의 술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려면 우선 3통, 즉 통우(우편통신), 통항(여객 및 화물 운송), 통상(교역)이 돼야 하는데 그들은 절대 이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정은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정보를 차단해야 하는데 ‘3통’을 허용하면 이런 통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송 前소장은 “그동안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이 쏟아져도 북한 비핵화를 강하게 주장했기에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오늘 합의문을 보니 역시 미국 사회의 비판이 옳았다”면서 “저 사람은 국제 역학관계도 모르고 북한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 못한 사람같다. 정말 미국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옆에는 북한의 실체를 잘 아는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있는데, 어떻게 김정은과 저런 합의를 할 수 있느냐"고 의믄을 제기했다.

송 前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합의는 최악의 수였다”면서 “상황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그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채로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 조야(朝野)의 분위기는 북한 비핵화를 매우 심각하고 중요한 일로 보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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