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서가 전화… 대통령이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전했다"
  • 적대적 관계였던 미국과 북한의 수장이 흉금을 터놓고 정상회담을 벌이게 된 배경 가운데 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Dennis Rodman·57)도 일정 부문 기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현지시각으로 12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갖기 전 싱가포르에 도착한 로드먼은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비서가 (자신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당신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러한 회담이 성사됐다는 점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저에게 감사함을 표시했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들었어요(Donald Trump is so proud of you, he says thank you)."

    하지만 로드먼은 미북정상회담이 열린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고 싶진 않다면서 "우리 모두가 노력한 덕분"이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로드먼은 "5년 전 북한에 들어가 김정은을 만났을 때 그가 '미국과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측에게 그 뜻을 전달하려했지만, 오바마는 자신에게 접견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을 다녀온 뒤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북한이 변화하리란 것을 굳게 믿었고, 마침내 이런 날이 왔습니다. 오늘은 위대한 날입니다. 난 이 순간을 보러 왔어요. 너무 행복합니다."

    로드먼은 자신이 돈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돈을 벌기 위해 김정은을 만난 게 아니고, 데니스 로드먼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기 때문에 이러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며 "오직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농구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어요. 일단 문화와 상황에 익숙해지니,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주민들이 마음이 있고, 영혼과 카리스마가 있고,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앞서 로드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미래의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당선 이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선 "김정은이 뭘 원하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해줄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정은을 '좋은 친구'라고 지칭한 로드먼은 "북한의 독재자는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좋아하는 큰 아이와도 같다"면서 "이 사람은 전 세계로 나가고 싶어하고 특히 미국에 가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미북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로드먼은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친분 관계를 쌓을 수 있는 '친화력'이 있느냐에 회담의 성사 여부가 달려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저는 정치는 잘 모릅니다. 그런 것들은 보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냥 두 사람이 악수하고 미소를 짓고 아이스 티를 같이 마시면 됩니다.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농담을 건네고, 웃고, 부드럽고 편안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편안해져야 합니다."

    로드먼은 "스위스에서 교육 받은 김정은은 영어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며 "그는 결코 벙어리가 아니고, 북한과 자신의 명예, 그리고 관련된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문을 열어 두세요. 그렇게 시작해 이곳을 더욱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날 인터뷰에서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까지 흘린 로드먼은 트럼프 대통령과는 과거 리얼리티쇼(어프렌티스)를 통해 인연을 맺었고, 김정은과는 지난 5년간 다섯 차례의 방북을 통해 친분을 다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 CNN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