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사, 호위총국, 평양경비사 등 7중 방어벽… 귀국길 아니면 쿠데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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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고 일어나니 민주화가 돼 있었다"는 설명으로 유명한 김정은 패러디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김정은과 핵심 측근들은 현재 싱가포르에 머물고 있다. 북한에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명수 북한군 총정치국장 등이 남아 김정은 부재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이럴 때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전혀 없을까.

    계속 제기됐던 북한 쿠데타설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나왔다. 2017년 11월에는 영국 예언가 ‘크레이그 해밀턴 파커’의 주장이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90%의 예언 적중률을 자랑하는 파커가 2018년 초에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 김정은이 실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그의 주장은 거짓이 됐다.  

    2017년 3월에는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보고를 통해 최룡해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간의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고 밝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2016년 7월에는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IISS) 미국 사무소장이 “북한에서 터키에서와 같은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피츠 패트릭 소장은 당시 “북한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적지 않은 군 고위 장교가 숙청되고 권력이 당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군 수뇌부에 불만이 생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북한군은 노동당의 철저한 감시를 받기 때문에 쿠데타를 일으키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가능성을 일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2016년 8월에는 북한 외교관 가운데 고위급인 태영호 前영국 대사관 공사가 귀순하면서 북한 내부 붕괴설과 쿠데타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美‘워싱턴 포스트’가 “김정은이 자신의 부재 상황을 틈타 일어날지 모를 쿠데타 가능성을 크게 걱정한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5월 9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에게도 비슷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조짐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 ▲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北호위총국 1국 소속 경호원들. 모두 장교계급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北호위총국 1국 소속 경호원들. 모두 장교계급이라고 한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직 북한군 장교들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

    그렇다면 전직 북한군 장교들, 특히 오랜 기간 복무했던 좌관급(한국의 영관급) 장교들의 의견은 어떨까. 최근까지도 북한 내부로부터 직접 현지 상황을 듣고 있는 북한 소식통들에게 쿠데타 가능성을 물었다.

    북한군에서 중좌까지 지냈던 북한 소식통은 “북한군 내부의 감시망이 워낙 촘촘하게 돼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김정은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쿠데타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인 군대는 모든 통화가 감청되는 등 내부 감시망이 이중삼중으로 돼 있고, 이로 인해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한 조직화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북한군 장교를 지낸 다른 소식통도 거의 비슷한 대답을 했다. 김정은이 부재중이라고 해도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북한군 내부에서 딴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김정은이 우려하는 부분은 자신이 해외에 나가 있을 때가 아니라 북한 영공을 드나들 때라고 지적했다.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정해진 상황 가운데 김정은을 해외에서 암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美정부가 막겠지만, 김정은이 탄 비행기가 북한 영공을 드나 들 때는 미사일로 격추한다고 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은 “하지만 지금처럼 내부 감시망이 치밀한 상황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정은 부재 중 쿠데타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 ▲ 김정은이 과거 서해 낙도에 갔을 때 달려드는 북한군 장병들을 떠미는 경호원들. 등에 맨 소총에 달린 탄창은 100발 들이 핼리컬 탄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北선전매체 영상캡쳐.
    ▲ 김정은이 과거 서해 낙도에 갔을 때 달려드는 북한군 장병들을 떠미는 경호원들. 등에 맨 소총에 달린 탄창은 100발 들이 핼리컬 탄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北선전매체 영상캡쳐.
    군사전문가들 “北쿠데타 불가능” 지적하는 이유 호위사령부

    북한 소식통들이 말하는 ‘촘촘한 내부 감시망’ 가운데 중요한 대목은 김씨 일가를 지근거리에서 지키는 호위부대 ‘호위사령부’다. 북한군 가운데 김씨 일가를 지키는 부대 병력은 최소 12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호위사령부는 호위총국, 평양경비사령부, 평양방어사령부로 구성돼 있다. 서방의 대통령 경호실과 비슷한 호위총국은 1950년대 50여 명의 김일성 경호대로 출발해 거대한 기관으로 성장했다. 1국부터 4국까지 있는 호위총국 가운데 김정은의 방탄 벤츠 S클래스를 육탄 호위하는 경호원들이나 과거 황병서의 방한 당시 대동했던 경호원들, 즉 974부대 소속 인원들은 모두 1국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대외 명칭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호위부 6처라고 한다.

    김정은을 경호하는 방어선 또한 7중으로 돼 있다고 한다. 최근접 경호는 호위총국 군관 대대가, 1차 방어선은 호위총국 경호중대 및 국가안전보위성이, 2차 방어선은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대대, 사회안전성 호위요원, 3차 방어선은 국가안전보위성 행사과 요원들, 4차 방어선은 사회안전성 행사과 요원들, 5차 방어선은 각 지방 보위과 요원, 6차 방어선은 지방 사회안전성 요원이 맡는다고 한다. 김정은이 가는 곳에서 7중 방어선을 치는 것과 별개로 방문 지역에 대해서는 사전 조사도 철저히 시행한다.

    그 다음에는 한국의 수도방위사령부와 유사한 ‘평양경비사령부’가 있다. 평양 외곽에 수십여 개의 초소를 설치해 지방 주민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도록 통제한다. 한국의 수방사는 4개 사단의 대부분이 예비사단인 반면 북한군 평양경비사령부 부대는 실 병력이 6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바깥으로는 ‘평양방어사령부’가 있다. 수도방어군단을 주축으로 하며, 유사시에는 주변의 군단 병력까지 지휘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시 한미 연합공군의 공습에 대비해 5개 이상의 방공여단과 1개 전투비행여단까지 갖추고 있다.

    김정일의 경호원이었던 탈북자 이영국 씨의 회고록에 따르면, 김정은과 평양을 방어하는 병력들은 최고급 의류와 장비를 보급받고, 무장 또한 일반 북한군 부대에 비해 강력하다고 한다. 이들이 평양을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전방이든 후방이든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해도 야전군 수준의 병력이 아니면 이들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쿠데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