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표심을 두고 벌이는 두 후보의 치열한 세싸움…향후 보수 대통합 주도권 경쟁과 연결
  • 결국 단일화가 무산 돼 13일 본투표까지 완주하게 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뉴데일리DB
    ▲ 결국 단일화가 무산 돼 13일 본투표까지 완주하게 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 ⓒ뉴데일리DB
    지난 대선 당시 '안찍문(안철수 찍으면 문재인 당선) vs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당선)'이 논쟁이었다면 이번에는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원순 당선) vs 김찍박(김문수 찍으면 박원순 당선)' 공방이 치열하다. 

    김문수-안철수 두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야권 대표 선수'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지난 8~9일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실시됨에 따라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7일 밤 서울시장 후보 합동 TV토론회에 앞서 어느 한 후보의 극적인 양보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두 후보의 이견은 좁혀지지 못했다. 

    결국 두 후보 모두 '완주'를 하기로 결심한 이상 야권에서의 '표 갈라먹기'는 불가피해졌다. 당초 두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이 불거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원순 민주당 후보의 지지세는 비교적 확고한 반면, 야권 표심이 김 후보와 안 후보로 분열돼 있는 형국이다. 

    야권 표를 두고 두 후보가 사실상 '제로섬 게임(Zero-sum game: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0)가 되는 게임을 일컫는 말)'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 만큼, 상대 후보로 몰리는 표심을 '사표(死票)'로 규정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김문수 후보는 10일 "단일화에 대한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을 사람은 저밖에 없다"며 자신의 대표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찍박'만은 막아야 된다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사퇴의 용단을 내려야한다"며 "당선가능성이 없는데 표를 분산시켜 박원순 후보 당선을 돕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출마한 것이 "결국 박 후보 당선을 돕기 위해서라고밖에 볼 수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김 후보의 '안찍박' 주장에 대해서는 "그 말을 듣고보니 박 후보 당선을 위해 나온 것이 확실한 것 같다"며 맞받아 쳤다. 안 후보는 '김찍박'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두 후보의 이 같은 신경전은 지난 대선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쟁을 연상케 하고 있다. 당시에도 '비(非)민주당 표심' 또는 '반문(反文) 표심'을 두고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세 싸움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거론됐던 것은 물론, 사실상 단일화가 무산된 이후에도 두 후보의 '정통 보수 후보'의 자리 싸움은 막판까지 식을 줄 몰랐다. 그래서 당시에도 '홍찍문'이냐 '안찍문'이냐를 두고 두 후보 측은 '혈투'를 벌였다.

    지난 대선에서는 홍준표 후보의 주장이 '판정승'을 얻었다. 홍준표 후보가 24.03%를 얻어 안철수 후보의 21.41%를 앞섰고,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율인 41.08%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물론 안 후보로 향했던 표심이 모두 홍 후보로 향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보수 표심 다툼에서는 홍 후보가 승기를 잡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초반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가 그려지기도 했으나 결국 홍 후보가 보수 표심을 대거 흡수한 결과다. 

    한편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와 안철수 후보 중 누가 더 높은 득표율을 얻느냐는 향후 야권의 세력 재편에 있어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싸움에서의 승자가 향후 보수 대통합을 이끌 지도자를 자처할 명분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결과마다 두 후보의 지지율 순위가 엇갈리는 만큼, 13일 투표 결과가 '김찍박'과 '안찍박' 중 어느 쪽 손을 들어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