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6곳 중 1곳 노후화... 소형건물 점검은 사실상 포기 "60일간의 진단으로 어떻게 그많은 건물을..." 행안부도 '역부족' 시인
  • ▲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사진=뉴시스
    ▲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건물 붕괴 사고 현장.ⓒ사진=뉴시스

    소형 건물에 대한 안전점검 포기, 정부와 지자체 간의 책임 떠넘기기, 인력-시간 부족을 이유로 한 형식적 안전 진단, 그리고 서울시내 건물 6곳 가운데 1곳이 노후건물이란는 충격적 통계.... 

    이러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붕괴된 서울 용산 상가 건물은, 정부가 매년 초 실시하는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연면적 합계 3,000㎡ 이상인, 다중이용건축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의 '국가안전대진단'은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불과 2~3달 전 실시됐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노후 건축물이었으나 정부와 서울시, 관할 구청 모두 현행 법령 및 지침을 이유로 안전 관리에 손을 놓아버린 셈이 됐다.  

    '국가안전대진단'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 안전 인식을 제고하고,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대적 안전점검과 안전문화운동을 전개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정부 차원의 대규모 사업이다. 행안부가 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중앙부처에서 대상을 선정한 후, 지자체가 대상 시설을 점검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는 총 34만개소의 시설과 건축물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아파트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 역시 일부 대상에 포함되지만 붕괴된 용산 상가는 연면적 301㎡의 근린생활시설로, 정기 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해당 건물은 2015년 이후 한번도 안전 점검을 받지 않았다.

    국가안전대진단 사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와 지자체 및 전문가가 현장에 나가 직접 현상을 점검하는 방식보다는, 건물주에게 사실상 점검을 위임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점검 대상 34만개소 가운데 70%는 '건물주 자체 점검'으로 분류됐다. 

    붕괴된 상가의 경우 재개발지역 안에 위치해, 현행 법령 상 안전 점검 책임이 건물주 혹은 조합에 있다. 건물주나 조합이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안전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국가안전대진단이 건축물 규모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위험시설물을 분류하는 기준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축물 안전 관리 및 실태점검을 위한 법령·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여기에 더해 정부 중앙부처와 시도,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의 책임 소재도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정부와 지자체는 입을 모아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서울시로, 서울시는 용산구청으로 공을 넘겼고 용산구청은 "우리가 관리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서울시내 건물 6곳 가운데 1곳이 노후건물이란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건축물 재난안전관리 기본방향 수립' 보고서를 보면, 수명을 다한 건물이 시내 건물의 약 17%에 달했다. 전체 서울시내 건물은 62만여동, 건물 수명 대비 사용연수가 90%이상인 건축물이 약 11만여동이나 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안전대진단 점검 대상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수명을 다한 건물도 연면적이 작으면 점검 대상에서 누락될 가능성이 높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국 건물이 700만개 정도 되는데 안전대진단 기간인 2개월 동안 그 많은 곳을 모두 점검한다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라며, "불가피하게 점검할 수 있는 곳을 선별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전대진단이 법적 근거 없이 매년 2~3월 60일을 정해 추진되다 보니, 참여 기관의 관심도가 낮은 것도 문제다. 국토부와 문체부 소방방재청 등 부처 별로 각기 다른 안전관리 메뉴얼이 100여개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도, 안전점검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안전대진단에 동원되는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 등은 연간 60만명 정도이고 올해 말까지 5,802억원 정도를 투입해 보수 보강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용산 사고로 인해) 안전점검 대상을 어디까지 확대할 지 관계부처와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추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시 관계자는 "주택정비구역(재개발지역) 건물의 안전 관리를 위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우선 10층 이하 및 1,000㎡이하 건물 중 사용승인 후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을 대상으로 점검 대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