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템포 "'플라스틱 러브 리믹스'와 코드·이펙트 흡사"
  • "연초에 JYP에 미팅도 다녀왔어요 ㅋㅋ 사스가 헬반도.

    JYP contacted me and suddenly canceled. and this out.

    so much fun~!

    this is why I never work with Korean companies."


    1세대 걸그룹 원더걸스의 유빈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3일 15초짜리 티저 영상으로 공개된 유빈의 첫 솔로곡 '도시애(愛)'가 2년 전 다른 작곡가가 만든 음원과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게 된 것.

    같은 날 DJ 겸 작곡가 '나이트 템포(Night Tempo)'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 초 JYP와 미팅을 가졌고, 관계는 곧장 단절됐지만, '도시애'가 발매됐다. 이게 내가 한국 기업과 일하지 않는 이유"라는 글과 함께 '플라스틱 러브(Plastic Love)'의 리믹스 버전 유튜브 영상 링크와 유빈의 '도시애(City Love)'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올렸다.

    나이트 템포는 "올해 초 JYP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그들은 나에게 데모 곡과 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고, (수개월 후) 그들은 내가 만든 노래의 이펙트 효과, 베이스, 드럼, 코드까지 다 카피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보컬 트랙은 내가 만든 플라스틱 러브 리믹스 버전과 거의 똑같았다."

    그러나 나이트 템포는 "거대 기획사인 그들 앞에서 나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 JYP 측 "'플라스틱 러브 리믹스' 듣고 연락"

    나이트 템포는 '퓨쳐 펑크'라는 장르의 음악을 추구하는 작곡가로 우리나라보다는 해외에서 더 잘 알려진 뮤지션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활동하는 그는 뉴웨이브(New wave)나 신스팝(Synthpop), 시티팝(Citypop) 등으로 불리는 전자음악(Electronic music) 사운드에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유빈의 솔로 음반을 기획 중이었던 JYP엔터테인먼트는 앨범 콘셉트를 시티팝으로 정하고 국내외에서 활동 중인 몇몇 시티팝 전문 프로듀서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나이트 템포에게도 JYP 측의 연락이 갔고, 올해 초 한 차례 미팅을 통해 '공동 작업'에 대한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이트 템포의 주장에 따르면 올해 초 JYP의 한 관계자는 "'플라스틱 러브 리믹스'를 듣고 연락을 드리게 됐다"며 나이트 템포에게 먼저 미팅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이트 템포는 "(자신은) 일본 중심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에 국내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 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이로부터 5개월여가 흐른 지난 3일, JYP 소속 가수인 유빈은 신곡 '도시애'의 음원 일부를 티저 영상으로 공개했다.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자신의 리믹스 버전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은 나이트 템포는 두 노래가 실린 유튜브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JYP 측이 자신의 곡을 무단으로 카피한 것 같다는 의견을 달았다.

    나이트 템포의 게시글이 반향을 일으키자 JYP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음원 발매를 하루 앞둔 지난 4일 JYP는 "5일 오후 6시 발매 예정인 유빈의 첫 솔로 앨범 '도시여자(都市女子)'의 수록곡 '도시애'와 관련, 저작권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이 인지됐다"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해당 곡은 발매가 연기됐음을 안내드린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튿날 '숙녀(淑女)'라는 신곡만 음원사이트에 올린 JYP는 결국 지난 7일 "저작권 논란이 불거져 '도시애' 발매를 취소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빈의 첫 솔로 음반 '도시여자'의 수록곡 '도시애'와 관련, 저작권 논란이 인지돼 발매를 연기했으나 최종적으로 해당 곡의 발매가 취소됐습니다."


    JYP 측은 "유빈의 앨범 콘셉트를 시티팝으로 정한 뒤 나이트 템포에게도 곡을 받았으나 실제로 작업은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나중에 유사성 논란을 인지, 발매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시애'를 유빈의 첫 싱글에 포함시키고 앨범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것은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가 아닌, 회사 내 별도로 구성된 팀원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빈의 솔로곡을 준비할 때 박진영도 자신이 만든 곡을 제안했는데 프로듀서 팀에선, HIROMI·TOYO 등이 공동으로 작업한 '도시애'를 택했다고.




  • 가사도 '플라스틱 러브'와 비슷한 느낌

    '도시애'의 가사는 노래를 부른 유빈과 인디밴드 모자루트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밤하늘'이 공동으로 작사한 것으로 앨범 소개글에 나와 있다. 이와 관련, 유빈은 앨범 발매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드라이브를 하면서 반짝이는 도시 야경을 보고 쓸쓸한 느낌을 받아 '도시애'의 가사를 쓰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 역시, 원곡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러브(Plastic Love)'와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도시애'의 가사와 '플라스틱 러브'의 가사를 나란히 게재하며 두 문장의 뉘앙스가 비슷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금방 식어버리는 사랑이어도 난 괜찮아." (도시애)

    "나를 결코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고 사랑 따위 그냥 게임으로 즐겨도 괜찮아." (플라스틱 러브)


    '플라스틱 러브'는 나이트 템포가 만든 리믹스 버전의 오리지널 곡으로, 1984년 일본의 다케우치 마리야(たけうちまりや)란 가수가 발표한 노래다. 다케우치 마리야는 7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활동해온 베테랑 여가수. 일본 '시티팝'의 거장으로 불리는 싱어송라이터 야마시타 타츠로(やましたたつろう)의 아내로도 유명하다.

    '시티팝'은 1980년대 일본을 중심으로 유행한 도회적 팝 음악을 일컫는다. 펑크·디스코·미국 소프트 록·R&B 등에서 영향을 받은 장르로 알려졌다.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와 상쾌하고 청량감 있는 선율이 특징. 최근 미국과 유럽의 DJ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힙한' 장르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월간 윤종신'의 7월호 'Welcome Summer'를 발매한 윤종신 및 인디 뮤지션들이 이 장르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 및 자료 제공 = JYP엔터테인먼트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