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 4층 상가 순식간에 붕괴... '안전등급 D' 서울로 7017도 '날림' 의혹
  •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4층 상가 건물이 붕괴된 모습.ⓒ사진=뉴시스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4층 상가 건물이 붕괴된 모습.ⓒ사진=뉴시스

    용산 상가 붕괴로 인해 서울지역 노후 시설물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무너진 건물이 건축된 지 5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에서 참사의 원인을 찾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있던 4층 상가 건물이 순식간에 무너진 것은 지난 3일 오후 12시 35분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건물이 통째로 붕괴된 것은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 이후 처음이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처음

    사고는 주말에 일어났다. 또 상가 건물이었던 탓에 1~2층에 입주한 음식점들이 주말에 문을 열지 않아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60대 여성 거주자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을 뿐이다. 그러나 평일이었다면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으리란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붕괴의 원인 규명을 위해 정밀 감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까지는 '건물 노후로 인한 균열'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상가는 1966년에 지어진 것으로 현재 용산 재개발 5구역에 속해 있다. 재개발 5구역은 12년 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시공사 선정 절차 등으로 인해 현재까지 그대로 방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9일 건물 균열 민원이 용산구청에 접수됐으나 해당 건물이 '위험시설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별도의 안전점검 이행이 없었다는 게 세입자들의 주장이다.


    "재개발·재건축 허가 지연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재개발·재건축 허가 지연‘을 꼽고 있다. 신속히 재개발이 완료돼야 하는데 투기 예방 등을 골자로 하는 서울시 행정 때문에 시기를 놓쳤고,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 ▲ 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 고가공원, 공원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서 균열이 보여 안전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 고가공원, 공원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서 균열이 보여 안전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실제로 박원순 시정 7년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재개발보다는 '재활용'에 초점을 맞춰왔다. 노후 건물, 다리 등을 철거하지 않고 인프라를 고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을 채택해온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2,300억원으로 정부가 한 해 투입하는 예산 1,500억원을 한참 웃돈다. 사실상 서울시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돼왔다.

    서울도시재생포털에 따르면 도시재생은 현재 서울 전역에 걸쳐 모두 13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장소는 낙원상가, 세운상가, 서울역, 가리봉, 성수동 등이다. 해당 지역들은 대부분 쇠퇴낙후산업(상업)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이다.


    안전 우려됐지만 박원순 시장이 사업 강행

    그 중 대표적인 예는 '서울로 7017'이다. 서울로 7017은 미국 하이라인파크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1970년 준공된 서울역 고가차도로를 산책 공원으로 재탄생시킨 사업이다.

    당초 안전 문제가 우려됐으나 박 시장은 해당 사업을 끝내 강행했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고가 도로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47살짜리 교량이 만 2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먹은 세금은 약 600억원.

    지난 5월 개장 1주년을 맞아 방문객 천만 명을 돌파한 이 곳은 사업 시작부터 안전문제 및 실효성, 예산낭비, 고가폐쇄에 따른 교통흐름 악화 등 탁상행정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가장 큰 문제는 서울역 고가가 45년간의 운영에 따른 노후화로 안전등급 D를 받은 '철거대상 구조물'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탓에 서울시는 전체 사업비 597억원 중 40%를 안전 보강에 투입해야했다. 


    개장 두 달 만에 '날림공사' 의혹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개장 두 달만에 서울로는 '날림공사' 의혹에 휩싸였다. 구조물 균열현상과 시멘트 박리현상,  부실 마감처리, 콘크리트 화분에 담긴 식물 고사(枯死) 현상이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그 후 1년이 지난 지금도 서울로 곳곳에서는 균열 현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로는 보수를 진행하며 내진 설계에 준하는 규정에 맞게끔 안전등급을 B이상으로 끌어올렸다"며 "교량 안전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수치로 표현하면 체중 70kg 성인 5만명이 동시에 올라가도 문제가 없으며 규모 6.3~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콘크리트 균열과 관련해서는 "원래 콘크리트는 균열이 가는 물성"이라며 "바닥판 표면에만 균열이 간 것이라 구조적 안전 문제는 없으며 수시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 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용산 상가 붕괴는 단순 건물 노후보다는 인근 대형 공사로 인한 진동이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 서울 고가공원과는 성격이 다르다"면서도 "콘크리트 균열이 지속된다면 그 역시 다시금 살펴봐야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1년 운영비만 43억 2,500만원

    서울로 고가공원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이 외에도 또 있다. 최근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여름 무더운 날씨를 고려할 때, 사실상 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 특히 43억 2,500만원에 달하는 연간 운영비는 공원 관리, 유지의 효용성(效用性)을 심하게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일까. 서울로 고가 공원은 13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쟁점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멸망 당한 고대 바빌로니아 사치사업 공중정원이 생각나며, 예산을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쓰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흉물이 되어 버린 서울로를 당선되면 철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