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언론 "북한 비밀기지, 시리아에 설치... 화학무기, 탄도미사일 대량 은닉"
  • 세습 독재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곧 방북해 김정은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습 독재 중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곧 방북해 김정은과 만날 예정이라고 한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내전 때문에 불안정한 상황에 처한 시리아 대통령이 북한까지 날아가 김정은을 만나려는 이유는 대체 뭘까.  ‘북한의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미사일 은닉’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北조선중앙통신 “아사드, 김정은이 최후 승리할 것이라 말했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문정남 특명전권대사가 5월 30일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봉정했다"면서 이때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한 말을 전했다.

    北조선중앙통신은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김일성과 하페즈 알 아사드 前대통령에 의해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관계가 마련된 것을 언급하고 앞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각하를 만나 뵐 결심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김정은의 탁월한 정치실력, 현명한 영도에 의해 최근 한반도에서 커다란 긍정적 사변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온 세계가 환영하고 있다”며 “김정은이 최후 승리를 이룩하면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실현하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았고, 이스라엘 방위군(IDF)의 공격에 이란 혁명수비대와 자국군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 북한을 찾아가 김정은을 만나겠다는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말을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혹시 미국의 비핵화 사찰 이전에 핵무기와 화학무기, 관련 장비, 탄도미사일 등을 빼돌리려는 북한과 이런 무기가 당장 필요한 시리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은 아닐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방북 계획을 밝혔다는 소식은 주요 외신을 통해서도 전해졌다. BBC는 “북한의 동맹 시리아는 아사드 대통령의 방북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북한과 시리아는 화학무기 사용 혐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으며, 두 나라 모두 그런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에 '김일성 공원' 만든 시리아

    북한과 시리아의 공통점을 떠올릴 때 화학무기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BBC뿐일까. 시리아는 내전이 한창일 때던 2015년 8월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김일성 공원’을 개장할 정도로 북한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자랑하고 있다.

    북한과 시리아의 관계는 하페즈 알 아사드가 집권한 1971년 이후부터 이어졌다. 시리아는 북한의 세습 독재를 따라 배우며 46년째 철권통치를 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는 이란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협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시리아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대구경 로켓(300mm), 화학무기도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15년 8월 3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김일성 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양국 고위 관계자. ⓒ알 자지라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5년 8월 31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커스에서 '김일성 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양국 고위 관계자. ⓒ알 자지라 관련보도 화면캡쳐.

    시리아 언론 “시리아에 북한 화학무기 비밀기지 있다”

    지난 3월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브레이킹 이스라엘 뉴스’는 시리아 뉴스 포털 ‘자만 알 와슬’을 인용해 “시리아에 북한이 건설한 지하 비밀기지가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자말 알 와슬’에 따르면 북한은 시리아 지하 비밀기지에 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대량 보관하고 있으며 몇몇 SNS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해당 비밀기지에 핵무기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브레이킹 이스라엘 뉴스’는 “시리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지하 비밀기지는 라타키아州 콰르다하 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콰르다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라며 “동시에 라타키아州에 있는 ‘크메이밈 러시아 공군기지’와도 가깝다”고 전했다.

    시리아 언론에 따르면 북한 지하 비밀기지는 핵무기 시설 또는 북한군의 해외 무기저장소로 추정되며, 고도의 보안과 경비 체계가 갖춰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지하 비밀기지는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던 2011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완공까지 7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기지는 콰르다하 산악 지역의 깊은 골짜기 지하에 긴 터널 형태로 지어져 있으며, 북한 땅굴 전문가가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리아 정부 관계자는 외부로 드러난 북한 지하 비밀기지 부분은 매우 작아 식별하기가 어렵다며 언론에 해당 지역을 촬영한 위성사진까지 보여줬다고 한다.

    이곳이라면 미국의 CVID 비핵화가 실행되기 전에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몰래 빼돌려 숨겨놓기에 좋은 장소 아닐까.
  • 시리아 뉴스포털 '자만 알 와슬'이 시리아 내 북한 지하비밀기지로 지목한 지역의 위성사진. 이곳에 북한의 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이 대량 보관돼 있다고 한다. ⓒ'자만 알 와슬'-구글 어스 캡쳐.
    ▲ 시리아 뉴스포털 '자만 알 와슬'이 시리아 내 북한 지하비밀기지로 지목한 지역의 위성사진. 이곳에 북한의 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이 대량 보관돼 있다고 한다. ⓒ'자만 알 와슬'-구글 어스 캡쳐.

    태영호 前공사의 지적 “김정은 핵무기 빼돌릴 수도 있다”

    2016년 8월 귀순한 태영호 前공사는 최근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출간하고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당시 간담회에서 태영호 前공사가 밝힌 내용 가운데 주목할 대목은 “김정은은 절대 미국의 CVID 비핵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태영호 前공사는 “지금 김정은이 한국,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다 뭐다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이는 ‘위장평화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보유한 핵무기의 일부를 미국과 한국에게 내놓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대부분의 핵무기를 비밀리에 숨겨 놓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며 한때 ‘강철서신’으로 유명했던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는 지난 5월 31일 한 인권단체 포럼에서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핵무기 절반 정도는 숨겨 놓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철서신' 김영환 대표도 '핵 은닉' 우려

    김영환 대표는 美北정상회담이 이뤄지면 북한 측이 핵실험장 폐쇄, 핵실험 중단, 핵무기 및 관련 시설 불능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불능화, 북한 전역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가운데 많은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고 해도, 미국이 북한에 있는 핵무기를 모두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태영호 前공사나 김영환 대표의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제네바 합의 전후, 2003년부터 시작된 6자 회담 당시에도 북한이 핵물질과 핵무기 관련 장비, 탄도미사일과 그 생산시설을 지하 시설에 은닉했다는 추측과 정황은 수십 차례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전국 곳곳에 최대 1만여 개에 달하는 ‘땅굴’을 보유한 북한의 특수성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