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후보군 오늘 결정…"당신이 드루킹 사진을 갖고 있다며?" 한 통의 전화가 왔는데….
  • ▲ 드루킹이 찍힌 원본이미지. 경인선 회원들 가장자리에 드루킹 김동원 씨가 앉아 있다.ⓒ뉴데일리 DB.
    ▲ 드루킹이 찍힌 원본이미지. 경인선 회원들 가장자리에 드루킹 김동원 씨가 앉아 있다.ⓒ뉴데일리 DB.

    ‘드루킹 특별검사팀’을 이끌어갈 특별검사 후보군이 3일 결정된다. ‘드루킹’ 김동원씨는 19대 대선을 둘러싸고, 국민 여론을 대대적으로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감옥에서 보낸 ‘옥중서신’을 통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몸통”이라며 “그가 꼼꼼하게 여론조작을 지시하고, 매일 체크했다”고 주장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반기문, 안철수, 송민순, 홍종학씨 등 우리 사회를 강타한 사건의 배후에는 그가 작업한 여론조작이 있었다는 것이다.

    드루킹의 얼굴은 문재인 정권의 핵심 멤버를 정면으로 겨누는 ‘여론 조작’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국내의 거의 모든 언론이 그의 얼굴을 찾아 헤맸지만, 당시까지 드루킹의 얼굴을 담은 사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상상속에서만 존재했던 그의 얼굴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이던 2018년 4월 22일, 일요일 새벽 3시 30분이었다.

    그날 나는 강원도에 있었다. 가족과 모처럼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4월 21일, 친하게 지내던 한 일간지 선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드루킹 얼굴을 뉴데일리가 갖고 있다는데, 사진을 좀 제공해 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어안이 벙벙했다. 드루킹 사진을 우리가 갖고 있다니…. 혹시 농담 아닐까? 그런데 아니었다. 선배의 목소리는 신중했다. 마음 속에서 무엇인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건 특종이야.’

    선배에게는 "일단 찾아보고 있으면 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부랴부랴 사진부 후배들에게 연락해, 우리가 드루킹 사진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단서는 ‘드루킹이 2017년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전라북도 전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사실 하나였다. 실오라기 같은 이 단서를 들고 더불어민주당의 2017년 전북 지역 행사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때까지 알려진 드루킹의 모습은 한 매체가 촬영한 동영상 캡쳐 이미지 하나가 전부였다. 영상에는 머리가 허연 중년 남성이 뿌연 모습으로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드루킹은 신기루 같았다. 애간장을 태우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쉽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개 속을 더듬으며 헤매기를 수시간째. 자정 쯤, 낮에 연락했던 선배가 기사 링크를 하나 보내왔다. 2017년 대선 당시 부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역 전당대회 사진 스케치 기사였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있는 모습이었다. 작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이 현장에 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진 한 귀퉁이에서 흰머리를 한 40대 남성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보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드루킹이었다.
  • ▲ TV조선 방송 캡쳐. ⓒ뉴데일리 DB
    ▲ TV조선 방송 캡쳐. ⓒ뉴데일리 DB

    이제 해야 할 일은 사진 원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있는 팀원에게 전화해 회사로 가서 파일을 확인하라고 했다. 후배는 한 밤중에 차를 몰고 남대문 뉴데일리 사옥으로 날아갔다. 원본 파일이 남아있을까? 중요한 사진 파일은 항상 백업을 해놓지만, 데이터 용량 때문에 불필요한 파일은 정기적으로 삭제해 왔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영남권역 전당대회 사진을 지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삭제한 파일이 아니길.

    시간은 지루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떠들며 놀았지만, 내 마음은 온통 회사에 있는 사진 DB를 헤매고 있었다. 1시간이 10시간처럼 느껴졌다. 손에 배인 땀을 연신 닦아내며,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다. 새벽 3시경, 드루킹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파일 2개가 확인됐다. 그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무리 한 켠에 선명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왼쪽 귀에 무전기 리시버를 꽂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모습이었다.

    회사로 날아간 후배가 자고 있는 당직 선배를 깨운 것은 4월 22일 새벽 3시 10분. 기사가 송고된 것은 새벽 3시 30분이었다. 드루킹의 얼굴 외에는 블러(탈초점) 처리한 상태였다.

  • ▲ 드루킹 클로즈업 사진. ⓒ뉴데일리 DB.
    ▲ 드루킹 클로즈업 사진. ⓒ뉴데일리 DB.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기사의 반응은 크지 않았다. 그날 밤을 새고 오후에 서울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조선일보의 전화를 받았다. “드루킹 사진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흔쾌하게 응한 뒤, 사진을 전송해 줬다. 속으로는 종합3면이나 4~5면 정치면 쯤에 노출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뉴데일리의 사진은 다음날 아침, 세상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조선일보가 23일 아침, 종합1면 톱기사로 뉴데일리 사진을 올린 것이다. 드루킹의 맨 얼굴이 온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었다.
  • ▲ 조선일보 4월23일자 1면 사진. ⓒ뉴데일리 DB
    ▲ 조선일보 4월23일자 1면 사진. ⓒ뉴데일리 DB
    드루킹의 얼굴을 왜 뉴데일리만 갖고 있었을까? 드루킹 게이트가 터지자 언론사는 일제히 드루킹의 사진과 행적을 찾아 나섰다. 사진기자들은 발생하는 사건을 따라다니며 같은 장소에 나타나지만, 매체 특성별로 촬영 방법과 접근 방법이 다르다. 일간지의 경우에는 종이가 갖고 있는 지면의 제약 때문에 ‘완벽한 사진 1장’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인터넷신문의 경우에는 지면의 제약이 없다. 따라서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사진을 담아, 독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려 한다.

    드루킹이 찍힌 부산 전당대회에서 사진기자들의 관심은 주요 후보들의 표정과 몸짓에 쏠렸다. 특이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관중석을 향해 셔터를 누르지는 않는다. 편집국장은 항상 이런 부분을 강조했다. 다른 매체와 똑같은 기사, 똑같은 사진을 싣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독특한 자장면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명제는 한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현장을 다양하게 보고, 기록하고, 저장하는 습관이 여기에서 나왔다. 뉴데일리의 드루킹 사진은 그날 저녁, TV조선 전파를 타고 다시 한번 전국으로 날아갔다. 신문은 하기 힘든, 인터넷 뉴데일리의 쾌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