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뜨리고 때리고 계란 던지고...권영진, 김성태, 원희룡 등 야권 인사들 연이어 피해
  • ▲ 거리 유세 도중 한 여성이 밀쳐 쓰러진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뉴시스
    ▲ 거리 유세 도중 한 여성이 밀쳐 쓰러진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 ⓒ뉴시스
    야권 정치인에 대한 '폭행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폭행을 당한 이는 권영진 자유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무소속 후보에 이어 올해들어서만 세번째다. 

    ◆꼬리뼈 금 가고 허리 부상

    6·13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31일 권영진 후보의 거리 유세 중 한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 권 후보를 밀쳐 넘어뜨렸다. 

    그대로 뒤로 넘어진 권 후보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진찰 결과 권 후보는 허리 부상을 당하고 꼬리뼈에 실금이 가 결국 유세를 전면 중단해야만 했다.

    권영진 후보를 밀친 여성은 '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의 회원으로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으며 경찰은 현장 영상을 확보하는 등 급히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권 후보 측은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로 규정했다. 권 후보 측의 장원용 대변인은 이날 오후 4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광역단체장 후보가 선거운동 도중에 폭행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백주의 선거 테러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폭행에 가담한 용의자가 누구인지 신속하게 밝혀내야 한다"며 "나아가 문제 단체의 배후에 어떤 선거 방해 세력이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야권 인사들만 집중적으로 노려

    야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이 계속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드루킹 특검 요구 단식농성 중이던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남성에 의해 가격을 당해 쓰러진 데 이어, 원희룡 제주도지사 무소속 후보는 토론회 중 한 남성으로부터 뺨을 맞고 계란 세례를 당했다. 

    며칠 지나지 않은 상황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 또 다시 한국당 후보가 거리에서 갑잡스러운 테러를 당했다. 이를 두고 범보수 야권 진영에 대한 물리적 압박 또는 위협이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권 후보가 이른바 '헐리우드 액션'을 했다며 사실을 왜곡하는 여론조작성 주장을 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저런 오바액션 취하는 인간이 대구시장이 된다니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눔 쇼 잘하네 ….코미디언 출신인가?", "이제부터 자해당 이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등 여론을 조작하려는 듯한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 피해자에게... 댓글로 조롱까지

    한국 정치사에서 정치인들이 당한 ’테러 수난’은 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직접적인 폭행은 물론 계란 세례나 밀가루 투척, 심지어 인분이나 최루탄 가루를 뿌리기도 하는 등 그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역시 200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했던 이른바 ‘커터칼 피습’이다. 

    권영진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 역시 당시 지방선거 거리 유세를 다니던 중이었다. 범인은 박 전 대통령의 얼굴 오른쪽을 그어 10cm 길이의 상처를 남겼다.

    이 피습 사건은 2006년 6월 지방선거 판세를 뒤집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전국 광역단체장 12곳에서 승리했고 박 전 대통령은 “대전은요?”라는 질문으로 전국민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기도 했었다.

    대통령 후보가 당한 계란 세례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12월 대선 열기가 한참 달아오를 당시 이명박 후보는 가슴과 허리 왼쪽에 계란을 맞았다. 비슷한 시기 이회창 후보 역시 대구 서문시장에서 계란을 맞기도 했다.

    시간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한 계란 세례도 찾을 수 있다. 2002년 대선 유세 중 계란을 맞은 노 전 대통령은 “달걀 맞아서 일이 풀린다면 얼마든지 맞겠다”고 발언, 화제를 낳기도 했다. 

    1999년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김포공항에서 붉은 색 페인트가 들어 있는 계란을 맞기도 했다. 당시 범인은 김 전 대통령이 IMF 위기를 초래한 책임을 묻겠다며 계란을 던졌다. 


    비교적 최근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찾았다가 극렬 반대세력이 던진 계란을 맞았다. 현재 민주평화당 소속인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겨울 지역구인 목포에서 ’안철수 연대 팬클럽’의 회장으로부터 계란을 맞았다. 

    국내 정치인은 아니지만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의 피습 사건은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2015년 3월 리퍼트 전 대사는 김기종의 기습 공격을 받아 얼굴에 길이 11㎝ 자상, 왼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당시 리퍼트 전 대사의 의연한 대처가 많은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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