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단일화 더 언급 안해"… 안철수 "인위적 단일화 있을 수 없어"
  • ▲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성동구 마장 축산시장,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DB
    ▲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송파구 가락몰, 성동구 마장 축산시장,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DB

    6·13 지방선거 투표 용지 인쇄 전 '반짝' 떠올랐던 야권 광역단체장 후보 간의 단일화 문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광주와 전남을 제외한 15곳에 후보를 냈고, 바른미래당은 강원, 충남, 전북을 제외한 14곳에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서울·대전·충북 지역 등에서 단일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단일화가 성사된 곳은 한 곳도 없고 단일화가 진행되던 일부 지역마저 파열음이 나고 있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유권자에 의한 표 모아주기'를 기대하며 단일화를 꺼내들었지만, 지지율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지 못하자 흐지부지됐다는 분석이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29일 토론회에서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했다. 서로 '내가 야권 대표 후보'라는 점만 외치다 결국 돌아선 것이다.

    김문수 후보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단일화는 이제 끝났다"며 "이제 단일화 이야기는 그만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7년 전 안철수 후보를 당선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에 단일화를 한다면 박원순 후보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인위적인 단일화는 있을 수 없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저와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박원순 후보의 지지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며 "시민들이 가능성 있는 후보에게 지지를 모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시장과 충북지사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도 멈춰 선 상태다. 남충희 바른미래당 대전시장 후보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실무협상 과정에서 연합정부의 구성 원칙과 정책적 합의는 비교적 쉽게 타결되었으나 단일화 방안에 대해서는 입장 차가 컸다"며 "연합정부 구성이라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선거공학적 단일화, 무조건 단일화 방식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것을 천명하며 공동정부 구성 및 단일화 관련 협상의 중단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신용한 바른미래당 충북도지사 후보도 본지 통화에서 "한국당 후보 측에서 단일화 조건으로 정무부지사 직을 제안했다고 언론에 말해 사건화되었고 선관위에서 조사에 들어갔다"며 "지금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문제가 쉽게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 입장을 전했다.

    ◆단일화 해도 실질적 효과 약할 것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급부상했다가 다시 가라앉게 된 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독주 가도를 달리고 있어 실질적인 단일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한 것을 보인다. 최근 실시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광역 후보급에서 단일화가 이뤄져도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을 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속출하고 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합집산이나 정파적으로 상황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수-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박원순 대세론'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박 후보는 이어 "(이번 선거는) 결국 시민들이 판단하고 결정하는 문제"라면서도 "지난번 여론조사에 보면 그렇게(단일화로 인해 후보 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을 저도 봤다"고 자신했다.

    ◆여당 견제세력으로 주목받지 못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유권자에게 차별화를 꿰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범보수 정당이 여당을 견제할 대안 세력으로 주목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김문수 후보는 "보수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확립할 후보"라는 점을, 안철수 후보는 "박원순과 경쟁했을 때 경쟁력 있는 후보"라는 점을 호소하고 있지만, 한 쪽 후보가 다른 쪽 후보를 압도하지 않는 이상 단일화를 압박할 이유도 명분도 찾기 힘들다.

    정치권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할 경우 야권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이기보다는 후보 개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의 절반이라 하는 서울시장 선거에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정치 생명이 좌우된다"며 "서로 한 치의 양보 없는 2등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