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무너진 북촌 주민들의 일상...여전히 '대책마련 중'인 서울시전문가들, 유형별로 구체적인 개선 대책 마련해야
  •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아직도 대책수립 중인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아직도 대책수립 중인 서울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을 설치했다.ⓒ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이 밤낮없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쓰레기 무단투기 등 생활환경 침해 문제는 주민들에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민 피해는 주민, 관광객, 행정기관 등 이해집단 간 사회문화적, 환경적, 정책적 갈등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촌 한옥마을 일대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객 때문에 원주민이 떠나는 현상) 현상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민의 주거권과 정주권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이다. 주거권과 정주권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북촌 한옥마을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관광객으로 인한 소음 문제와 쓰레기 문제 등을 문제를 제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를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떠넘겼고, 오히려 ‘북촌 관광’을 장려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시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지난해 주민들의 실태조사 용역을 진행했고, 결과에 따라 개선 대책 수립 중”이라고 밝혔지만, 북촌 주민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모습.ⓒ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 북촌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모습.ⓒ뉴데일리 김태영 기자
    특히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음’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주말이 오면, 주민들은 집에서 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피해 밖을 계속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북촌 한옥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자신의 한옥 기와지붕 아래에서 사진을 찍거나, 주춧돌에 걸쳐 앉아 있는 관광객의 모습을 수시로 본다”며, “주말이면 카메라 셔터 소리로 주변이 가득 찬다”고 말했다.
    30년째 거주한다는 B씨는 “문고리가 고장날 정도로, 관광객들이 문을 계속 두드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던 옛날이 그립다”라고 덧붙였다.
    주민 C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새벽부터 시끌벅적 하는 소리와 밤마다 캐리어 끄는 소리 때문에 매일 잠을 설친다”고 힘들어했다.

    주민들은 대문이라도 개방하는 날에는, 갑자기 50~60명의 관광객이 한꺼번에 집에 들어와 집 안에 있는 항아리 등의 물건을 훼손하거나, 어질러놓고 가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개인 화장실에 대소변을 보고 나가, 결국 화장실을 폐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종로구청은 북촌 한옥마을 등을 관광객 밀집지역으로 지정하고, 지난 4월부터 ‘정숙 관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구청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쉿!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거나, 현수막으로 제작해 골목 구석구석에 설치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촌평했다. 사람이 피켓을 들고 있어 보는 순간 조용하지만, 돌아서면 다시 시끄러워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관광객을 무작정 막을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관광객들의 시간·공간적 분산과 동시에 관광객 행위 규제 강화, 단체관광객 제한 등 문제 유형별로 구체적인 개선 대책을 제시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