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은 사람끼리 단합대회'? 무슨 얘기 했는지 국민에게 공개해야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5월 26일 오후 3시~5시 사이 판문각에서 비밀 접촉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남-북 회담 취소로 두 사람의 이해(利害)가 완전히 맞아 떨어졌던 닭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두 사람의 당면의 필요사항도 완전히 일치했을 것이다.
    두 사람 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엄청 얻어맞았고,
    얻어맞았기에 “얻어맞은 사람들끼리 합치자”는 절박한 공감이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이 지금까지 내게 해준 말이 실제와 맞지 않는다”는
    불평을 들었다. 불신당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6월 12일 미-북 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볼튼 백악관 보좌관은 그것을 한국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고, 사후 통보도 정의용 아닌 조윤제 주미 한국 대사에게 했다.
    ‘코리아 패싱’이고 ‘문재인 패싱’이었다.
    청와대의 충격과 당혹은 보통이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입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김정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된통 한 방 먹었다.
    벼랑 끝 전술과 판 깨기 위협은 본래 북한의 상습적 수법이었다.
    그런데 어럽쇼, 그걸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써먹었네.
    김정은과 북한으로서는 상상조차 하지 않고 못했던 날벼락이었다.
    김정은은 휘청했다. 그래서 나온 게 ‘김정은의 위임’을 받았다는 김계관의 ‘깨갱 깽깽깽’ 성명이었다.
    “트럼프 성 넴, 이거 왜 이러십네까? 아, 누가 회담 깨겠다고 했습네까? 고정하시라요”

     이래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동병상련 측면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회동을 했다. 급했던 것이다.
    “우리가 만회할 길은 무엇이냐?”를 조율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조율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각은 5월 26일 오후 11시 57분- 따라서 내일 오전 10시에 있을 문재인 대통령의 담화를 들어보기 전에는 이에 관해 뭐라고 단언할 수 없다. 이 글은 그래서 그 시각 이후에 마무리해 업로드 할 작정이다.

     다만 지금 시각에서도 이렇게는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이 기회를 잘 살릴 궁리를 하라고 역설했을 수 있다.
    필요 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부아를 돋울 필요는 없지 않으냐고 했을 수도 있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기들을 위해 미국에 계속 로비를 잘해줄 것을 부탁했을 수 있다.
    이런 상호당부 후 양측은 ‘민족공조‘란 이름의 ’너 살고 나 살고 우리 살고‘에서 다시 한 번 의기투합 했을 수 있다.

    한국 NL(민족해방) 운동권이 갈수록 더 한-미 동맹에서 멀어져
    중국-남한-북한 연계(連繫)로 이동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북 회담이 열리면 김정은은 현재 핵과 미래 핵은 포기한다 하더라도 과거 핵은 100%까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북한의 과거 핵을 100% 다 찾아낼 수는 없다. 예컨대 북한 지하에 땅굴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무슨 수로 다 찾아내고 뒤지나? 김정은은 과거 핵의 일정부분을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잘 알기에 북한의 과거 핵을 100% 아닌 일부만 폐기해도 “알면서 속아줄 수 있다”고 내심 계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60% 폐기하면 미국이 지는 것이고, 80~90 폐기하면 그나마 성공작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결국 핵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태영호 공사 말 맞다나 ‘핵 폐기란 종이로 포장된 핵 동결 또는 핵 보유’로 가는 꼴이다.
    이런 결과일 경우 대한민국 안의 친(親)대한민국 진영은 완전 골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란 정치적 시한에 쫓기고 있는 점도 대한민국 진영엔 영 불리한 조건이다.

       이 글은 이 대목에서 일단 중지하고 내일 오전 10시 이후 다시 이어가겠다.

     이제 5월 27일 오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담화가 있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화고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한 답변이 없었다.
    그건 미-북 간에 협상돼야 할 문재라는 것이다. 이런 대답이야 누군들 못 하겠는가?
    그런 요청은 했지만 김정은은 묵묵부답이었다던가, 아니면 노(no)라고 말해했다던가,
    둘 중 하나는 분명히 했어야 하지 않겠나?

     이런 정도라면 굳이 왜 깜짝 정상회담을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의제라 할 완전 비핵화는 제쳐놓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센 공세 앞에서
    ‘우리 둘의 단합대회’만 한 게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법한 만남이었다.

     김정은은 결국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없는(CVID)비핵화는 죽어도 하지 않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고 밖엔 말할 수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의 이런 마지노선을 절대로 인정해선 안 된다.
    그럴 경우엔 미-북 회담의 결렬을 선언하고 무기한 최대압박으로 나가겠다고 해야 한다.
    아니, 북한 핵은 김정은 정권의 제거와 북한체제의 변혁 없이는 도저히 이룰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음을 천명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악(惡)의 뿌리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 사교(邪敎) 체제의 존재 그 자체다.
    한반도 평화 체제는 따라서 대한민국-대한민국 국민-북한주민-북한 엘리트가 세계의 자유-인권-평화 세력의 성원을 받아가며 평양의 폭군과 폭압체제를 혁명적으로 제거함으로써만 가능하다.

    저들은 날만 새면 ‘남조선 혁명’을 외치는데 왜 우리는 북한 자스민 혁명을 외치면 안 돼나?
    혁명은 저들만 하는 것인가? 우리도 혁명을 해야 한다. 노예제가 있는 북한이야말로
    아랍 형(型) 자스민 혁명을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지역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중재’ 자청(自請)을 거절하고,
    김정은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 제3의 잡음이 섞이지 않은 담판에서
    김정은이 CVID에 대해 예스냐 노냐만을 물어야 한다.
    한반도 주변에 미국의 막강한 전략자산을 전개한 가운데 말이다.

     류근일 / 전 조선일보 주필 /2018/5/27
    류근이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