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평화 온다는 국제사회 분위기, 납북자 가족들에겐 절망내달 8일 서울 글로벌센터 '13개국 국제공조 납북문제 해결방안 발표회' 예정
  • ▲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미국의 납북문제 거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미국의 납북문제 거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사단법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북한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한국전쟁 휴전회담 당시 미국이 주축이었던 유엔이 북한의 납북 범죄를 추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며 "한인 납북자 문제 해결에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협의회가 설명한 '납북 민간인 송환 실패 경위'는 이러하다.

    한국전쟁 정전회담은 1951년 7월부터 1953년 7월까지 2년 간 지속됐으며, 납북민간인 문제는 제4의제였던 포로교환 논의에서 약 5개월간 다뤄졌다. 당시 유엔은 국군포로와 남한 민간인을 포함한 1대1 포로교환을 북한에 요구했으나, 이들은 납북을 전면 부인하고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유엔은 납북 민간인을 언급할 때 '납치'라는 용어 대신 '북에 휩쓸려 갔다(swept northward)'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1:1 포로교환을 포기했다. 이 과정에서 납북자 문제는 실향사민(失鄕私民)의 범주에 갖히게 됐고, 북한은 귀향을 희망하는 남한 민간인이 1명도 없다며 아무도 돌려보내지 않았다.

    유엔이 빠른 시일 내에 정전협정을 체결하는데 우선순위를 뒀고, 회담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제한적으로 반영됨에 따라 납북자 송환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설명이다.

    이미일 이사장은 "미국 탓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의 잔혹한 납북범죄가 미북 대화에서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희문 북한자유인권 글로벌네트워크 대표도 "휴전이 시급했던 유엔이 계속해서 북한을 추궁해도 조인(調印)만 늦어진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전시(戰時)가 아닌 북한이 아무리 시치미를 떼도 지금 상황에서는 반드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협의회는 6월 12일 예정됐던 미북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다뤄달라는 요구도 할 예정이었지만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만 협의회 측은 회담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이 북한에 납북자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이미일 이사장은 "꼭 이번 미북회담이 아니더라도 미국이 이 문제를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 어떤 경로로든 협의할 기회가 생긴다면, 비핵화 뿐만 아니라 납북자 문제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 마치 북핵 문제만 해결되면 한반도 평화가 온다는 듯이 거론되니까, 우리들은 지금이 가장 중요하고 절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가 지나면 우리 문제는 완전히 묻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협의회는 지난달 25일 남북회담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납북자 문제를 의제로 삼아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청원문을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5월 초 정부로부터 추후 예정된 남북적십자회담에서 인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답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희문 대표는 "한국전쟁 납북자 문제는 과거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라며 "특히 북한으로부터 납치당한 국민이 있는 13개 국가가 국제 공조해 북한을 압박할 계획이다. 납북자들이 조국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북한정권의 불법납북 문제해결을 위한 13개국 국제공조 대처방안 발표회'는 내달 8일 서울 종로구 글로벌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와 북한자유인권 글로벌네트워크가 각각 주최와 주관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