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못믿겠다…선의 갖고 노력했지만 여러번 약속 어겨"
  • ▲ 지나 해스펠 美중앙정보국(CIA) 국장 취임식에 나온 트럼프 美대통령과 '대북전략담당자들'. 단상의 트럼프 대통령 뒤로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 지나 해스펠 美CIA 국장,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이 보인다. ⓒ美백악관 공개영상 화면캡쳐.
    ▲ 지나 해스펠 美중앙정보국(CIA) 국장 취임식에 나온 트럼프 美대통령과 '대북전략담당자들'. 단상의 트럼프 대통령 뒤로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 지나 해스펠 美CIA 국장,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이 보인다. ⓒ美백악관 공개영상 화면캡쳐.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을 취소한다”는 공개서한을 내놓은 뒤 한국 사회는 “최선희 北외무성 부상의 담화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美백악관은 “원인은 여러 가지 였다”는 해명을 내놨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5일 “美정부는 선의를 갖고 美北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이 많은 약속을 어긴 것이 회담 중단의 배경”이라는 美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美백악관 고위 관계자가 말한 美北정상회담 취소의 이유는 세 가지였다. 마이크 펜스 美부통령이나 존 볼턴 美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을 지목해 맹비난한 최선희 北외무성 부상의 담화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북한이 미국과 했던 약속을 거듭 어긴 것,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해 분명히 듣고서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전문가를 초청하지 않은 점도 포함됐다.

    美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재개되는 것을 이해한다고 했다가 지난주에는 도발 행위라고 비난하며 한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취소했는데 이런 것이 약속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지난 9일 두 번째 방북에서 김정은에게 “정상회담을 위해 양측이 싱가포르에서 사전 준비를 진행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동의하고서도 약속 장소에 아무런 해명 없이 나타나지 않은 점 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美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 것에 대해서도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한국 정부에 “국제 전문가들을 핵실험장 폐쇄 때 초청해 투명하게 검증받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美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파괴한 갱도는 다시 사용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자들은 초청했지만 핵전문가들은 배제했다”면서 “북한이 이처럼 많은 약속을 위반하고 약속 장소에도 나타나지 않는 등 미국과의 소통을 중단한 것은 선의가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 관계자는 존 볼턴 美NSC 보좌관의 ‘리비아식 비핵화’ 발언 등이 북한의 태도 변화 원인 아니냐는 질문에는 최근 북한의 성명을 보면 美정부 특정 인사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부분들에 반대했다고 지적했다”면서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려는 핵심”이라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 ▲ 행사에 참석해 박수치는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존 볼턴 美NSC 보좌관. ⓒ美브루킹스 연구소 화면캡쳐.
    ▲ 행사에 참석해 박수치는 폼페오 美국무장관과 존 볼턴 美NSC 보좌관. ⓒ美브루킹스 연구소 화면캡쳐.
    한편 미국 내에서는 백악관 주요 인사들의 입장·시각 차이가 트럼프 美대통령이 美北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일보’는 25일 美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볼턴 NSC 보좌관과 폼페오 국무장관이 美北정상회담 관련 대책회의에서 반복해 맞섰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美北회담을 전격 취소한 이면에는 두 사람의 정면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폼페오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하게 만들기만 하면 미국을 핵으로 위협할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으로 정상회담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북한이 최선희 北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통해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만 지목해 비난한 것이 트럼프-폼페오가 중심이 된 대북 대화론자와 “북한과 타협은 없다”는 펜스-볼턴 등 강경파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중앙일보’는 “사실 폼페오와 볼턴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그동안 여러 차례 충돌해 왔는데 이는 두 사람의 세계관과 야심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면서 ‘토머스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미국·유럽센터 국장이 지난 9일 美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기고했던 글을 소개했다.

    ‘토머스 라이트’ 국장은 기고문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 국무장관까지 오른 폼페오는 언젠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심을 품고서 ‘북핵 담판’을 반드시 성사시키고자 하는 반면 “미국을 위협하는 다자주의 국제법 체제와 맞서 싸운다”는 볼턴은 소신을 더욱 중시하는 전사이자 원리주의자여서 북한 자체를 가만 두지 않으려 한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9월 유엔 총회 연설로 전통적으로 미국과 소통하던 북한의 뉴욕 채널이 뒤로 밀려나면서 국무성의 카운터 파트가 사라진 점도 문제였다고 봤다. 이후 대미 대화 주도권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넘어갔고 北외무성은 미국과의 대화에서 주도권을 빼앗으려 강공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분석이 얼마나 들어맞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지난 24일(현지시간) 美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한 폼페오가 美北정상회담에 관해 털어놓은 이야기를 보면 실제로는 이런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에 따르면, 폼페오는 청문회에서 “미국은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북한에 대화를 계속 요청했는데 북한으로부터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美北회담을 취소한 데는 이런 이유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폼페오는 또한 “특히 최근 며칠 동안 북한이 내놓은 대미 비난 성명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미국과 북한 정상의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폼페오는 CVID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에 대해서도 “나는 김정은과 만나서 북한이 영구적이고 돌이킬 수 없으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한다면 미국이 무엇을 보장해줄 것인지 분명히 말했다”면서 “저는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계속 반응을 하지 않아 美北회담의 성공을 준비할 기회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