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중 10명 계약해지... "정규직 전환 약속 일방적으로 깼다" 주장
  •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 전경.ⓒ뉴데일리DB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신사옥 전경.ⓒ뉴데일리DB

    MBC 전 계약직 아나운서 10명이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사측과 맞서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부당해고 철회촉구 집회를 연 전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최승호 사장이 선임된 후 사측의 정규직 전환 약속이 없었던 걸로 됐다"며 "11명의 계약직 아나운서가 재시험을 치뤘고 1명만 선발됐는데 이는 사실상 해고"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가한 전 아나운서들은 2016~2017년 입사자들이다. 이들은 "MBC가 채용 당시 약속대로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사측은 '단순 계약만료'라고 반박하고 있다.

    MBC는 지난 2016~2017년 신입 아나운서를 1년 계약직 단위로 채용했다. 2012년 파업 이후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은 2013년도를 끝으로 중단됐다. 대신 정규직과 비슷한 전형 과정을 거쳐 '내부평가 후 신분전환 기회 부여'라는 구두상의 단서를 달아 입사 지원자를 선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MBC 총파업 후 사장이 교체되면서 사측의 정규직 전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또한 근로 기간이 4개월 남짓 남은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재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016년 입사자는 계약이 1회 갱신돼 2년 간 근무, 2017년 입사자는 갱신없이 1년 동안만 근무한 셈이 됐다.

    지난 2월 MBC는 약 5년 만에 신입사원 공채를 재개했다. 2016~2017년도 입사 아나운서 11명 중 10명은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1인은 김수지 아나운서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지난해 MBC에 입사했다. 그 해 12월 배현진 전 아나운서의 후임으로 평일 8시 메인 뉴스를 맡아 진행했다. 

    MBC 내부의 한 관계자는 23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당시 채용된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은 계약서 상에는 없지만 암묵적인 동의"라며 "최승호 사장 체제로 바뀌지 않았다면 이들은 100% 정규직 전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 관계자는 이들 중 단 한 명만이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 것과 관련해 "아마 면피용으로 한 명을 전환시켰던 것일 것"이라며 "계약직 신분으로 노조가입도 할 수 없었던 이들은 결국 총파업 당시에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끝내 최승호 체제 MBC에서 팽 당한 것"이라고 했다.

    계약해지를 당한 한 아나운서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계약서가 아니라 모집공고에 '내부 평가 후 신분전환 기회 부여'라는 단서가 달려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실제 경영진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이번 해직 사태는 사실상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최승호 MBC 사장은 임명 직후 "구체제에서 아나운서들을 탄압하고 내몰기 위해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뽑았다"고 발언하며 대대적인 물갈이를 암시했었다.

    아나운서들을 대량으로 계약해지한 MBC는 이미 퇴사한 아나운서를 아침 뉴스 앵커로 배정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8일 방송 시간이 임박 직전, 해당 앵커의 퇴사를 알아차린 관계자들은 마침 야근 중이던 경제부 기자를 '일일 앵커'로 기용해 간신히 방송 사고를 막는 등 소동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편, 계약 해지 사태와 관련해 MBC는 공식입장을 내고 "드라마 PD 5명, 예능 PD 8명, 아나운서 1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계약직 사원 및 프리랜서를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했다"며 "이번 채용에서 MBC 내 모든 계약직 사원과 비정규직 사원들을 뽑을 수 없었던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필요 인력의 경우 지속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