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드루킹 연루', 대통령에 보고 안해
  • ▲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2월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북한 김영남과 김여정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만찬에 참석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은 지난 2월 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북한 김영남과 김여정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만찬에 참석한 모습이다. ⓒ청와대 제공
    임종석 비서실장이 민정수석실로부터 드루킹 사건에 송인배 제1부속 비서관이 연루돼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문 대통령에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국민께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말한 뒤에야 뒤늦게 해당 사실에 대해 설명했다. 드루킹 사건과 청와대의 연관성을 축소·은폐 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른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최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송인배 제1부속 비서관과 관련) 민정수석실의 '내사 종결 수준'이라는 보고를 받고 비슷한 취지로 대통령에게 특별히 보고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송인배 제1부속 비서관이 김경수 의원의 드루킹 관련 기자회견에 대한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자진해 민정 쪽에 알리고 성실히 조사를 받았다"며 "민정에서는 4월 20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 조사를 했고, 통상적인 활동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민정수석실에서는) 송인배 비서관이 당시 특별한 직함이 없었고, 김경수 경남 지사 후보를 연결해준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정부 출범 이후로는 만난 적이나 연락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일종의 내사 종결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추가 조사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 비서관은 지난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필명 드루킹 김동원씨를 만났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드루킹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중 일부를 만났고, 이후 경공모 모임에 참석하면서 초기 두 차례에 각각 100만원씩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송 비서관은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김경수 의원도 만날 때 같이 봤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2016년 6월에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의 김경수 당시 의원의 사무실에서 20분 가량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같은 사실을 본인으로부터 직접 보고받고도 자체적으로 '문제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정수석실이 두차례에 걸쳐 대면조사하고 송 비서관의 휴대전화도 직접 열어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는 등 해당 논란에 대해 면밀히 조사했으나 임종석 비서실장은 보고를 받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때문인지 이날 보고 역시 처음에는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임종석 실장이 직접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종석 실장은 나름 당시 판단에 따라 보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드루킹 사건과 청와대와 연관성에 대한 정치권의 의혹제기에도 '정면돌파'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송 비서관이 현지시각으로 오는 22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미국행에 동행했다고 했다. 거취문제에 변동이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드루킹과 관련된 인물이 청와대에 더 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나 전수조사 역시 아직 계획이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특검을 통한 진실 규명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통해 "전날 정부가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드루킹 특검법을 제외한 추경안만 심의·의결했다"며 "특검 임명을 지방선거 이후로 늦춰 훼방 놓으려는 비겁하고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장 수석대변인은 "권력층이 직접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고 이에 대한 수사를 축소 은폐하려 한 민주주의와 헌정을 유린한 사건을 밝히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가 어디 있단 말이냐"며 "문재인 정권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은 하루빨리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것뿐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임종석 비서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다. 임 비서실장은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준비위원장을 맡은데 이어 이행추진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자격으로 아랍에미레이트(UAE)에 파견 돼 외교문제에 '해결사'로 나선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