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 비서관, 200만원 현금 수수’... 알고도 한달간 ‘쉬쉬’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뉴시스 DB
    청와대가 송인배 제1부속비서관이 드루킹에 연루, 경공모 회원으로부터 돈까지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문제가 없다'고 자체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는 언론 보도 등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의혹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1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아침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송인배 부속 실장 건과 관련된 내용을 종합해서 보고드렸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송인배 비서관은 경공모 회원들을 모두 4차례 만났는데, 초기 2번에 걸쳐 한 번에 100만원씩 200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며 "처음에는 거절했으나 경공모 회원들이 '자신들의 모임에 정치인을 부르면 소정의 사례를 한다'고 해서 받았고, 두번째에는 (송 비서관이) '이제 사례비를 주지 않더라도 필요하면 간담회에 응하겠다'고 하면서 받았다"고 했다.

    이어 "송인배 실장이 댓글을 모른다고 한 것은 매크로 등 불법적 댓글을 의미한다"며 "그런 문제는 상의하지 않았고 시연을 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송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열혈 지지자들을 만나 일상적이고 통상적 지지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며 "단지 만났을 때 좋은 글이 있으면 회원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하고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송인배 제1부속 비서관은 지난 4월 16일 김경수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드루킹과의 관계를 공개하고 이후 보도가 확산되자 '조금이라도 연계가 돼 있다면 미리 알려주는게 좋겠구나' 싶어 자진해 민정수석실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에 민정수석실은 4월 20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대면조사를 했고, '연결을 해준 것만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특히 정부 출범 이후 만난적이나 연락을 한 적이 없어 '내사 종결'을 했고, 4월말 경 임종석 비서실장에 보고를 했다고 한다.

    당시 보고를 받은 비서실장 역시 비슷한 취지로 대통령에 특별히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김 대변인의 설명이다.

    청와대가 김경수 사태와 관련한 의혹을 축소·은폐하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송인배 제1부속 비서관이 스스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 자진해 민정수석실에 말했음에도 청와대가 자체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한달 간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보도가 이뤄지고 나서야 관련 내용을 설명한 것도 이같은 의혹에 힘을 싣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여의도를 중심으로 악의적인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움직임이 나와, 공개되기 전에 취재가 들어온 만큼 있는대로 설명하는게 좋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특검 통과도 계기가 됐다"고 해명했다.

    다만 청와대는 드루킹과 관련된 인물이 청와대 내에 더 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나 전수조사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송 비서관 또한 업무를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한국당등 야당은 특검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지난 대선 당시부터 대통령과 한 몸처럼 움직였던 인사들이 '드루킹 게이트'에 연루되어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특검 거부에 목을 맸던 것도, 검찰과 경찰이 은폐 축소수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도 김경수, 송인배, 백원우 등 정권 실세들이 줄줄이 엮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으로 검경 수사와 민정수석실 조사는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특검 수사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 성역없는 특검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여론 조작 사건과 이를 은폐하고 조작하려 했던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범죄자들을 엄벌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송 비서관은 20대 총선 직후인 지난 2016년 6월부터 작년 2월까지 8개월동안 모두 4번에 걸쳐 드루킹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송 비서관은 양산에 출마했던 지난 2016년 4월 자원봉사자로 찾아온 한 부부를 통해 드루킹이 주도하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에 만남을 제안받았고, 두달 뒤인 같은 해 6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의 김경수 의원의 사무실에서 20분쯤 만났다.

    이후 2016년 11월 모임까지 두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받았다. 같은해 12월과 작년 2월에도 송 비서관은 경공모 회원들을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과 자택 근처 술집 등에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까지 청와대는 그간 드루킹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한 입장표명을 회피하면서 "당과 당사자(김경수 후보)가 해명할 것"이라고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