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패를 거머쥘 중차대한 시점이다.
  • ‘비핵화’··· 장난질은 하되 애는 배기 싫다?
    이제 ‘사기’(詐欺)를 넘어 ‘명운(命運)의 도박’

    李 竹 / 時事論評家

      돈 푼깨나 만지는 이복형(異腹兄)을 인질(人質)로 잡고 동네 주민들을 향해 장총(長銃)을 휘두르는
    조폭(組暴) 두목에게서 장총을 빼앗는 방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문적인 견해’... 이딴 건 걷어치우고 그저 평범하게 상식선에서 얘기해 보자.

      ①꾸준히 설득하여 조폭 두목이 스스로 포기하게 한다. 물론 대가(代價)는 충분히 준다.
      ②겁박과 위협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총을 내려놓게 한다.
      ③인질이야 어찌됐건 조폭 두목을 덮쳐서 총을 탈취한다.
      ④총을 흔들어 대는 조폭 두목을 여하한 방법으로든 죽여 버린다.

      단, 필히 감안해야 할 조건이라면, 그 이복형이 “조폭 두목 스스로가 총을 내려놓게끔 하겠다”며 자진해서 인질이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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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녘 비핵화(非核化)를 주제로 한 사기극(詐欺劇)의 본격적인 막이 오른 지도 꽤 여러 날이 지났다.
    평창 동계올림픽부터 시작된 쑈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북녘의 세습독재자가 사기극을 무대에 올린 이유와 배경 중의 첫 번째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이 나라 ‘아직은 동맹국’의 군사적 압박에 너무 큰 아픔을 느낀 나머지 이를 우선 피해 보자는 심산이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제재의 압박을 느슨하게 하여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한 ‘돼지저금통’을 손쉽게 채울 수 있을 거라는 판단도 섰을 듯싶다.

      그에 더하여 핵무기를 고도화 하는, 즉 ‘비핵화’(肥核化)를 위한 시간을 벌어보자는 저의도 있었을 것이다.
    또한 양키나라와의 적당한 거래를 통해 이 나라의 ‘아직은 동맹국’을 ‘언제 적 동맹국’으로 만들어 자신의 세습독재권력을 ‘조선반도’(朝鮮半島) 전체에 미치게 할 결정적 전기(轉機)를 마련하려 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어찌 됐던 그 사기극의 초입은 저들 세습독재자와 그 언저리들의 입맛에 딱 맞게 진행됐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 성취와 성황(盛況) 뒤에는 ‘평화’에 걸신들린 남녘 ‘우리 민족’의 절대적인 호응과 성원이 있었긴 했지만... 이제 와서 말인데, ‘대리운전기사’를 자처하는 평화주의자의 솔선수범은 거의 눈물겨울 정도였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구경꾼이 될 뻔했던 뛔국도 몸값을 올리기 위해 흔쾌히 대북(對北) 경제제재를 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그런 아찔한 환경을 배경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고전적 단어와 정체불명의 무조건 ‘평화’를 뒤섞어
    북녘의 백도혈통(百盜血統)과 남녘의 촛불정권 간에 그 무슨 ‘수뇌회담’이란 게 진행됐다. 그 ‘사기칠[4·27] 회담’에서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라는 그럴듯한 슬로건 아래, 그 무슨 ‘판자때기문짝 선언’이 채택되었다.
    그 자리에서 북녘의 ‘으니’는 후환(後患)이 될 법한 “비핵화”(非核化)는 직접 아가리로 짖어대지 않는 대신,
    겸손과 건방이 어우러진 제스처와 툭툭 던지는 너스레로 남녘의 멍청이·순진이들을 사로잡았다.
      거의 완벽한 사기극이었다. 오죽하면 “남녘이 ‘적돈애(赤豚愛 : 붉은 돼지 사랑) 신드롬(syndrome)’에 빠졌다”는 ‘으니’로서는 날아오를 듯이 기분 좋은 소리까지 나왔을라고...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정작 놀랍고 슬프기도 하면서 중요한 건 그 ‘평화’와 ‘사기극’의 실체와 정체를 모르는 ‘멍청이’와 ‘순진이’들이 이 나라에는 너무나 많고, 그 실체와 정체를 잘 알면서도 ‘순진이’들을 속이기 위해 딸꾹질만 해대는 약삭빠른 ‘얼간이’들이 널렸다는 점이다. 그리고 드디어...

      이제, 그 ‘대리운전기사’가 중재했다는 양키나라 상대의 건곤일척(乾坤一擲) ‘사기극’을 20여 일 남기고 있다.
      어찌 보면 하이라이트 격이다. 북녘 ‘으니’의 입장에서는 그 ‘사기극’도 예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읊고, 두루뭉실 ‘좋은 게 좋은 거’ 식으로 양키나라 ‘도’통령을 주무르면 흥행과 실적이 함께 할 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양키나라 아닌가. 격(格)에 맞는 따리를 붙이고 그럴 듯한 양보를 해야만
    한방 얻어맞지 않으면서 돼지저금통 채우기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말인데, 남녘의 ‘평화’에 걸신들린 ‘순진이’들에게 했던 배려보다는 격을 높인 듯하다.
    전술적 목표를 바꿨다는 기미가 느껴진다. 미끼 상품, 이를 테면 ‘핵 실험장 공개 폐쇄’나 ‘대륙간 탄도미사일 몇 개 폐기’는 가능하다는 생색내기 건수를 공개했다. 이른바 핵무기를 깊숙이 감추는 ‘비핵화’(秘核化)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양키나라는 달랐다. 어영부영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어 섬겨서는 통하질 않는다.
    저간의 경험과 학습을 거친 그들이기에 요구하는 게 간단치 않다. 국제사회에 대고는 “핵 포기하면 체제 보장”이라는 빠다[버터] 발린 말을 계속해대지만, 정작 둘이 만나면 ‘어르고 뺨치기’가 예전과 다르다.
    양키나라 고위급을 직접 불러다가 얘기를 들어봤자, 이른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절대 변경하지 않겠다고 한다. 더불어서 각종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의 폐기까지 압박한다.
      적당히 장난질을 치면서 돈과 시간을 뜯어내려고 했는데, 이러다가는 바라지 않던 애까지 밸 지경[진짜 핵무기 완전 포기, 예를 들면 맨 윗부분 ③④]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정이 이에 이르자...

      북녘의 세습독재자와 그 언저리들은 다시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막장 드라마’ 대사를 읊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만만한 게 홍어 X’라고 ‘대리운전기사’에게 겁박을 한다.
      “북남(北南)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 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덧붙여서...
      “일방적 핵 포기만을 강요하면 조-미(朝-美) 수뇌회담을 재 고려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나마 똥배짱을 내지를 만 한 것은 핵무기를 손아귀에 쥐고 있다는 알량한 자기 위안의 표현이긴 해도...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작 서글픈 처지가 된 것은 ‘헛 라인’이 되어버린 ‘핫 라인’(Hot Line) 전화통만 하염없이 바라봐야 하는 ‘대리운전기사’이다. 허긴 표면적으로는 그렇더라도 ‘헛 라인’ 말고도 북녘 ‘으니’와 소통할 통로가 어찌 없겠는가. 그리고 또다시 이 나라 ‘순진이’들을 ‘적돈애(赤豚愛) 신드롬(syndrome)’에 깊숙이 빠뜨리기 위한 쌩쇼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벨 소리가 울리지 않겠는가 만은...

      그러나 저러나 이렇듯 ‘비핵화 사기극’은 반전(反轉)을 기대하기 힘들게 된 듯하다. 처음에는 북녘 세습독재정권의 적당한 연명책(延命策)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사기꾼과 그 대상, 이웃 구경꾼, ‘대리운전기사’와 특히 이 나라 국민에게는 단순한 사기가 아닌 ‘명운(命運)을 건 도박(賭博)’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 나라 국민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확률이 가장 높은 패를 골라잡아야 한다. 최악의 패가 ‘적돈애(赤豚愛) 신도롬(syndrome)’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는 점은 달리 설명이 필요가 없을 테고...

      끝으로 한 가지 분명한 건, 인질범(人質犯)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행복하게 천수(天壽)를 누렸다는 이야기는 영화에서조차 본 적이 없다. 역사적 경험에서야 말할 것도 없지만...
    <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