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옥중서신 보내...'수사 축소 외압 의혹' 제기 “사건 주범은 김경수 전 의원, 대질 원한다”
  • ▲ 공판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 ⓒ 사진 뉴시스
    ▲ 공판 참석을 위해 이동 중인 드루킹 김동원씨. ⓒ 사진 뉴시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부터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드루킹 김동원씨가 조선일보를 통해 '옥중서신'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 몸통 혹은 배후로 지목받는 김경수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음 달 13일 치러지는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경수 전 의원은 18일 '드루킹 옥중서신'을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에 “한마디로 소설”이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으나, 김동원씨가 편지에서 밝힌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라 사실 확인을 위해서라도, 김 전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드루킹이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조선일보에 보낸 옥중서신은 A4용지 9장, 7000자 분량으로, 신문은 편지 전문과 요약본을 18일 단독 보도했다.

    드루킹의 옥중서신에는 김경수 전 의원이 드루킹과 만난 시점,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대화의 주요 내용, 드루킹이 사실상 김 전 의원의 '승낙' 혹은 '동의'를 받고 기사 댓글 및 추천 수 조작에 나섰다는 진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동원씨 본인이 겪은 경험담, 김경수 전 의원에 대한 배신감,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김씨가 경공모·경인선 등 인터넷 카페 회원들과 함께 문재인 후보 지지 활동을 벌인 사실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특히 김씨는 검찰이 김경수 전 의원을 당장이라도 잡아 넣을 것처럼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사건을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며,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가 직접 '외압' 의혹을 제기한 이상, 특검 도입을 위한 국회 논의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드루킹 김씨는 옥중서신에서 검찰의 태도 변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검찰은 4월 30일경에는 기조가 바뀌었다면서 당장에라도 김경수 의원을 수사하고 잡아들일 것처럼 하다가 5월 14일에는 '그럴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피고인의 조사 시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습니다.”

    위 진술 가운데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을 빼라'는 내용은, 특검을 통해 그 진위 여부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위 발언이 사실이라면 해당 검사의 '윗선'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조직의 특성 상 수사검사가 단독으로 '사건 축소'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김씨는 검찰의 수사 태도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 김경수 전 의원과의 대질을 요구했다. 그는 이 사건 주범으로 김경수 전 의원을 지목하면서 “김 전 의원을 기소하지 않고 저나 경공모 회원들만 단죄한다면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김씨의 옥중서신.

    “이 사건(업무방해)의 최종 지시자이며 모든 보고를 다 받았고, 초기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 여부를 알았으며 사실상 이 사건의 '주범'인 김경수 의원을 기소하지 않고 저나 경공모 회원들만 엮어서 단죄한다면 그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며 경찰과 검찰의 직무유기 행위입니다. 저는 나가서 거짓말 탐지기로 위의 내용을 모두 검사해도 좋고, 대질도 원합니다.”

    검찰은 김씨가 “지난 14일 다른 피고인 조사 때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한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14일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다른 피고인을 검사가 조사한 적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