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북고위급회담 일방 취소 뒤 조평통 명의로 문재인 정부 맹비난
  • ▲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를 온갖 막말로 비난한 리선권 北조평통 위원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를 온갖 막말로 비난한 리선권 北조평통 위원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美北정상회담 재고를 밝힌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내세워 한국, 정확히는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北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 당국은 철면피한 변명과 구실을 초래할 엄중한 후과에 대해 숙고해봐야 한다”는 제목으로 리선권의 주장을 내보냈다.

    리선권은 한미연합훈련인 ‘맥스썬더’ 실시, 국회에서 태영호 前공사의 출판간담회 등을 “힘들게 마련한 남북관계 개선흐름에 전면 역행하는 무모한 행위들이 도가 넘게 벌어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측을 맹비난했다.

    리선권은 “사태가 이쯤 되면 제 정신을 차리는 것이 지각 있는 현명한 사람의 처사일 것이나 남조선 당국은 수습 대책을 세우는 대신 지금까지도 유감과 촉구 따위를 운운하며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리선권은 통일부가 대변인 성명을 내놓고, 국방부 장관이 주한미군 사령관과 긴급 회동을 가진 것조차도 “분주탕(야단스럽게 소란을 피운다는 북한 말)을 피워댄다”면서 “이는 남북대화가 막힌 데 대한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수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폄하했다.

    리선권은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美北정상회담 재고의 뜻을 밝힌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유감’을 표시하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을 계속 걸고 넘어졌다.

    리선권은 자기네가 판문점 선언을 채택한 지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대용단을 과감히 실천했다면서 “오늘날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일어나는 긍정적인 상황은 전적으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우리의 적극적이며 주동적인 입장과 의지의 산물”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리선권은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다 스스로 감정이 북받친 듯 “남조선 당국이 우리를 언제 쏟아질지 모를 불소나기 밑에 태평스레 앉아 말 잡담이나 나누고 자기 신변을 직접 위협하는 상대도 분간하지 못한 채 무작정 반기는 그런 비정상적인 실체로 여겼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오판과 몽상은 없을 것”이라거나 “남조선 당국은 집 잃은 들개마냥 더러운 잔명 부지를 위해 여기저기 싸다니는 인간쓰레기들까지 다른 곳도 아닌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악랄하게 비난모독하게 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천인공노할 짓거리도 벌려놓았다”는 등 되지도 않는 비난을 계속하며 그 배후에 청와대,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의 관여와 묵인,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고 우겼다.

  • ▲ 입을 꽉 다문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연일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음에도 현재 청와대는 文대통령의 사진 속 표정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뉴데일리 DB.
    ▲ 입을 꽉 다문 문재인 대통령.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연일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있음에도 현재 청와대는 文대통령의 사진 속 표정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뉴데일리 DB.
    리선권은 “흑백을 전도해도 푼수가 있고 얼토당토 않아도 정도가 있는 법” “하늘소가 관모를 썼다고 영주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람도 제 입부리(주둥이)를 제멋대로 놀려댄다고 해서 저지른 행위가 은폐되거나 따르게 된 엄벌이 없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는 등 예의 찰진 대남 비방 표현도 곁들였다.

    리선권은 또한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양푼 밑바닥같이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남조선 당국”이라거나 “남조선 당국의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비난하면서 문재인 정부를 향해 “지난 시기 적대와 분열을 본업으로 삼던 보수 정권의 속성과 너무나도 일맥상통한다”고 주장했다.

    리선권은 이어 “현실에 대한 초보적 감각도, 마주한 상대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도, 흐르는 대세에 대한 현실적 판별력도 없는 무지 무능한 집단이 다름 아닌 현재 남조선 당국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명백히 판단하게 됐다”며 문재인 정부를 폄하했다.

    리선권은 “신의 신뢰가 결여되고 무례무도한 사람들과 마주 앉아서는 새 역사를 써나갈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이라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리선권의 주장을 요약하면 “우리 덕분에 판문점 선언이 나왔는데 문재인 정부가 상황 파악을 똑바로 못하고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으니 꺼지라”는 것이다.

    북한이 김씨 일가도 아닌 리선권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음에도 18일 청와대는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만 내놓으며 반박조차 못하는, 이상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중단한 북한의 진의를 알지도 못하고, 설사 안다고 해도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답변을 피했다고 한다.

    이 같은 반응에 국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한 비핵화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대리운전 운전대였냐”며 북한의 비난과 폄하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청와대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